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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Mar 27. 2017

자기기만의 사회, 자기기만의 정치

세월호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2017-03-27(월)_자기기만의 사회, 자기기만의 정치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지난 시간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다루었습니다. 인간 이성의 합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추론적 사고를 통해 자기입법의 원리가 실현되었을 때 인간의 존엄성이 표출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즉, 도덕적 자율적 주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인간은 개·돼지와 다른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존엄성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인간은 자기인식을 통해 스스로 반성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칸트는 인간의 내면에 디폴트로 각인되어 있는 순수 이성이라고 했습니다.   


2017-03-24(금) 침몰했던 세월호가 인양되었습니다. 그렇게 인양할 수 있었던 것을 왜 지금까지 못하고 있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인양되어 올라오는 장면을 볼 수 없었습니다. 2014-04-16, 세월호가 침몰되기 전 6개월 전, 2013년 10월 저는 그 배를 탔고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처럼, 인천항을 출발해서 밤새 항해하여 아침 녘에 제주항에 도착하는 경로였습니다. 제주 강정마을 아이들을 위한 평화의 도서관을 위한 자원봉사로 다른 분들과 함께 그 배를 탔습니다. 처참하게 망가진 세월호가 떠오른 것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저의 생각을 주로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있는데도 그날은 페이스북에 세월호 사진도 올릴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메이고 말을 할 수도 없었고, 자판을 두들길 힘도 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여성호르몬이 내 육체를 더 압도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날은 사실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가 떠오르자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들이 복받치면서 그토록 참혹해진 세월호를 다시 볼 수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2.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집단적인 자기기만 현상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의 자기기만(自己欺瞞, self-deception) 현상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자기기만은 심리학적인 주제일 수도 있고, 철학적인 이슈일 수도 있지만, 인사조직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자기기만 현상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3.

자기기만은 자기와 기만이라는 개념이 합쳐진 용어입니다. 자기라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총체로서 전체 정신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에고(ego)라고 부르는 자아는 다른 개념이죠. 자아는 의식의 중심으로서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발달하고 분화하거나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의식은 무의식에 심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식만으로는 인간 정신의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100년간의 심리학 발달과정에서 분명해졌습니다.     


4.

그런데,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자기기만이라는 현상이 왜 나타나느냐는 겁니다. 자기기만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요.                      

    

기만은 타인을 속이는 일종의 거짓 행위입니다. 이 거짓말은 타인을 해코지하는 행위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지만 그냥 재미 삼아하는 거짓말도 꽤 있습니다. 예능프로에 나와서 떠드는 연예인들의 에피소드가 대부분 그럴 것입니다.


선진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자기기만 현상이 적게 나타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선진국에는, 굳이 자기기만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5.

우리 사회가 자기기만으로 가득 찼다는 느낌을 주는 사건들이 거듭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나라가 위선과 거짓말, 위세와 억압의 현상이 점점 커졌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용산참사였습니다. 자본권력에 대드는 사람들에게 공권력은 쓴맛을 보여주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예 나라 전체가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세월호 참사였습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보다 더 심각한 사건일 수도 있었는데, 권력의 힘으로 사태의 진실을 덮었고, 제도적 억압과 기만으로 눌러버렸습니다.      


6.

권력이 진실을 덮어버리려고 할 때, 그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수많은 공직자들이 있었겠지만, 그들은 자기기만 상태에 빠져 진실을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 4·3 학살, 광주 5·18 학살은 권력에 대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는 이런 학살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학살의 현장을 경험한 우리 민족은 권력에 굴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고, 이런 굴종이 몸에 배어있어 민중은 혁명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이제 박근혜를 파면함으로써 작은 승리감을 맛보았지만, 이것은 앞으로 일어날 거대한 혁명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7.

기만행위가 타인을 향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이루어지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자기기만은 사실 형용모순의 용어처럼 보입니다. 자기를 자기가 잘 알고 있고, 그런 자기를 스스로 속여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상황이 되었거나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다면 자기기만의 상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이익이 없거나 어떤 억압이 없음에도 자기기만의 현상이 우리나라의 인사조직에는 매우 많이 나타납니다. 이 자기기만 현상은 구조와 시스템을 고쳐도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8.

기만의 특징은, 기만하는 자는 기만의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기만당하는 자는 그 내용을 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인다는 말은, 기만하는 주체와 기만당하는 주체가 동일인이라는 데 놀라움이 있습니다. 동일인이 기만하려는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모르고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기기만 현상은 잘 일어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죠. 기만당하는 사람은 그 기만 내용을 알게 되면 기만당하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자기기만은 그 사람의 내면으로부터는 그 원인을 잘 파악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9.

이런 기막힌 현상이 도대체 왜 나타날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리학적인 접근과 철학적 대안을 알아보고 인사조직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0.

