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6(월)_김용민 브리핑에 실린 [최동석 칼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지난 시간에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서열화하고 계급화하는 관행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 결과 서로 극심하게 경쟁하도록 부추기는 사회로 변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그런 경쟁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죠. 이것이 자본권력의 음모였다는 사실도 설명했습니다.
2.
그러므로 자본권력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우리 모두가 각성하여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3.
어떻게 하면, 그런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입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나라가 이렇게 되기까지 그 역사적 원인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나라를 이 꼴로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정치인들에게 있지요. 이 칼럼에서 정치인들이 왜 어떻게 잘못해왔는지를 여러 차례 설명했으므로 오늘은 관료들의 문제를 생각해보겠습니다.
4.
정치인들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력은 관료집단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자본권력은 정치인들을 포획했습니다. 자본권력에 포획된 정치인들은 관료들을 오랫동안 길들여왔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관료들은 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치인들의 이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에 물들었습니다. 그것은 재벌을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재벌이 온통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은 바로 재벌을 키워준 정치인과 관료집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5.
조선시대는 국가운영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우리가 학교에서 다 배웠습니다. 정부는 국왕과 그를 보좌하는 의정부와 육조로 구성되었습니다. 오늘날 정부형태는 조선시대와 거의 똑같습니다. 의정부는 지금의 국무총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사실상 국가원로들의 자문기구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도 국무총리라는 직무는 고유한 기능을 갖기보다는 사실상 여러 부처의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죠. 조선시대에도 그랬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직무는 구중궁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관저에서 살도록 설계했습니다. 조선시대와 동일한 구조입니다. 그러니 황교안은 대통령 직무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명패를 만들었고, 그런 시계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5.1.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베를린 시내의 Am Kupfergraben 6번지의 임대주택 4층에 살면서 총리 집무실로 출퇴근하는 것과 대조됩니다. 민주주의 시대에 왜 관저와 공관들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군국주의 시대의 권위주의 산물이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6.
아무튼, 조선시대는 이호예병형공(吏戶禮兵刑工)이라는 여섯 개의 부서에서 각각 독자적인 소관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이조, 호조, 예조라는 세 관청이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이 명칭에서 보듯이 이조(吏曹)는 예전 총무처를 포함하는 내무부와 같습니다. 국가의 모든 관원들을 선발하고 이동 발령을 내고, 그리고 인사평가까지 담당했습니다.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육조의 맨 앞에 있는 관청이었으니까요. 호조(戶曹)는 예전의 경제기획원을 포함하는 재무부와 같습니다. 국가재정을 확보하고 운영하여 국가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부서입니다. 이 부서도 돈을 다루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아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죠. 예조(禮曹)는 예전의 문교부와 같은 곳입니다.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이곳도 나머지 관청인 형조, 병조, 공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리학의 나라인 조선은 사람을 가르치고 육성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7.
이렇게 조선은 이조, 호조, 예조의 권력에 의해 유지되어 왔는데, 500년쯤 지난 조선 말기, 우리 조상들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영국의 지리학자인 이자벨라 버드 비숍의 글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비숍은 여러 차례 조선을 여행하면서 관찰내용을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여행자들은 조선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으나 러시아와 만주에 이주한 조선 사람들의 활력과 인내를 보고, 그들이 집을 치장하거나 그들의 번영한 모습을 보고 난 후에, 나는 조선 사람의 게으름을 기질의 문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조선에 있는 모든 남자들은 가난이 최고의 보신책이며 가족과 자신을 위한 음식과 옷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한다면 탐욕적이고 타락한 관리에게 노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8.
외국인으로서 당시 조선을 여행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거의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똑똑한 백성을 두고도 조선은 왜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을까요? 관원들이 백성을 억압하고 착취했기 때문입니다.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지금은 상당히 민주화되었다고는 하나, 대략 10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관원들이 시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그 못된 관행은 여전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용산 참사, 민간인 사찰,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오늘날까지 관원의 무자비한 갑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우리나라를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온 막강한 권력은 크게 보면, 세 집단으로 요약됩니다. 그 순서도 조선시대와 동일합니다. 이조 관원에 해당하는 내무관료들, 호조 관원에 해당하는 재무관료들, 예조 관원에 해당하는 교육관료들이 그들입니다.
10.
