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밤소리

조성범

by 조성범

밤소리


밤에는 하늘이 내려온다
벌건 대낮에 쓰러진
삶의 날것이 소리가
한 발 주춤 물러난다.

옻빛으로 물들인 별무리가 소리 소문 없이
밤의 언덕을 살포시 미끄러져
달빛을 홀리며 내려온다.

시기와 질투, 격정으로 젖은
삶의 굴레를 멈추고
선악의 피안을 엿보려
생의 숨소리를 떨구는 연습을 달게 받는
뉘우침의 밤이다.

하늘과 땅에 살아내려
거칠어진 땀방울을 눕히고
하늘과 대지를 묶은 거친 손을 놓고
생의 기운을 풀어놓아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침묵의 바다이다.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생의 인연을 내려놓는
참회와 기도로 묵상하는 적멸의 시간이다.



2013.4.23.
조성범

매거진의 이전글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