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석 Nov 19. 2016

시민혁명과 국가조직 설계원칙

- 분권화된 자율조직(DAO)으로 설계해야 하라

시민혁명과 국가조직 설계원칙     

- 분권화된 자율조직(DAO)으로 설계하라


2016-11-19(토) 김용민 브리핑 토요판에 실린 [최동석 칼럼]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1119토①] "박근혜 퇴진" 89% ... '샤이' 박근혜는 없다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지난주 토요일(2016-11-12), 광화문 대첩은 장관이었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이것이 시민혁명의 시작입니다. 민주주의는 이런 혁명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2.

이제 혁명 이후가 중요합니다. 새누리당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던 인간들에게 나라를 넘겨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국가조직을 제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네트워크형 수평구조로 조직을 설계하는 몇 가지 원칙을 살펴보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들에 의해 실현되지 않습니다. 역사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아니 오늘의 우리 정치현실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행태를 보더라도 정치인들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면 시켰지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그들은 정치적 이해타산 속에서 잔머리만 굴리는 사람들입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지 정치인들의 몫이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권세와 이권과 명예를 차지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나아갈 뿐입니다.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사기꾼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권력을 한 손에 거머쥔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랬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랬습니다. 박근혜의 만행은 온 천하에 드러났고, 그 아버지 박정희도 자신의 개인적 권세와 이권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만행을 저지르다가 부하의 총에 맞아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시민들이 깨어있지 않을 때, 역사는 이렇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3.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머슴으로 뽑아서 나라 살림을 맡깁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머슴으로 있었던 10년간은 정말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했었습니다. 이 두 머슴들은 이명박이나 박근혜처럼 권세와 이권을 챙기는 사기꾼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이런 대통령을 머슴으로 부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행운이었습니다.    

                      

박정희가 가한 온갖 역경을 극복해온 인내심의 상징인 김대중, 그는 새누리당 사람들이 나라를 파산의 지경으로 몰고 간 외환위기 사태를 우여곡절 끝에 거뜬히 해결했습니다. 고졸 출신의 인권변호사 노무현은,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 거들먹거리는 변호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민한 사람이었습니다. 기득권층은 그의 학벌 없음을 비아냥거렸지만, 그 모든 난관을 잔머리 굴리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는 정치판에서 돌파력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가져다주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단숨에 없애버렸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그런 똑똑한 대통령들을 머슴으로 두고 살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4.

시민들은 10년간이나 이런 행운을 경험했었기 때문에 이명박과 박근혜를 최악의 사기꾼들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그 10년 동안, 안타깝게도 재벌과 기득권층은 더욱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통계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도 최상위 0.1%의 재벌과 재벌비호세력은 정치권력을 포획해버렸습니다. 이 시기에도 경제적 이권의 상당 부분이 최상위 0.1%에게 돌아갔다는 말입니다. 이명박, 박근혜와 같은 사기꾼들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최상위 0.1%가 모든 권력을 좌지우지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서로 짜고 조직적으로 범죄행위를 저질러 왔습니다. 


5.

한국형 부정부패와 비리구조는 최상위 0.1%에서 비롯됩니다. 이들이 모든 이권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그런 부정부패를 눈 뜨고 뻔히 보면서도 막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국가경영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조직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고, 그 근본 이유는 인간에 대한 관점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을 설계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을 그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수단적 존재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인간은 조국을 위해 태어나는 것 아닙니다. 인간은 삶을 위해 태어났고, 자유롭고 평등한 환경에서 타고난 재능을 맘껏 발휘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인간 이해는 칸트와 그 이후의 수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확인되었습니다. 서양은 이들의 철학적 사유에 근거하여 국가조직을 설계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조선 성리학은 어떻습니까? 서양에 못하지 않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의예지를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선비정신을 갖춘 인간상을 소망해왔습니다.


6.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는 곧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라고 전제하고 국가조직을 설계했어야 합니다. 국가의 관점에서 조직을 설계하지만, 그곳에서 인간의 관점에 구멍이 뚫리면 인간의 존엄성은 삽시간에 무너집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누구로부터도 어떤 환경으로부터도 억압당하거나 구속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논의할 때는, 반드시 인간의 내면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명심해야 합니다. 선행은 장려하고 악행은 억제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했어야 합니다. 


7.

우리나라 법률체계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법률가들의 일반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그들은 항상 불법이냐, 탈법이냐, 위법이냐의 여부를 가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할 정의로운 상태를 상상하기보다는 주어진 법률을 해석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8.

