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박근혜와 최순실이 아니다
2016-12-17(토) 김용민 브리핑 토요판에 실린 [최동석 칼럼]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1217토① | "특검, 뇌물죄 집중 판다… 헌재 2월 결론 가능"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최순실 스캔들의 본질은 최순실이 아닙니다. 물론 박근혜도 아닙니다. 오늘은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2.
먼저 세월호 사건을 보겠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진정한 범인이 유병언이었습니까? 유병언이 아니라는 것은 지금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겉으로는 유병언처럼 보였죠. 유병언이 세월호 침몰 사태의 실마리를 제공했을지 모르지만 직접적인 진범은 아니죠. 그럼에도 온 천지가 유병언을 잡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난리를 부렸습니다. 언론도 부화뇌동하면서 한몫을 했습니다. 유병언은 검찰 수사를 피해 도망 다니다 엉뚱한 데서 시체로 발견되었죠.
4.
사건을 은폐하는 자가 범인입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침몰에 직간접으로 개입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습니다. 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말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은폐하는 세력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사건을 은폐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그 자들이 바로 범인입니다.
5.
겉으로는 최순실이 이 사건의 핵심인 것처럼 보입니다. 최순실에 의해 놀아난 박근혜도 범죄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재판을 통해 최순실과 함께 처벌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최순실과 박근혜가 문제의 핵심일까요? 그들의 행위는 국정농단 사태의 실마리를 제공했을 뿐 사태의 본질은 아닙니다.
6.
지금까지 청문회를 쭉 본 사람들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최순실 사건의 핵심은 결코 최순실이 아닙니다.
7.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벌일가들이 이 사태의 본질입니다. 최순실 스캔들은 자본권력을 가지고 있는 재벌과 정치권력을 가진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심판했어야 할 사법권력이 삼각편대로 스크럼을 짜고 저지른 조직적 범죄행위입니다. 최순실과 박근혜는 빙산의 일각으로 겉에 드러난 것뿐입니다. 최순실과 박근혜를 처벌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바뀔 것 같습니까? 절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이것은 행위자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이며, 국가운영조직이 근본적으로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하나씩 보겠습니다.
8.
우선, 사법권력부터 보겠습니다. 법원이 얼마나 개판인지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역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역사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박근혜, 최태민, 최순실과 관련된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보면 구토가 나올 정도입니다. 박근혜와 연루된 사건들을 검찰은 몇 차례 수사를 했고 법원의 재판을 받았지만, 검찰과 법원은 얼토당토 한 결론을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묵은 것이 지금 터진 것뿐입니다.
9.
검찰과 법원은 왜 이따위로 사건을 처리했을까요? 2014년 정윤회 문건이 유출되었을 때, 그 문서에는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에 의해 국정농단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적시되었는데, 검찰이 수사를 하고도 덮어버렸습니다. 검찰은 박근혜, 김기춘, 우병우 같은 정치 권력자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10.
결정적인 증거인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jtbc에서 방송되었는데도, 검찰은 최순실을 체포하지 않고 30여 시간을 호텔에서 지내도록 방치했습니다. 증거를 인멸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준사법권을 휘두르는 검찰은 청와대의 하수인이 되었습니다. 검찰이야 그렇다고 칩시다.
11.
최근의 재판 결과를 볼까요? 넥슨의 김정주가 현직 검사인 진경준에게 126억 원의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판사는 이 사안을 무죄로 선고했습니다. 그 이유가 가관입니다. 사업가인 김정주는, 돈이 아주 많기 때문에 친구인 현직 검사 진경준에게 뇌물로 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원입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이 사례만으로도 판사들이 어느 수준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12.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기춘은 아예 헌법재판소를 가지고 놀았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장 박한철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과정에서 김기춘과 교감하면서 재판했음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그대로 적혀 있었으니까요. 고위직 판사들은 국정원의 사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국정조사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에 의해 폭로되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법원의 현주소입니다.
13.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단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사건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검찰과 법원은 권력에 굴종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 배후에 돈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13.1.
모든 국민에게 인간적 삶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사회적, 물질적, 제도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 검사와 판사들이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직업을 잃으면 안락한 삶을 떠나 풍찬노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에 권력 앞에 굴종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판사와 검사들이 겁내는 것은 결국 돈 문제입니다.
13.2.
예전에, 친구인 현직 법원장과 저녁식사를 할 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판사들이 오랫동안 법원에 근무하고 퇴직할 때가 되면 대부분 겁을 낸다고 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법률시장에 나가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의 길은 전화변론을 할 수 있는 대형 로펌의 법률 로비스트가 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법원의 고위직으로 승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3.3.
판사는 적어도 상위 1%에 드는 계층입니다. 이들마저 퇴임 후의 경제적 앞날을 걱정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라는 것을 저는 그때 확실히 알았습니다. 이것은 국가운영조직이 크게 잘못 설계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3.3.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는 최상위 0.1%가 상위 1%에게서도 빼앗아가는 처절한 먹이사슬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경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여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구조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14.
둘째, 정치권력을 보겠습니다. 국회는 원래 시민들의 의사를 대리하여 국가운영의 여러 정책들을 토론하고 시민들의 의사에 부합하도록 합의하여 결정하고 그 내용을 다시 시민들에게 브리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집단입니다. 그것이 국회의 존재 목적이니까요.
15.
