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최동석 칼럼
by 최동석 Dec 24. 2016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만들어낸 괴물들

-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

2016-12-24(토) 김용민 브리핑 토요판에 실린 [최동석 칼럼]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1224토① | "반기문, 박연차 불법자금 수수"…공소시효 남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만들어낸 괴물들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최근 우연히 어느 일간지 논설위원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주제는 자연스럽게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미래지향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모아졌습니다. 특히 우리는 독일 나치 정부의 만행을 이번 사태와 비교해보면서, 우리에게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인들의 반성적 성찰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다루었습니다.      


2.

가끔 언론인들과 대화하다 하다 보면, 그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인식의 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논설위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계급질서로 유지되는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류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 고위 공직을 맡아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시민들이 따라오는 구조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3.

그러니까, 박근혜 사태에 대한 언론인들의 문제의식이라는 것도 아주 단순합니다. 고작해야 박근혜처럼 무능하고 최순실처럼 사악한 집단이 권력의 자리로 올라가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똑똑한 사람들이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영미식 사고방식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인들이 어떻게 나치 정부의 과오로부터 완벽하게 탈출하여 오늘날과 같은 사회를 만들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박근혜 사태를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칼럼으로 제시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4.

그래서 잠시 19세기 프로이센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제2차 세계대전 후 오늘날의 합의제 민주주의, 그리고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제도에 대해 잠시 설명했습니다. 그는 놀랍다고 했고, 독일 사회가 그렇게 운영된다는 사실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그의 이력을 찾아보니 영국에서 공부했고 뉴욕 특파원과 런던특파원을 지낸 소위 언론계 엘리트그룹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어떻게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

그는 국가운영모델에 영미계열의 앵글로색슨 모형과는 전혀 다른 유럽의 게르만 모형과 스칸디나비아 모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세계는 모두 영미식의 조직운영 모형만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정보와 지식의 결핍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6.

그 대화 내용의 핵심을 정리해보겠습니다.      


6.1.

첫째, 독일인들은 나치의 독재정부와 그 잔혹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그 부역자들을 다섯 등급으로 분류하여 처벌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박근혜·최순실 사태의 진실을 밝혀서 그 부역자들을 경중에 따라 철저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불법적인 모든 과거 행위를 청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6.2.

둘째, 독일은 다시는 독재정부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한 민주주의를 실현했습니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 이념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모든 시민 개개인이 주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무상교육, (거의) 무상의료, (거의) 무상주택 정책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이런 최소한의 조치가 곧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고 오늘날과 같은 경쟁력을 갖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도 독일처럼 모든 시민들이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6.3.

셋째, 독일의 민주주의는 분권화된 자율적인 조직, 즉 DAO를 실현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제도를 마련한 것이죠. 그 논설위원에게 DAO를 설명해 주었음에도 그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이긴 합니다. 적어도 이 칼럼을 계속 청취했던 분들은 DAO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설명할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6.4.

넷째, DAO를 실현하려면 의회민주주의와 함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독일은 직접민주주의에 버금가는 지역별 비례대표식 정당명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스위스는 의원들이 설사 시민의 의사에 반하는 입법을 하더라도 시민들이 그것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회민주주의가 시민의 뜻을 거스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시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같은 게르만 모형을 채택한 나라들의 특성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국가조직이 DAO경영철학에 의해 운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7.

이 네 가지를 실현하면,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자본권력, 정치권력, 사법권력이라는 악의 삼각편대를 자연스럽게 해체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국가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8.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재벌의 자본권력, 국회와 청와대의 정치권력, 엉터리 재판을 해왔던 사법권력의 삼각편대가 국민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그것을 방치해왔습니다. 이는 정치인들과 법률가들이 재벌일가에 포획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이 최상위 0.1%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들은 서로 먹이사슬 관계를 형성해왔습니다.      


9.

여기에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통용되고 있습니다. 사법권력은 정치권력에 예속되고, 정치권력은 다시 자본권력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자본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본권력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입니다.      


10.