우리 사회에서 법률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법률은 인간 정신의 최하 수준을 정리해 놓은 그물입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서 사고하는 법률가들이 득세하는 국가는 시민들의 사고를 최하 수준으로 끌고 갑니다.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인되는 공직자들의 비도덕적 행위를 보십시오. 처벌되지 않는 선에서 저지르는 저 비합리적이고도 반인륜적인 행태를 보십시오. 점쟁이와 무당에게 국정을 넘겨버린 박근혜를 처벌하지 못하는 저 멍청한 법률체계와 그 틀에 얽매여 있는 법률가들과 정치인들을 보십시오. 칸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이성은 자연적 본능을 훨씬 능가하며, 그 기획력은 한계를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법률가들 대부분은 인간의 이성이 가지고 있는 저 고결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9.

우병우, 김기춘 같은 저열한 법률가들이 대거 고위공직을 맡는 바람에 국가를 막장까지 끌고 왔습니다. 인간의 고결한 정신능력은 법률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훌륭한 법률가들은 역사와 철학에 깊은 조예가 있으며 그런 사유 능력을 바탕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획력을 무한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 법률가들은 그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정신적 가치와 도덕적 상상력에 충실합니다. 그러나 이런 법률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10.

그래서 최상위 0.1%는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모든 이권을 자신들에게 귀속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는 그리고 시민들은 그것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법률가들이 대거 고위공직을 맡고 있었지만, 불법과 부정부패는 오히려 더 증가했습니다. 국가는 완전히 최상위 0.1%를 위해 존재하는 셈이 되었고, 나머지는 그들의 은혜와 선처를 바라면서 살아가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11.

소위 진보진영으로 자처하는 세력에게는 실망스러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영민하고 통찰력이 있는 대통령을 머슴으로 부리면서도, 국민은 범죄 집단화된 최상위 0.1%를 해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더 많은 이권이 돌아가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12.

이것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해야 합니다. 새로운 공화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사조직론적 사고에 기초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분권화된 자율조직으로 국가조직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분권화된 자율조직을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라고 합니다. 이렇게 조직을 설계할 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13.

첫째, 권한을 모든 공직자에게 골고루 배분해야 합니다. 특정인이나 소수의 사람들에게 몰아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분권화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분권화된 자율조직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전 칼럼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것처럼 모든 직무의 어카운터빌리티, 즉 성과책임 또는 설명책임을 명확히 정의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국가조직설계에서 각 직무 담당자들이 자신의 어카운터빌리티를 잘 감당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개판이 된 것은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틀어쥐도록 국가운영시스템을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대통령만 직선제로 뽑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87년 헌법을 만든 분들이 인사조직론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30년 동안 청와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14.

둘째, 모든 공직자에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는 의무(obligation to dissent)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것을 반대권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분권화된 자율조직의 두 번째 원칙입니다. 반대권은 법률용어지만 인사조직론에서는 불합리한 사안에 대하여 반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불합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 사안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것을 라틴어로 쿠이 보노(cui bono)’의 원칙이라고도 합니다. 직무담당자들은 이 결정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항상 질문해야 합니다.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결정사안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았을 때 그것에 동조한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누구라도 반대의견을 내야 하며, 그 의사결정과정을 문서로 기록·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우리 법률체계에는 이런 자율적 판단의 원칙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가 부패하게 되면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동시에 부패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맙니다.     


16.

셋째, 어떤 의견에 반대의견이 제출되면 토론을 통해 합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합의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분권화된 자율조직의 세 번째 원칙입니다. 합의되지 않은 사안은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명령하거나 그 결정을 밀어붙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공동결정의 원칙이라고도 합니다. 이전 칼럼에서 몇 차례 언급했던 스칸디나비아 모형과 게르만 모형을 채택하는 나라들은 이 원칙을 아주 철저하게 지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노사분규가 거의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예 공동결정법이라는 일반법을 제정해서 모든 조직에서 개인의 의사가 일방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았습니다. 늘 토론하고 합의하라는 것이지요.      


17.

이러한 세 가지 조직설계 원칙은 협동조합의 설계 원칙이기도 합니다.         

                 

스위스연방공화국은 80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협동조합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모델의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조직설계의 기본원칙들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정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최상위 0.1%가 국가를 전방위적으로 포위해서 이권을 탈취했습니다. 심지어 그 이권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머슴들을 선출해놓았더니, 이 머슴들이 그들과 결탁해서 한통속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국가경영을 위한 인사조직설계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는 말입니다.     


18.