우리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온 가장 중요한 집단이 내무행정을 맡은 관료집단입니다. 정부부처 이름으로는 총무처를 포함하는 내무부 관료들이죠. 이 집단은 정말이지 조선시대의 관료집단을 전혀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선시대의 정부운영체계를 순서대로 보면, 이호예병형공(吏戶禮兵刑工)이었는데, 이조라는 관청이 바로 오늘날의 행정자치부입니다. 관료 중의 관료들이고 으뜸 관료들입니다. 전국의 모든 공무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집단입니다. 조선시대의 이조판서(吏曹判書), 이조참판(吏曹參判), 이조참의(吏曹參議)는 대단한 권력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중앙관서와 지방 관원들의 모든 인사권을 쥐고 있었으니까요.
11.
내무관료들은 지방분권을 반대하면서 중앙통제시스템을 강력하게 주장해왔습니다. 지방은 스스로 자립할 수도 없고, 시민들이 아직은 민주주의 의식도 없기 때문에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해왔던 것이죠. 말도 안 되는 주장인데, 그런 주장이 먹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2.
그러다 김대중은 지방자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기를 가지고 단식투쟁을 통해 지방자치제도를 입법하게 됩니다. 87년 체제의 헌법에는 분명하게 지방자치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지만, 그리고 그 헌법 조문에 근거하여 지방자치법을 제정했지만, 그것이 시행되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야무야 되곤 했습니다. 중앙통제를 하려는 정치세력이나 내무관료들에 맞서 시민들이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정치인들과 내무관료들의 방해로 지방자치법의 시행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1995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지방자치단체장을 시민들의 손으로 뽑게 되었습니다.
13.
내무관료들의 행태를 보십시오. 지방자치단체라는 이름이 도대체 말이 됩니까? 마치 지방에 있는 어떤 조그마한 시민단체처럼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은 그 자체로서 우스꽝스러운 겁니다. 서울시정부, 경기도 정부, 강원도 정부와 같이 명백한 정부입니다. 지방정부도 독자적인 정부입니다. 내무관료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지방정부의 위상을 무너뜨리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지방재정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운영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14.
중앙정부가 있고, 그 아래 지방정부가 있는 게 아닙니다. 서로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지방정부가 해야 할 고유한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족보도 없는 이름을 버리고 분명하게 지방정부라는 고유한 명칭을 써야 할 것입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국가운영방식과 그 태도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내무관료들이 어떤 꼼수도 쓰지 못하도록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역할분담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15.
그것은 아주 분명합니다. 조직설계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보충의 원리에 따라 운영하면 됩니다. 현대 조직설계이론에서 보충의 원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이 원리는 조직설계이론에서 조직구성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 보충의 원리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면 됩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50%씩 부담해서 균형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16.
예를 들어볼까요? 성남시의 이재명 시장은 지방정부의 책임자로서 자율적으로 시민들에게 복지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것을 못하도록 중앙정부가 나서서 방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충의 원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짓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조선시대의 관원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죠. 만약 지방정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상황, 예를 들어 천재지변이 발생했다면, 그때에 가서 중앙정부가 보충의 원리에 따라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그 외의 것에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됩니다.
17.
우리나라를 이 꼴로 만든 두 번째 세력이 재무관료 집단입니다. 옛말로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관료들입니다.
독재권력의 시녀노릇을 하던 재무관료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재벌을 키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벌이 그들의 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한국은행에 근무할 당시 80년대만 해도 재무부나 경제기획원 과장쯤 되면 재벌 회장들을 만나주지도 않았을 만큼 재무관료들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재벌 회장들쯤은 사무실 복도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재무관료들은 은행장들에게 전화해서 어느 재벌에 얼마를 대출해라 말라 할 수 있었습니다.
18.
이쯤 되면, 재벌 회장들도 바보가 아니죠. 재무관료들을 구워삶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잘 알았으니까요. 재벌과 재무관료들은 서로 공생관계로 묶이게 되었습니다. 재무관료들은 퇴직을 해도 평생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습니다. 재벌들이 뒷배를 봐주기 때문이었죠.
19.
행정고시를 붙은 젊은 사무관들은 그런 선배들의 뒤통수로 보고 배웠습니다. 이렇게 선후배들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전관예우는 법조계에만 있는 현상이 아닙니다. 전관예우는 모든 공직에 만연한데, 이런 현상이 특히 악마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재무관료 집단입니다. 이를 마피아에 빗대어 Mofi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0.
이런 마피아와 같은 재무관료들의 정신세계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재벌을 키워야 국가경제도 성장하고 자신들이 후일의 안위도 도모할 수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습니다. 여러 중소기업들을 키워봐야 자신들의 안위와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무관료들은 재벌의 덩치를 키우고 그들의 힘을 빌어서 자신들의 후일을 도모합니다. 재벌들이 재무관료들을 그렇게 길들여왔습니다.
