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분노할 때
분노할 때지 사랑을 말할 때 아니라
사람이 사랑에게 분노를 말할 때 이어라
사랑이 저 밑 참살당하여 울고 있으니
어설피 사랑으로 분노를 침몰시키지 말라
땅덩어리에 직립한 사람들아
그대의 웃음이 이 땅의 울음을 밟고 있으니
어찌 분노하는 자 손가락질할소냐
그대의 웃음소리 허공을 찬탈한들
공중이 하늘땅 사이 스며 걸지적 거리겠는가
분노하며 분노하며 분노할지니
함부로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분노하지 말라
참살당한 봄꽃이 저리게 피고 있으니
물꽃이 새봄이라 말하기 전 사랑이라 말아라
봄이 죽어 부러진 비석 위에 용서를 쓰기 전
분노 앞에 사랑을 사랑하지 말아라
지금은 분노의 횃불 애끓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