그 실패의 결과는 참혹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비극입니다. 87년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에 집중하느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시대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에는 약점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약점을 이용해왔습니다. 최상위 0.1%의 재벌과 그 비호세력들이 있습니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공신들이 있습니다. 박근혜를 호위하고 옹호하면서 온갖 단물을 빨아먹은 환관 내시들도 있었습니다. 박근혜의 육체와 영혼을 사로잡고 온갖 이권을 챙긴 무당과 세도가들도 있습니다. 이 무당과 세도가에게 줄을 댄 재벌 오너들과 그 경영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고 코앞의 권력에 아부하는 부패한 성직자들이 있습니다. 국가의 사정권력을 불의하게 사용한 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저 성난 시민들이 만든 촛불이라는 단두대 위에서 종말을 맞아야 할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은 유럽의 혁명기에 등장한 단두대와 같습니다. 촛불이라는 단두대 위에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서구의 현대문명은 단두대가 상징하는 혁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민혁명, 종교혁명을 일으켰던 유럽인들은 오늘날 그 혁명 자체가 그들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민중을 짓밟았던 지배층을 단두대에 올려 목을 잘랐습니다. 그 피가 강물이 되어 흘렀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단두대는 지배층을 벌벌 떨게 만들었습니다. 다시는 누구도 억압할 생각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19.

오늘날 유럽인들은 공직자가 되면 누구나 마음의 단두대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큰 역할을 맡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큰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서민들의 범죄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히 수사하고 더욱 엄중한 처벌을 내립니다. 이것이 유럽인들의 삶의 규범이고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오랫동안 분권화된 자율조직으로 국가를 운영해 왔기 때문입니다.     


20.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독일 연방대통령이었던 크리스티안 불프의 사례입니다. 연방대통령은 별도의 대통령궁에서 근무하며, 국가의전서열이 1위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입법 사법 행정업무에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형식상으로는 총리와 장관들을 임명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인물이 의회의 선출을 통해 취임합니다. 현직 대통령이었던 크리스티안 불프가 니더작센주의 총리로 재직하던 중에 기업인 친구와 함께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휴가지의 호텔 비용 90만 원 정도를 그 친구 기업인이 지불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크리스티안 불프는 친구 간에 있었던 일이고 주 총리로서 친구인 사업가에게 사업상의 어떤 특혜도 베푼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노버 지방검찰은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불프가 현직 대통령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서 검사가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대통령 직무정지 처분을 법원에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크리스티안 불프는 대통령직을 사임했습니다. 검찰은 크리스티안 불프의 과거 행적을 먼지 하나 남김없이 다 털었습니다. 2012년 2월, 휴가비용 지출 의혹뿐만 아니라 자택과 관련하여 은행으로부터 대출금리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부인의 자동차 구입 과정에서 그 회사로부터 5만 원짜리 모형 장난감 차를 선물로 받았다는 등의 혐의를 근거로 검찰은 크리스티안 불프를 하노버 지방법원에 기소했습니다.      


21.

이 사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2년간의 재판 끝에 2014년 2월 하노버 지방법원은 불프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사는 불프가 공직을 이용하여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으며 친구인 사업가의 호텔비 지출도 사업상의 뇌물거래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크리스티안 불프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했지만 그의 정치인생은 거기서 끝나고 말았습니다. 많은 독일인들은 재판 결과를 보고 검찰이 너무 심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사건은, 독일인들에게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 단 한 톨의 허튼수작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습니다.     


22.

이런 수준의 민주주의는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 법률체계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국가조직을 분권화된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으로 설계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됩니다. 이 분권화된 자율조직(DAO)야말로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가져옵니다. 분권화된 자율조직(DAO)으로 만들지 않으면 생산성도 창의성도 국가경쟁력도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분권화된 자율조직(DAO)만이 최상위 0.1%의 불법적 카르텔을 해체시킬 수 있습니다. 이 카르텔을 해체해야 하는 이유는 불법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억압하기 때문입니다.     


23.

자, 이제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일으킨 시민혁명 이후에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설계해야 합니다. 국가조직 설계의 기초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세 가지 설계원칙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반복해봅니다. 첫째, 분권화의 원칙, 이것은 권력과 권한을 수평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어떤 사람에게도 더 많은 권력을 주지 않는 원칙입니다. 둘째, 반대권의 원칙, 이것은 누가 이득을 보는지 물어보는 원칙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소수만이 혜택을 보는 불합리한 정책이라면 누구라도 공직자들이 반대할 수 있는 의무를 갖게 해야 합니다. 셋째, 합의의 원칙, 이것은, 모든 공적 결정은 관련된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합니다. 


24.

이런 원칙들이 살아 움직이는 국가와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거대한 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을 기만하고 재벌과 결탁하여 국고를 탕진한 박근혜를 광장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박근혜를 촛불의 단두대에서 시민의 이름으로 심판합시다. 그리하여 이 땅에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세우도록 합시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언급한 세 가지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국가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The Basic Six Circles Model(BSCM)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민혁명에 의한 계층구조의 해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