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분명히 말하면 잘난 척한다
수십 년 배우며 그리 컸네
단호히 행동하면 품격이 떨어진다
그렇게 모호한 생각으로 길들여졌네
애매하게 흐리게 말할수록 잘 산다
중간에 서면 대가리에 가지 못해도
용의 꼬리에 걸칠 수 있다고
딱 그렇게 안주하며 숨질한다
한생 살며 한 번이라도 내 말을 한 적이 있는가
한평생 살아내며 내 생각 또렷하게 말한 적이 있는가
모호하게 말하면 적을 줄일 수 있으니
이곳저곳에 발을 딛고 오락가락 살 수 있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라
쓸개에 붙었다 간에 붙었다
흔들리며 나는 없고 너도 없고 한을 쌓으며 살았다
내 생각과 행동은 사라진 지 오래고
남은 것은 울음과 한, 긴 세월 헌신과 조롱 속에 단련됐다
내 생각은 없고 눈치만 백 단이 됐구나
한생 살며 살아생전 나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까
나로부터의 혁명
명확하게 단호하게 내 말을 하며 살자
네, 아니오.
분명하게 나를 표현하며 살자
한 번뿐인 인생 길들여진 나를 독립시키자
자유와 진실이 살 수 있게
나로부터의 독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