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농주 빛

조성범

by 조성범

농주 빛

아내가 잔다
농주 자는 척한다
일어난다

술이 손짓해
농주가 웃고 있다
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집에서 마시고 싶은데
인간은 나도 술이고 술을 처먹는 너도 술여

농주는 잠을 안 잔다
이 녀석은 나하고 닮았다
잠이 없다
밤새 눈을 감지 못한다

제 몸을 꺾고 살리려
바람을 불러들여
강물을 삼킨다

막걸리는 꿈틀거린다
밤을 삭히어 눈을 뜬다
너를 안고
나를 비튼다

하늘이 잠을 잔다
언덕이 하늘에 누워있다
술이 바닥을 핥고 있다
술이 술을 분다


2013.4.10.
조성범

*농주를 사랑하는 이에게

매거진의 이전글빛과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