자기기만 현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접근방식은 프로이트의 학설을 따르는 것인데요. 인간 의식의 심층에 억압과 방어의 본능이 있는데, 이것이 활동하여 무의식적으로 자기기만적 행위를 한다는 것입니다. 표층에 있는 자아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활동을 하지만, 이들을 검열하고 통합하는 초자아가 작동하는 경우에는 자기기만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해석입니다. 뭐, 그럴듯합니다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하병학, 자기기만의 현상학, 431쪽 참조)     


11.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자기기만은 정신병리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와 실존의 분열적 현상으로 설명했습니다. 인간의 존재방식은 자유입니다. 그것도 절대 자유인 상태여야 합니다. 그러나 사물의 존재방식은 그 존재 목적인 본질을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여기 물컵이 있습니다. 물컵은 물을 담아서 내가 그 물을 잘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존재 목적을 달성하는 사물이죠. 그것이 본질입니다. 따라서 사물은 본질적 존재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본질적인 목적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실존적 존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물컵을 포함한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본질적 존재물의 목적과 가치와 의미를 인간이 규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지닌 실존하는 존재로서 그 자유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입니다.      


12.

그러므로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과 인간이 존재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인간은 확정된 고정된 세계에서 벗어나 확정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 초월적 세계, 이상적 세계로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실존입니다.     


13.

그런데 그런 실존적 존재가 어떻게 자기기만을 하게 되느냐 하면, 자기 자신이 누리는 무한한 자유를 포기하고 자신의 역할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여 고정시킴으로써 자신의 역할이 곧 자기 자신인 것처럼 사물화 됩니다. 인간이 생각 없는 사물처럼 고정됨으로써 무한한 자유로부터 도피하게 됩니다. 이러한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곧 자기기만이라고 사르트르는 해석했습니다. 사르트르의 이러한 해석은 박근혜와 그의 일당들의 예를 통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14.

박근혜는 우리나라에서 무한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역할에 자신을 고정시키고 그 권력이 주는 무한한 자유에 대한 책임을 포기함으로써 자기 스스로를 기만한 것입니다. 황교안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어떤 권력을 누리느냐에 집중했을 뿐 자신이 감당해야 할 자유를 포기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사물처럼 고정시켰습니다. 좀비 같은 존재가 되어 자기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친박단체들도 비슷합니다.     


15.

세월호 참사는 인간에게 주어진 무한한 자유를 버리고 사물처럼 굳어버린 좀비 같은 존재들에 의해 벌어진 현상이었습니다. 해경, 해수부, 청와대 등 직간접으로 관련된 공직자들은 세월호 참사가 갖는 이 시대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지닌 실존적 존재로 행동하지 못하는 자기기만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들이 사건을 조작했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방해했으니까요. 권력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물 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자기를 스스로 기만한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4대 강 사업을 했던 공무원들과 그 사업을 찬양했던 학자들을 생각하면 정말 그들이 영혼이 있는 사람들일까 싶습니다. 자기기만에 능한 존재들이었습니다.     


16.

이제 인사조직론적 차원에서 자기기만 현상을 보겠습니다. 저는 경영컨설턴트와 경영실무자로서 많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자기기만은 외부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의 내적 성찰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사조직론에서 자기기만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17.

자기기만의 외부조건이란 계급구조로 운영되는 조직을 말합니다. 위계질서로 꽉 잡힌 조직문화에서는 자기기만이 일상적으로 나타납니다. 명령과 통제, 지시와 복종, 억압과 착취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조직구조를 수평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치유할 수 있습니다. 수평조직으로 만드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말이지 이 조직설계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조직에 가든지 자기기만 현상이 만연해 있습니다. 생산성과 창의성이 높을 리가 없죠. 


18.

내적 성찰의 결핍은 인사론의 관점에서 리더십과 역량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시킬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치유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경영자 본인의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기기만의 함정에 걸려들면 거기에 빠져나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박근혜, 김기춘 같은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반성적 성찰은커녕 모든 범죄를 타인에게 전가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이런 자기기만의 상태에 빠진 사람인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

우리는 앞으로도 선거를 통해 수많은 대리인들을 선출해야 하는데, 자기기만 현상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하고, 이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박근혜나 이명박을 뽑은 것은 참으로 어리석었습니다.      


19.1.

인재 선발에도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팁은 사람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명박은 현대건설에서 했던 짓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똑같이 했습니다. 박근혜는 영남재단에서 했던 짓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똑같이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약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를 보면 됩니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그들의 과거를 찾아보십시오. 공직자로서 어떤 성취를 이룩했는지를 보면 됩니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들은 그만큼만 일하게 될 것입니다.      


20.

그게 왜 그런지 학습하는 기회를 작년 가을에 이어 이번 봄에도 마련했습니다. 역량개념과 역량진단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기초과정을 다시 개설했습니다. 4월 8일 토요일 오후부터 매주 5시간씩 4주간 연속으로 20시간짜리 <성취예측모형 워크숍>을 개최합니다.      


이 워크숍에 참석하면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나 상사의 역량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자녀양육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선 주자들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가비가 있습니다만,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즐거운 학습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숲협동조합에서 주최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본격적으로 성취예측모형의 기초개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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