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석 Jul 16. 2016

사민주의 정신과 조직운영원리

마을공동체뿐만 아니라 국가운영까지 협동조합의 정신으로

2016-07-16(토) 김용민 브리핑에 나간 [최동석 칼럼]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9938
[0716토②]  조선일보 "성주군민 솔직히 보상 때문이잖아"


유럽의 사민주의 정신과 조직운영원리     

마을공동체뿐만 아니라 국가운영까지 협동조합의 정신으로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지난 시간에는, 자본주의적인 억압과 착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민주의 사상에 기초한 협동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사민주의 가치가 어떻게 유럽 대륙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민주의 사상: 자유, 평등, 연대

2.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민주의 사상은 자유평등연대의 가치를 내걸었습니다. 이제 이것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3.

자유는 너무나 소중한 가치입니다. 부자들에게만 자유가 주어져서는 안 됩니다. 모든 인간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자유를 함부로 억압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 그럴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부 고위공무원이 민중을 개돼지로 비하하면서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공직에서 퇴출시키라고 주장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누구도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자유를 억압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4.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자유가 무제한으로 주어지면, 다시 말해 자유가 조금 극단으로 치달으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가,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는 사실을 역사에서 경험했습니다. 특히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는 자본가들의 경제적 권력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경제력을 갖지 못한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4.1.

그래서 우리는 자유라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란 무엇인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 물리적 정신적 압제로부터, 그리고 불합리한 명령과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자유라는 말을 쓸 수 있습니다.      


5.

우리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에서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랑과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는, 그냥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교육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기술도 배워야 하며, 자유를 향유하는 기술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6.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랑의 기술도 자유의 기술도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경쟁하여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돈을 많이 벌어 허세를 부리며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웁니다. 승리하는 자본주의 정신만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즘 책을 볼까요? 이기는 습관, 이기는 대화, 이기는 정당, 이기는 글쓰기, 이기는 선택...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온통 승리하는 얘기뿐입니다. 심지어 이기는 음식까지 있습니다. 그런 음식을 먹으면 승리하는 모양입니다.     


6.1.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이기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이상하게도 상대방을 쓰러뜨리면 패배한 사람도 승리한 사람도 둘 다 결국에는 불행해집니다. 경쟁사회는 반드시 불행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경쟁의 배신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7.

우리 사회에서 이런 단순한 행복의 원리가 번번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압제의 시대에는 고문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 자행되었지만, 오늘날 경제적 착취에 못 이겨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것은 경제적 타살입니다. 그럼에도 경제적 착취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교묘하게 합리성을 가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

그러므로 자유의 소중함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합니다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바로 사민주의자들이었습니다사민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도 소중하지만개인들이 모인 공동체에서 누구도 착취당하지 않고 다 함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8.1.

사민주의는 평등의 기반 위에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사상입니다. 평등하지 않으면 자유롭지 않고, 자유롭지 않으면 평등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평등은 어떤 가치가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9.

그러면 이제평등이라는 가치를 봅시다. 무엇이 평등해야 하는가? 인간은 실존적 존재라는 평등, 그래서 누구로부터도 지배받지 않는다는 평등, 다시 말하면 인간 사회에 신분적 경제적 계급질서가 형성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등을 말합니다. 개인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개인들이 모인 사회도 공동체 정신으로 평등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런 공동체 정신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싹텄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로버트 오웬과 조지 홀리요크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평등한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협동조합이 탄생했습니다. 

     

10.

사민주의 사상과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유럽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서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것은 스칸디나비아 모형과 게르만 모형입니다. 스칸디나비아 여러 국가들은 오늘날 매우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조화롭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르만 모형 중에서도 특히 스위스는 독일보다도 훨씬 더 큰 보편적 복지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이 지구 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평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일수록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11.

이제연대의 가치를 보겠습니다. 연대한다는 것은 서로 협력한다는 뜻입니다. 조금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보충해주는 것입니다. 서로 연대하여 혁명을 통해, 소중한 자유를 얻어낼 수 있었듯이, 평등의 가치도 연대를 통해서만 지켜갈 수 있습니다. 연대야말로 자유와 평등을 지키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연대가 없었다면 자유도 불가능했고 평등도 불가능합니다.     


12.

요즘, 특히 자유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기관 명칭에다 자유라는 단어를 붙인 곳도 있습니다. 자유주의 사상을 과도하게 전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자유가 지나치면 반드시 억압과 착취가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누군가를 착취하려고 할 때마다 자유를 앞세웠습니다. 멕시코와 남미가 그들의 착취 대상이었습니다. IMF시대에 우리나라도 그랬습니다. 그것이 신자유주의였습니다.     


13.

그러므로 자유에는 반드시 평등이 동반되어야 하며,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연대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를 외치면서 약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날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되었습니다.     


사민주의 경제정책: 시스템적인 사랑의 실현과 협동조합


14.

자유와 평등과 연대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이 세 가지 가치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그러면 이런 가치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저는 이 세 가치를 조화시키는 행위가 곧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자유와 평등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곧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우리는에리히 프롬이 말했던 <사랑의 기술>을 시스템적으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5.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자유와 평등과 연대를 조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로 사민주의 경제정책을 시스템적으로 펼쳤습니다.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게끔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16.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독일 사례를 보겠습니다. 사민주의 경제정책이란시장경제의 순기능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회 전체에 공헌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만 활용한다는 정책입니다. 이러한 독일 경제를, 영미식의 시장만능주의 경제와 구별하기 위해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라고 부릅니다.     


17.

사회적 시장경제 정책을 쓰면, 우리나라의 문어발식 재벌기업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족벌이 운영하는 약탈적 대기업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시장규모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면서 산업별 생태계가 형성되어 발전합니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조직역량을 맘껏 발현하도록 장려하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배하거나 수탈할 수 없는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 연대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18.

그 결과, 오늘날 독일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연대한 산업생태계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쳐도 독일 경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런 기업생태계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습니다.     


19.

이제 개별기업 차원에서, 자유와 평등과 연대의 정신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품질이 좋아서 고객의 사랑을 받아 많은 큰 이익을 내면, 그 이익을 주주가 독차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주주와 임직원, 소비자와 공급업체, 지역사회와 조세당국 등 그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공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에서만 더 많은 혜택을 누려서는 안 되는 것이죠.      


20.

이런 방식의 자본주의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고 부릅니다. 그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자본주의라는 말입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은 오로지 주주의 몫이라고 간주하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는 구별되는 자본주의입니다.      


20.1.

불행하게도 우리는 주주 자본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자본가들이 모든 것을 독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실업률은 올라가고 경제적 역동성은 내려가고 성장잠재력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고 서로 경쟁하면서 미워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21.

그런데, 잘 알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 후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협력의 정신을 발휘하여 서로 사랑하도록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행했던 나라들이 21세기에 들어서 가장 풍요롭게 되었습니다. 이런 나라들의 공통된 특징은 협동조합이 꾸준히 발달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기술을 터득한 사람들이 모인 마을공동체는 하나의 협동조합처럼 운영됩니다. 그런 마을들이 모인 더 큰 지방정부들도 협동조합처럼 운영됩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국가를 운영할 때도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처럼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왜 협동조합이 발달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협동조합식으로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