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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Mar 27. 2017

박근혜 파면의 교훈

인사조직론의 관점에서

2017-03-13(월)_박근혜 파면의 교훈

인사조직론의 관점에서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지난 시간에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살펴본다고 했는데, 금요일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직무를 맡은 자를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파면시켰습니다. 오늘은 이번 사건의 의미를 인사조직론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2.

우선,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재판관들을 매우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헌법재판관들을 머슴으로 고용했는데, 이 머슴들이 일을 아주 잘한 것이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잘못했으면 비판하여 바로잡도록 하면 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3.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국민이 마음을 아주 졸였습니다. 사법부의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자들이 모여 있는 우리나라 사법부는 놀랍게도 그 질적 수준이 아주 낮습니다. 사법부의 저간의 행태를 보면 엉뚱한 판결이 자주 나오곤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벌과 관련된 판결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한 둘이 아니었죠. 국민은 사법부의 흑역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뢰할 수 없는 거죠.     


4.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통계를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OECD 통계에 의하면, 42개국을 대상으로 국민의 사법부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그중 39위였습니다. 27%의 신뢰도였습니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뿐이었습니다. 사법부를 저 지경으로 놓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인 나라는 83%의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였습니다.     


5.

최근에도 법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법원 내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 2월 전국 법관 약 3천 명에게 이메일로 ‘국제법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냈습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사법부의 관료화가 재판 독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묻는 이 조사에는 판사 500명가량 참여했습니다.      


6.

이런 법관들의 움직임을 무력화하려는 법원행정처의 어떤 조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법관들이 들고일어났고, 법원노조에서도 이번 조치는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며 인사권을 무기로 일선 법관들의 개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변과 참여연대에서도 이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05249     


7.

대법원장이라는 직무를 맡은 자가 누구냐 하면, 지금은 양승태라는 자입니다. 이 사람도 역시 주인인 국민의 머슴에 불과한 자입니다. 법관들이 자신들의 총의를 모아 사법부를 개혁하자는 것에 대해 합리적으로 논의하면 될 일을 인사권으로 찍어 누르려는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바로 박근혜류의 행태를 보인 것 같습니다.     


8.

박근혜와 양승태는 근대화된 민주국가에서는 분명히 주인인 국민에 봉사해야 하는 머슴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직무와 대법원장이라는 직무를 맡는 머슴에 불과합니다. 그 직무가 다른 머슴들의 직무보다 조금 더 무거우므로 그에 상응하는 급여와 대우를 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머슴을 상머슴이라고 부르죠.     


9.

박근혜나 양승태는 자연인으로서 그들의 신분이나 지체가 높은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귀족계급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남녀, 인종, 나이, 직위 등에 따라 서열이나 계급을 매길 수 없는 민주주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이 없습니다. 높은 사람도 없고 낮은 사람도 없습니다. 맡은 직무와 역할이 서로 다를 뿐이죠. 계몽된 근대사회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고 이 상식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정신입니다. 그 정신이 우리 헌법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그러므로 양승태는 법원에서 어떤 짓을 했길래 법관들이 들고일어났는지 그 사태의 진실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10.

헌법재판관들이 이런 계몽된 근대국가의 법관으로서 박근혜를 탄핵할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라는 상머슴이 대통령 직무를 계속 맡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상식적인 판단이죠. 칭찬할만한 판결입니다.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나라의 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법부를 비판하는 것은 그 속에 있는 머슴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국회에 있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것은 머슴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서민들을 소외시키고 재벌일가들을 옹호하는 입법 활동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총리를 비롯한 장관급 고위공직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머슴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2.

이제 인사조직론의 관점에서 이런 현상을 설명하겠습니다. 인사조직론은 모든 인간은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그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인사조직론의 존재목적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지니는 모든 머슴들은 반드시 인사조직론의 기초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13.

조직을 설계하는 출발점은 직무입니다. 봉건시대 또는 제국주의 시대에도 오늘날과 같은 직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다만 오늘과 다른 점은 홍길동이 어떤 직무를 맡았으면 그 사람이 곧 그 직무와 동일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홍길동이 예조판서라는 직무를 맡았다고 칩시다. 아주 무겁고 중요한 직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교육부 장관쯤 되는 직무니까요. 그러니까 조선시대에는 홍길동이 예조판서라는 직무를 맡음과 동시에 높은 신분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신분이란 의미는 홍길동이라는 자연인이 예조판서라는 정2품의 사회적 지위나 서열과 동일시된다는 말입니다.      


14.

그러니까 높은 신분에 오른 홍길동은 그보다 무게가 덜한 직무인 예조좌랑이라는 직무를 맡은 홍길서에게 명령하고 지시할 수 있습니다. 좌랑은 정6품에 해당하는 관직이니까요. 같은 관직이라도 예조판서인 홍길동보다는 예조좌랑인 홍길서는 낮은 신분이기 때문에 홍길동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 시대는 조직운영을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누구도 그런 계급질서 또는 신분질서에 반대하지 못했고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15.