21.
재벌이 커져 이제는 관료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재벌들은 아예 정치인들과 재무관료들을 가지고 노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재벌 회장들에게 설설 기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청문위원들은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사실상 뒷구멍으로는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들통났죠. 정치판과 관료집단은 재벌들의 손아귀에 들어갔습니다. 몇몇 정치인들이 재벌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22.
관료들은 아예 대놓고 재벌 일가를 편들고 있습니다. 재무부 관료들의 정신 속에는 재벌 이외에는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노동자, 농민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직무유기는 도를 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예 불공정거래위원회라고 부릅니다. 재벌들의 담합과 부정에 대해 눈 감고 있기 때문이죠.
23.
우리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온 세 번째 집단이 있습니다. 교육관료 집단인데요, 조선시대의 예조에 해당하는 관원들이죠. 교육관료들의 정신상태는 정말로 글러먹었습니다. 이들이 국가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온 인간들입니다. 이들은 국가가 원하는 충효의 정신으로 무장한 훌륭한 성품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진실로 조선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조화롭게 발휘되는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조선은 날이 갈수록 부정부패에 찌들어갔고, 결국은 국가존립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조선은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24.
이 칼럼을 지속적으로 들어온 분들은 알겠지만, 인간의 타고난 성품이나 기질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조선 성리학은 인간에 대해 무지했던 것입니다. 잘 바뀌지 않는 성품을 바꾸려고 무단히도 애를 썼으니 말입니다.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이 함께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악한 본성을 없애고 선한 본성만 남아 있는 훌륭한 인간으로 개조할 수 없습니다.
25.
그래서 직무설계와 조직설계를 통해 선한 본성은 드러나게 하고 악한 본성은 억제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조직이론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조직이론에서는 인간을 훌륭한 성품으로 만들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왜? 소용이 없으니까요.
25.1.
그러므로 제가 아는 한, 독일인들이 만들어낸 조직이론은 이 지구 상에서 가장 발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국가운영의 게르만 모델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면서도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기업 조직에서 계급적 질서가 없기 때문에 어떤 명령이나 통제도 없고, 서열화하여 경쟁시키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도록 하니까, 일하는 시간이 아주 적은 데도 불구하고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사조직이론가들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26.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 성리학에는 조직이론 자체가 아예 없었습니다. 조직이론이 없으니 온통 일이 잘못되면 사람을 탓했습니다. 오늘날도 조선시대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보십시오, 그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집중하지 우리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과 프로세스에서 어떤 것이 문제를 일으켰기에 이런 국가적 참사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같은 인간들은 한국이라는 사회구조와 시스템과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만들어낸 괴물들입니다. 우리는 이 괴물들을 처벌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27.
오늘날 교육관료들의 행태를 보십시오, 공교육을 지옥의 상태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들입니다. 교육부 고위 관료가 민중을 개돼지로 말했잖아요. 실수로 나온 말이라고요? 천만에. 이것은 조선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관원들의 백성에 대한 태도입니다. 하나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고결한 성리학을 줄줄 외워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이것이 조선의 두 얼굴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창의와 인성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학생들을 극심한 경쟁체제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교육관료들의 두 얼굴입니다.
28.
이런 못된 교육관료들이 전국의 모든 교육기관을 장악했습니다. 이 교육관료들이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인간의 정신세계를 장악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인데, 깨어있는 시민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리가 없죠. 교육관료들이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29.
교육관료들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할까요? 교육관료들은 정치권력에 장악된 내무관료들, 자본권력에 장악된 재무관료들의 정신상태를 공유하면서 그들의 사상과 철학에 부합하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조선시대의 이조 관원들, 호조 관원들, 예조 관원들이 했던 바로 그런 행태를 오늘날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관료들의 이 관행을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30.
자. 이제 정리해보겠습니다. 내무관료, 재무관료, 교육관료들이 집단을 이루어 우리나라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노인빈곤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출산율, 범죄율, 정부의 투명성 등 어디 하나 좋은 통계자료를 볼 수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31.
시민들은 불안해서 앞을 내다볼 수도 없습니다.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어 이민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민 가는 것도 배부른 소리입니다. 이민조차 갈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계급사회에서 최하층에 떨어진 사람들은 조선시대의 노비처럼 비참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32.
이 불안의 시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불안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선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불행이 닥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 살아갈 수 없는 환경조건 때문입니다.
33.
이 불안의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을 함께 논의하려고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 그러니까 3월 11일부터 3주간 연속강의와 함께 토론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사람숲협동조합에서 주최합니다. 우리가 서로 연대하지 않고는 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