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자구나
빛이 되고자 말고
빛에 비춘 사물이 되자구나.
드러난 모습을 있는 대로
아낌없이 보이는 솔직한 게 좋더라.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그림자를 온전히 떨구며
섰다가 걷다가 앉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비록 왔다 갔다 흔들리고 오쫄거리며 걷지만
약하고 헌 자태로
묵은 눈으로 눅눅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사람 냄새가 나서 좋더라.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바둥바둥하며 바득바득 애쓰려
숨을 소진하지 말자.
한 모금의 숨이라도 마실 수 있음을
고맙게 느끼며 오늘을 걷는다.
그려,
사지 온전히 몸뎅이에 붙어 있고
두발로 직립하며
산과 강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눈물겨운 행복이더라.
오늘, 지금 떠오르는 태양을 들이켤 수 있음이
복받치는 영광이며 신의 가호이고 선물인 것을
왜 이리 철 지난 지천명에 알아 가는지,
그것도 복이련다.
반평생 살아가고 남은 인생의 반백에
미물의 흔들림을 깨우치고 가는
그 천복을 주심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몸으로 말하는 뭐라도 하면서
맘 맞는 자연과 숨빛과
어우렁더우렁 부닥뜨리며
조근조근 말을 건네고 느끼며 아끼며 베풀며
하루하루 살자구나.
2013.3.23.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