당시에는 직무개념보다는 관직의 계급이나 서열관념이 중요했습니다. 관직을 정1품에서부터 종9품까지 18단계로 세밀히 나누어 서열화했습니다. 이 관직이 곧 신분이었습니다. 관직은 철저한 계급적 질서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16.

그러나 세계의 여러 나라가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계급관념은 사라지고 직무개념으로 조직을 다시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조직 내부에는 직무라는 것이 있고 그 직무를 조직 밖에 있는 자연인 홍길동이 계약에 따라 일정기간 조직 내부에 들어가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17.

그러니까 조직설계는 직무의 존재로부터 출발합니다. 직무가 무엇인지, 어떤 성과를 창출하는 직무인지, 그 성과는 조직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를 정의하고 기술하는 것에서부터 조직설계가 시작됩니다.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자연인 홍길동이지만, 홍길동은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 때문에 신분이나 계급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더 무겁고 중요한 직무를 맡았다고 해서 덜 중요한 직무를 맡은 사람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은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명령과 통제가 없는 직무설계가 인사조직론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17.1.

직무를 어떻게 설계해야 서로 명령과 통제의 악순환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는 차후에 시간 되는 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박근혜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라는 직무설계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이 얘기도 후일 설명될 예정입니다.     


18.

아무튼, 직무는 직무일 뿐이고, 자연인 홍길동은 그냥 자연인 홍길동일 뿐입니다. 이때부터 공과 사를 엄격히 분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무겁고 중요한 공직을 맡았다고 해도 그 사람이 사적으로 높아지거나 중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과 사가 완전히 분리되었으니까요.      


19.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시내의 Am Kupfergraben 6번지 임대주택 4층에 삽니다. 아침저녁 총리 집무실로 출퇴근합니다. 퇴근길에는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들고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일반 서민과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먼발치에서 경호원들이 경호를 하는 것만 다를 뿐이죠. 왜 관저라는 곳을 만들어놓고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왕조의 행태를 아직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20.

근대화된 국가에서는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박근혜는 공사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공직에는 아주 부적합한 사람이었죠.     


21.

근대화된 민주국가에서 공무원이란 국민이, 즉 국가가 제공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공복일 뿐입니다. 사실 우리에게도 이런 전통이 있었습니다. 머슴제도였습니다. 예전에 농가에서 주로 내려오던 전통이었습니다. 주인집에 고용되어 농가의 여러 일을 해주고 사경을 받았습니다. 제가 어릴 적 강원도에서는 새경이라고 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일해주고 연봉을 받는 제도였습니다. 이 머슴은 종이나 노비가 아닙니다. 엄연히 계약관계에 있는 노동자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일을 아주 잘하는 머슴을 상머슴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상머슴은 더 많은 사경을 받았습니다.     


22.

오늘날 공무원들은 국민이 고용한 머슴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중에서도 일을 아주 잘하는 상머슴을 뽑아서 연봉을 조금 더 주고 더 무겁고 더 중요한 직무를 맡기는 것이지요. 그것이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장 등과 같은 직무들입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국무총리, 장관, 국장 등과 같은 이름은 직무입니다. 어떤 사람에 붙어 다니는 신분상의 용어가 아닙니다. 머슴들 중에 상머슴에 해당하는 황교안이라는 자는 자신이 지체가 아주 높은 사람인 줄 아는 자입니다. 관용차를 서울역 플랫폼까지 몰고 가는 아주 몰상식한 머슴이라서 주인의 눈 밖에 난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2.1.

요즘 대화하는 것을 잘 들어보면, 장관을 한번 지낸 사람은 장관의 직무에서 벗어났는데도 그를 장관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불러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전근대적인 조선시대의 관념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3.

근대화된 민주국가에서는 하나의 독립된 자율적 주체인 자연인 홍길동, 홍길서, 홍길북, 홍길남 등이 계약에 따라 이런저런 직무들을 서로 나누어 맡아서 주인인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직자들은 국민을 위한 머슴인 것이 분명합니다.      


24.

그런데, 가끔 박근혜처럼 자신의 직무가 무엇인지 모르고 아주 멍청하기 짝이 없는 머슴들이 있습니다. 이런 머슴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직무로 전보 배치하거나 그래도 잘 못하면 퇴출시키면 됩니다. 이번 헌법재판관들의 결정으로 박근혜라는 상머슴을 파면한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25.

이 나라의 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재판관들의 판결을 환영하며 헌법재판관 여러분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온 국민이 이 여덟 명의 헌법재판관들에게 칭찬의 메시지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머슴들은 원래 주인으로부터 칭찬을 들어야 일을 더 잘한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하려던 주제인 인간의 존엄성이 표출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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