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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Jun 28. 2016

어쩌다 영국이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저 기도하는 것뿐이다. 예수처럼....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영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선 기사를 읽어보자.

브렉시트 이끌어놓고 "실수였다" 탈퇴파의 오리발
“나는 영국인 아닌 유럽인” 뒤늦게 번지는 후회와 분노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냐” 뒷감당 못하는 영국


사유화와 금융산업


거듭 얘기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1980년대 레이건과 대처에 의해 신자유주의 사상에 근거한 시장만능주의를 채택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생산자원으로 간주하여 Human Resourc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을 영혼이 있는 실존적 존재라고 보지 않았고 한낱 자원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노조를 탄압하면서 해고를 쉽게 하고, 공기업들을 대거 사유화(privatization)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유화를 민영화라고 부른다. 공기업이 사유화되면 공공요금과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 이것은 빨대를 가지고 있던 투자은행가들이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아주 전형적인 방식이다. 런던의 시티(City) 지역과 카나리워프(Canary Wharf) 지역에 가면, 겉에서만 봐도 그 현상을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전통적인 금융센터였던 시티만으로는 금융산업의 호황을 감당할 수 없자, 1980년대부터 템즈강이 젖꼭지처럼 휘돌아가는 늪지대였던 카나리워프를 본격적으로 개발하여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을 그곳에 유치했다. 기존의 시티 지역과 새로운 카나리워프를 15분 만에 주파하는 경전철을 놓아 서로 연결시켰다.


템즈강 너머 멀리 보이는 고층건물들이 있는 곳이 카나리워프
카나리워프(출처: 위키피디아)
카나리워프(출처: 위키피디아)
카나리워프(출처: 위키피디아)
시티-카나리워프를 연결하는 도크랜드 경전철역(출처: 위키피디아)
시티-카나리워프를 연결하는 도크랜드 경전철(출처: 위키피디아)


피를 빨아먹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사진에서 보듯이 이렇게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특정한 계층에만 이런 혜택이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기관들이 이 카나리워프에 들어와 피를 빨아먹었는지 그 위용을 살펴보자. 

BarclaysCitigroupClifford ChanceCredit SuisseInfosysFitch Ratings, HSBC, J.P. MorganKPMGMetLifeMoody'sMorgan StanleyRBCSkaddenState Street and Thomson Reuters

이밖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기관들이 이곳에서 일한다. 여기서 그들은 아주 멋진 생태계를 만들어서 아주 조직적으로 진공청소기처럼 돈을 빨아들였다. 이들은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출처를 가리지 않고 아랍계, 중국계, 마피아계, 남미계, 아시아계의 각종 불법자금과 조세회피처의 여러 금융거래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런 방법은 너무나 다양해서 그 전모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이들에게 철퇴를 가해야 할 영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그저 시늉만 하고 있을 뿐 팔짱을 끼고 있다. 


1980년 이후 2008년 월스트리트가 붕괴하기 전까지 영국의 금융산업은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누렸다. 엄청난 부자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중산층이 붕괴되고 저소득층이 늘어났다. 금융산업이 호황을 이루면 다른 산업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금융이 여타 산업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을 경제 사회정책의 앵글로색슨 모형이라고 한다.    


신자유주의는 가습기 살균제와 같다

  

이런 앵글로색슨 모형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기본적으로 승패의 패러다임에 기초하여 당근과 채찍으로 사람들에게 일하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승자독식, 약육강식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앵글로색슨 모형의 필연적인 결과다.      


신자유주의는 가진 자들과 기득권층을 옹호하고 기존 질서를 공고히 하는 사상으로 인류에게 매우 위험천만한 이데올로기다. 이런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방식은 가습기 살균제와 매우 유사하다. 사태의 진실을 모르는 선량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이런 미신을 신봉하는 자들은 자신의 사상을 아주 교묘하게 포장하여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서민들만 당한다.     


런던은 슬럼가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2007년부터 거의 매년 여름휴가를 주로 영국 런던에서 보냈다. 작년 여름에는 런던 근교를 어슬렁거릴 기회가 많았다. 아이고,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구나, 하는 슬럼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여러 국가들을 여행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후락한 곳이라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슬럼가는 발견할 수 없다. 어딜 가나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사람 살만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영국은 미국처럼 슬럼가가 늘어나고 있었다.     


영국 정치인들이 쌓아온 업보


사람들은 의문이 들 것이다. 영국도 선진국이 아니냐고. 물론 선진국이다. 우리처럼 후진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영국도 양극화가 심화되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당장 자신의 생계를 걱정하고 미래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에 떤다. 그들은 BBC, Financial Times, Economist와 같은 고퀄리티의 프로그램과 정보들을 볼 여유도 능력도 없다. 그들은 걱정과 불안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주로 본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우칠 정도로 인생에 여유를 갖지 못한다. 내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지금 눈 앞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Brexit)는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던 영국 정치인들이 쌓아온 업보다.     


저소득층일수록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미국의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다 함께 같이 잘 살자고 주장하는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공화당의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국의 저소득층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런 현상은 저소득층일수록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우리나라의 현상과도 동일하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우리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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