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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Jan 05. 2016

사진으로 보는 영국(9)_브루더호프

주말에 읽은 책: 꿈꾸는 인생

사진으로 보는 영국(9)_브루더호프

주말에 읽은 책: 꿈꾸는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며...


2008년  여름휴가를 영국 런던에서 보내고 있을 때,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Bruderhof, 독일어인데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형제의 뜰, 공간, 정원'이라는 정도의 의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 있고 실제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도록 이끈 기독교 공동체 사상은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시기에 시작되었다. 루터(Martin Luther)나 칼빈(John Calvin)과 같은 종교개혁가들은 비교적 온건한 개혁가들이었지만, 야콥 후터(Jacob Hutter, 지금은 '후터러' 또는 후터파라고 불린다), 메노 지몬스(Menno Simons, 지금은 '메노나이트'라고 불린다), 조지 폭스(George Fox, 지금은 퀘이커라고 불린다) 등과 같은 급진적인 개혁파들도 있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온건하든 급진적이든, 전통적인 신학이론과 교리를 거부하고 모든 인간이 신 앞에 평등하며 신의 대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상에는 일치했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면, 조지 폭스의 경우에는 무교회주의를 주장하여 요즘 퀘이커(Quaker)라고 불리는 유파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함석헌 선생이 퀘이커교도로 유명했다. 종교개혁시대에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는 세례의 효능에 관한 것이었다. 가톨릭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아세례가 과연 유효한 것인가의 논쟁이 벌어졌는데, 급진적인 개혁파에서는 유아세례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어 주체적인 자의식으로 예수를 영접할 때 세례를 베풀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을 가리켜서 재세례파(Täufer, Anabaptists)라고 부른다. 


재세례파 중에도 후터러, 메노나이트, 형제단 등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사실상 그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오늘날에도 2천 년 전 예수 당시의 원시 공산 체제를 현대적인 삶에서도 거의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우선 사유재산 제도를 거부한다.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타고난 능력만큼 노동하고, 필요한 만큼 재화를 사용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정신은 바로 예수의 가르침을 그들의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몇 차례 방문했던 브루더호프도 재세례파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내 누님의 딸 부부가 네 자녀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공동체로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늘 궁금했는데, 2008년 그곳에 머물면서 바라본 그들의 삶은 충격적이었고, 신선했고, 감동적이었다.  자급자족이 원칙이고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외부와의 거래를 위해 Playthings라는 어린이용 가구들을 만들어 공급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가구는 고품질로 비싸게 팔린다. 업무처리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다. 리더그룹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구성원들의 만장일치 합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2008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동 때문인지 런런에서 휴가를 보낼 때 시간이 나면 브루더호프를 찾곤 했다. 그들의 삶도 관찰하고 아이들 크는 것도 보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방문했었던 기록을 블로그에서 썼었다. 


꿈꾸는 인생_사랑의 꼬뮨을 실현하다

영국여행 이야기(9)_브루더호프 방문기(1)

영국여행 이야기(10)_브루더호프 방문기(2)


작년(2015년 10월)에 딸의 결혼식 때문에 런던에서 보름간 머물렀을 때도 다시 한번 브르더호프를 찾아갔다. 그들의 삶은 늘 평화롭고, 서로 협력하며, 서로 신뢰하는 삶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항상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의 브루더호프를 일으킨 에버하르트 아놀드와 그의 아들 하인리히 아놀드의 전기 "꿈꾸는 인생"을 지난 주말에 다시 읽었다. 읽다가 한참 동안 의자를 뒤로 끝까지 젖혀 놓고 책을 가슴에 얹었다. 여러 차례 그렇게 했다. 이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반복해서 성찰하게 하곤 한다. 


기독교인이라면, 나아가 진정한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현대문명을 거부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상은 철저히 거부하는 이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꿈꾸는 인생"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시민단체나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기업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갤러리


조카 부부가 살고 있는 공동체 숙소 테라스에서
조카 부부가 살고 있는 공동체 숙소 테라스에서 조카사위 케빈(Kevin)과 함께
테라스에서 본 전경


아이들은 휴대폰에 관심이 많다.
우리가 왔다고 공동체에서  말이 끄는 구루마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호사를 누렸다. 손님들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말을 기른다.
도서관
playthings에서 만드는 장난감들
조카네 아들 둘이 축구를 하러 가는 모양이다.
어린이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
어른들 도서관
어린이 놀이터
역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스마트폰이다.
학교에서 배운 트롬본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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