자본권력은 인간의 잘 살고자 하는 욕망에 소구 하기 때문에 거역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자본의 본질은 인간의 삶을 위한 수단이지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본이 인생의 목적이 되도록 모든 환경조건을 조성해왔습니다. 교육, 언론, 종교 등 모든 영역이 자본에 포획되어 있습니다. 교육은 시장경제에 내팽겨져 있고, 언론은 재벌에 종속되었습니다. 종교는, 특히 대형교회들은 부자들의 사교모임이 되었는데 이곳이 부패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11.

그런데 이런 현상은 이승만, 박정희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민의가 정치판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도록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들 스스로 많은 특권과 특혜를 누려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명예와 위세에 쩌는 국회의사당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재벌들의 불법적인 로비를 받으면서 자신들만을 위한 잔치를 벌여왔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법률은 대부분 시민들의 삶과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재벌들의 자본축적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증거는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나날이 시민들의 삶이 궁핍해지고 있지만, 재벌일가의 자본축적과 갑질과 횡포는 나날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시민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입법활동을 해왔다는 증거가 이것보다 더 확실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들은 재벌의 사주를 받아 입법해왔음이 분명합니다.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10년 동안 재벌일가의 자본축적은 늘어났지만, 일반 시민들의 삶은 나날이 위축되었기 때문입니다.     


12.

멋진 말로 하자면, 자본권력의 힘은 갈수록 커져 정치권력을 완전히 포획해버렸습니다. 심지어 재벌일가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국가경제에 공헌했다는 이유로 처벌이 경감됩니다. 국가경제를 좀먹어온 자들인데도 말입니다. 일반 시민들과는 전혀 다른 잣대의 법률이 적용됩니다. 지금 야당의 대권주자들이 대통령이 되면 이런 상황이 바뀔 것 같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13.

왜 나라가 이 꼴로 진행되어 왔을까요? 이것을 독일 현대사와 아주 단순하게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승만(1875~1965) 초대 대통령은 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1876~1967) 초대 총리와 비교해야 합니다. 한 살 차이로 연배가 비슷하고 초대 정부 수반이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승만은 독재정부의 기초를 놓았지만, 아데나워는 민주정부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그 후 박정희(1917~1979) 대통령은 독일의 빌리 브란트(1913~1992) 총리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서로 네 살 차이로 연배도 비슷하고 두 번째 정부의 수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는 이승만보다 더 강력한 독재정부를 운영했고, 연예인과 여대생을 끼고 술 미시다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브란트 총리는 콘라트 아데나워보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구호를 실천함으로써 동서독 통일의 기초를 놓았을 뿐 아니라 오늘날 제4차 산업혁명을 독일이 선도할 수 있도록 그 혁명의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분권화된 자율적인 조직, DAO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14.

이승만과 콘라트 아데나워, 박정희와 빌리 브란트. 이들은 정확히 같은 시대를 살면서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정부를 운영했습니다. 그 원인은 아주 복잡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아주 다양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역사적, 문화적, 사상사적, 기질적 원인 등 다양한 이유가 나왔습니다.      


15.

그러나 저는 오늘 이런 다양한 원인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독일인들은 상명하복의 위계적 질서를 끊임없이 분권화된 자율적인 수평적 질서로 전환해왔기 때문입니다.     


17.

박근혜·최순실·김기춘·우병우... 이들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만들어낸 괴물들입니다. 그러므로 상명하복의 계급질서를 혁파하는 것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2002년 붉은 악마,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2016년 광화문 대첩은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지만, 자율적으로 광화문에 나왔습니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다음날 새벽의 거리는 더 깨끗해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분권화된 자율적인 조직, 즉 DAO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기질을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방식으로 특권층에게 조직설계를 맡기는 바람에 시민들이 지금까지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이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DAO를 설계할 때입니다.      


18.

오늘 토요일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김제동의 만민공동회에서부터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까지 다양한 행사가 진행됩니다. 오늘도 광화문 광장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아닌 분권화된 자율적인 조직, 즉 DAO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keyword
magazine 최동석 칼럼
인간은 더 이상 자원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진 경영학도입니다. 인간을 자원으로 간주하여 더 많은 성과를 내려고 하면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성이 떨어집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