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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Jun 30. 2016

신자유주의의 본질과 그 폐해

제1강,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의 본질과 그 폐해

제1강,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주 첫 강의 후에 너무나 바쁜 일정 때문에 아직 소식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1주 차 강의 제목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였습니다. 행복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해지려고 해도 행복해지지 않는 것은 나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인가를 따져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신자유주의자(시장만능주의자)이고,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민주의자(사회적 시장경제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부분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배웠고 그런 생각 이외의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도록 강요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고 자기 자신을 충분히 변화시키면 행복한 상황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방 후  우리 사회에는 한 번도 사민주의(social democracy) 사상을 실천해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제헌 헌법을 기초하신 분들은 사민주의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 독재정부에 의해 초토화되었습니다. 그 후 박정희와 전두환의 독재정부에 의해 1987년까지 한 번도 사민주의 사상이 이 땅에 제대로 전파되지 못했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 잠깐 사민주의적인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냄새만 풍기다 말았습니다.     


나도 역시 이 세계는 (신)자유주의 사상에 의해 움직이며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독일 유학기간 내내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시장만능주의가 얼마나 허망한 주장이었는지, 유럽을 여행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스위스를 여행한 후, 스위스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위스는 정말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70년대 초에 가서야 여성 참정권이 주어졌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보수성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보수적인 스위스가 이 지구 상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철저한 보편적 복지와 사민주의 정신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이 모든 것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본격적으로 사민주의를 실천했습니다. 그들의 교육목표는 "No Child Left Behind"(아무도 뒤처지게 하지 않는다)입니다. 그들에게 교육이란, 지식을 집어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됨을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경쟁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함께 살아가는 나눔의 공동체 정신을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유연성, 생산성, 창의성이 매우 높은 오늘날과 같은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패전 후, 독일을 재건했던 기민당(보수당)은 사회적 시장경제이론(social market economy theory)에 따라 국가를 운영했습니다. 그들은 폐허 속에서도 무상교육, (거의)무상의료, (거의)무상주택과 같은 정책을 폈습니다. 정부가 기민당에서 사민당으로 넘어간 후에는 사민주의 정책이 더욱 심화 발전했습니다. 나처럼 가난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집세 보조비와 아이들의 양육 보조비를 매달 지급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보조비를 저축해서 여름방학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유럽 전역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투자에는 내국인 외국인의 차별이 없었습니다. 나는 외국인이었지만 독일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헌법에는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독일은 패전 후, 과거의 행동에 대한 깊은 반성과 인간에 대한 성찰에 기반하여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했고 그렇게 운영했습니다. 동서독 통일 후 동독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국가재정운영이 상당히 어려워지는 바람에 복지정책에 대한 약간의 수정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국가를 운영하는 정당이 바뀌어도 사민주의적인 정책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그들은 영미식 시장만능주의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부강한 선진국을 만들었습니다.   

   

독일은 2011년, 자국 내에서 운영하는 핵발전소를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사이에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이런 산업에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바람에 실업률이 4%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구조적 실업을 빼면, 사실상의 완전고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발표한 대로,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인권 차원의 배려이기도 하지만, 기업들의 구인난을 해결하려는 경제적 고려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독일은 지금 제4차 산업혁명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기계설비 인프라 산업과 제조공장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그들은 2035년까지의 계획을 세우고 차분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태도와 정신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때려눕혀야 자신이 올라설 수 있는 경쟁적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앞의 경쟁상대를 무찔러야 하는데, 어찌 먼 장래를 생각하면서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신자유주의 사상입니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많이 쓰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그런 용어가 지겹다고 그만 쓰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사상과 그 폐해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경영학 전공 학생들은 '구조'와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신물 나게 듣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끔 묻습니다. 구조와 시스템을 아는 사람은 손 들어보라고. 대부분 손을 듭니다. 구조와 시스템이 뭔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설명하는 학생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신자유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들으니까 아는 것처럼 느껴질 뿐 사실은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의 본질과 그 폐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이 지구를 뒤덮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사상에 근거하여 설계된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앵글로색슨 모델이라고 합니다.

* 이데올로기란 본말이 전도된 상태를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백성들이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머슴(대통령과 국회의원들, 지방정부의 장과 의원들 등)을 뽑아서 나랏일을 하도록 하는 사상과 제도적 장치입니다. 그러나 투표를 통해 뽑아 놓은 머슴들이 오히려 주인을 압제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 이렇게 본말이 전도된 민주주의를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신자유주의도 결국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려고 생겨난 것인데, 오히려 이 사상이 인류의 삶의 터전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이데올로기가 된 셈입니다.


영국과 미국이 이 지구 덩어리를 좌지우지하면서 집어삼켰을 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사상이었습니다. 미국은 이 앵글로색슨 모델을 IMF를 통해 그리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세계에 전파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미국물을 많이 잡수신 분들이나 그 영향 하에 있는 분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공부했어도 훌륭한 경제학자들과 사상가들이 있습니다. 나는 그런 분들을 존경합니다만 그 쪽수가 너무 적습니다. 대부분은 미국식 앵글로색슨 모델을 추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조직의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 생긴다'는 미신을 믿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내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조직의 경쟁력은 협력을 통해 생깁니다'. 신자유주의 사상이 위험한 이유는 인간에게서 협력의 정신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잘 알고 있다시피, 새누리당 세력은 1997년 국가를 파산의 지경에 이르게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바람에, 우리나라도 이 앵글로색슨 모델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글로색슨 모델은 무한 경쟁을 통해 각자의 힘으로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사람들만이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살아가는 세상을 추구합니다. 다시 말하면, 승패의 패러다임으로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사회가 되도록 만듭니다. 앵글로색슨 모델을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공동체 정신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사회로 변했습니다.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났고 양극화가 심화되어 '헬조선'이 되었습니다.      




이 모델을 받아들인 나라들은, 특히 남미와 같은 나라들은, 스스로 생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들을 망쳐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자신들이 사용하던 앵글로색슨 모델의 원조국인 영국과 미국 자신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2008년, 미국은 자신들이 그렇게 신봉하고 있던 월스트리트가 스스로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신자유주의 사상이 자폭한 것입니다. 2016년, 영국도 신자유주의 사상이 양극화를 초래하자 브렉시트 사태를 맞았습니다. 자신들이 들고 있던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은 셈입니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얘기를 제2차 강의에서 계속합니다. 지난 제1차 강의에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갤러리

(이 사진은 사진작가 조우혜 선생이 찍어준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현장을 스케치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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