늘
새벽 서너 시에 눈을 떠 찬 공기를 가르니
뽀얀 마음이 방긋 웃어요
냉장고를 열고 보리차 한 대접 들이키며
목줄을 넘어가는 시원한 물세례에
하루를 거뜬히 열어요
책상머리에 비스듬히 기대고 쏟아지는 글 줄기 내리치고
방이 깰 가 봐 뒤꿈치 살금살금 들고
휭 하니 방을 나선다
해가 중천을 지나 서산 넘어 비틀거리면
슬그머니 방문을 밀치고 들어와
텅 빈 방구석에 신문지 한 장을 깐다
쉰내 풀풀 풍기는 김치 쪼가리 싹둑 잘라
코드 빠진 보온밥통의 눈 감은 밥 덩어리에 물을 말아
스테인리스 숟가락에 올려 빨간 김치 물 뚝뚝 떨어뜨리며 핥는다
하루 일식 몇 술을 뜨고
쓰린 눈 움켜쥐고 앉은뱅이 탁자에 쭈그리고
산을 재우고 바람을 토닥이고 냇물을 끌고 와 녹색 내음을 풀어
몇 자 주섬주섬 담는다
연필 옆에 누워있던 녹색 이파리
싱긋 웃더니 돌아눕고
흰나비 날아가네
2013.6.3.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