그러나 국회에서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입니다. 선진국에서 이런 식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나라를 본 적이 없습니다. 시민들이 국회에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행정부에서 자료를 보내지 않으면 어떤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것이 국회의 처지입니다. 청와대에서 안 된다고 하면 사실상 국회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개개인은 매우 커다란 특권과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16.
더욱 한심한 것은, 국회의원이 검사가 아닌데 검사나 수사관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증인들을 위협하고 윽박지르는 것 외에는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원래 정책토론을 하고 입법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국회였으니까요. 시민들이 제보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중에 증인들이 위증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그냥 넘어갑니다. 위증으로 처벌받은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7.
범죄사실을 밝혀내는 일은 국회의 기능이 아니고 검찰이 할 일입니다. 검찰이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정치적 범죄는 검찰이 아예 손도 대지 못합니다. 박근혜·최순실 사건의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어서 특별검사를 임명했지만,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18.
박영수 특검팀이 제대로 수사했는지의 시금석은 삼성의 이재용을 뇌물죄로 기소하여 법원으로부터 감형이 없는 10년 이상의 형을 받아낼 수 있느냐입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삼성은 빠져나갈 것입니다. 삼성은 우리 사회의 성역이 되었으니까요.
19.
2005년에 터진 삼성 X파일 사건을 아는 사람들은 삼성의 행태에 경악했습니다. 삼성이 불법을 저지르는 과정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삼성 일가의 범죄사실은 사라지고 그 사실을 밝힌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만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검찰이고 법원입니다. 권력을 가진 정치권이 그들을 하수인으로 부렸기 때문입니다.
20.
박근혜·최순실 스캔들 같은 엄청난 범죄가 벌어졌음에도 정치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질 뿐,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한심했습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230만 개의 엄청난 촛불을 보자, 그제서 마지못해 역풍을 맞을 까 봐 탄핵안을 가결했을 뿐입니다. 시민들이 촛불을 놓으면 이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또다시 유야무야 될 수도 있습니다.
20.1.
저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믿지 않습니다. 탄핵안이 가결이 되자, 정치판에서는 벌써 개헌을 해야 한다는 정치모리배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유리한 방식으로 개헌을 해서 권력을 잡아보려는 속셈이 뻔히 보입니다. 이것은 우리 정치판이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뜻입니다.
20.2.
어쩌다 이렇게 사법권력과 정치권력이 한 몸이 되었을까요? 그것은 돈 때문입니다. 최순실 스캔들의 본질은 돈을 먹는 데 있습니다. 박근혜도 수십 년 간 영남대 재단에서부터 최태민과 함께 돈을 빼먹었습니다. 그들은 돈과 관련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명박도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 처절한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21.
그래서 세 번째로 자본권력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자본권력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박정희 독재정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우리 사회가 미국식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로 편입되는 바람에 자본의 재벌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최상위 0.1% 중에서도 그 핵심을 이루는 재벌일가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게 되었습니다. 재벌일가는 자신들의 뜻대로 최상위 정치 권력자들을 조종해왔습니다.
22.
이번 국정조사과정이 없었더라도 재벌일가의 불법적이고 비합리적인 행태가 어떤 것인지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재벌 3세, 4세들은 스스로 어떤 사업을 해본 적도 없고, 어떤 혁신을 이룩해 본 적도 없는 상속받은 자들입니다.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며 시민들의 보편적인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세상이 온통 자신들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돈이 그들을 그렇게 멍청한 괴물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23.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재용을 보면, 저렇게 멍청한 인간이 그렇게 큰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을 겁니다. 그의 답변 속에서 삼성을 운영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답변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모른다, 송구하다, 열심히 하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수백억 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빼돌려졌는데, 그런 것은 임원들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회사 운영을 그 따위로 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다 알고 있습니다.
24.
삼성 임직원들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최순실에게 수백억 원을 주었다는 점, 그것이 박근혜에게 포괄적으로 뇌물이 된다는 점, 그 대가로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이재용의 회사 지배력을 높였다는 점을 시민들이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25.
재벌일가에서는 이런 짓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런 정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이제 무덤덤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재벌일가가 정치권력을 포획했고, 정치권력은 사법권력을 포위해서 서로서로 상대의 패를 보여주면서 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시민들이 이 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26.
만약 유럽의 어느 선진국에서 이재용과 같은 범죄행위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대략 수십 년 징역형에 처해졌을 것이고 그 재산의 대부분은 몰수되었을 겁니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경제가 망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재용 일가가 망하는 것뿐입니다. 이재용이라는 멍청한 괴물 같은 존재를 조직의 정점에 올려놓고 호가호위하는 일부 임원들은 삼성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면 삼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근혜와 그 일당이 물러나면 국정운영이 정상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27.
이제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자본권력, 정치권력, 사법권력이라는 삼각편대가 스크럼을 짜고 시민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습니다. 최상위 0.1%는 스스로 자정 될 수 있는 집단이 아닙니다. 이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해방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하지 않고 내려오는 악습입니다. 박근혜와 최순실을 처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28.
시민들의 촛불은, 바로 이 악의 삼각편대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이 삼각편대의 해체가 바로 분권화된 자율적인 조직인 DAO를 실현하는 출발점입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민족에게 내려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절대로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맙시다. 이 혁명의 기회를 놓치지 맙시다.
다음 시간에도 분권화된 자율적인 조직, 즉 DAO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