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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Jul 27. 2017

권력을 시스템에 양도하면 된다!

합리성, 공정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2017-07-26_모든 권력을 시스템에 양도하면 된다! 

합리성, 공정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인간의 신체는 유기적 시스템입니다. 세포(cell)들이 모여서 기관(organ)이 되고 이들이 다시 모여서 유기적 시스템(organic system)으로서의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심장, 허파, 콩팥 등 신체를 이루는 모든 기관(器官)들은 각각 자율적 주체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독특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두뇌는 조금 더 중요한 신체의 기관일 뿐입니다. 두뇌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장, 허파, 콩팥 등에게 일일이 명령하거나 통제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했다간 정보 처리량 때문에 두뇌는 남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두뇌는 그런 불필요한 정보처리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 이 세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고등한 정신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사회를 위한 도덕적 규범을 세우고 자신의 삶을 그 규범에 복종시키는 의지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각 기관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건강한 생명체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각각의 하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인간이라는 생명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한다는 말입니다.


조직도 유기적 시스템입니다. 조직이라는 시스템은 더 작은 하위 시스템들이 모여 더 큰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마치 생명체처럼 활동합니다. 구성원들이 모여 부서를 형성하고 그 부서들이 모여 회사를 구성합니다. 각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독특한 역할과 책임에 충실할 때 비로소 조직은 건강한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심장, 허파, 콩팥이 서로 협력하면서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잘 감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기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권력투쟁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조직은 건강한 생명력을 갖지 못하겠지요.  


회사 조직에는 이사회(理事會, Board of Directors)와 같은 중요한 집행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기구가 있습니다. 이사회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집단으로 토의하여 합의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결의합니다. 이사회는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 존재 목적, 나아갈 방향, 추구하는 가치 등을 결정하고 그 결정사항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체로 말하자면 두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겁니다.  


오랫동안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해온 사람으로서 나의 불만은 이사회가 매우 형식적이라는 점입니다. 그 회사의 대주주나 대표이사의 의중에 따라 이사회가 사실상 허수아비 노릇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사회에서 반대의견을 내면 이사들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이사회는 사실상 독재자에 의해 운영됩니다. 이사회는 오로지 일인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이사회라는 시스템적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시스템에 양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독재자 일인이 시스템을 장악해버렸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구조가 대개 이 모양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합리성도 없습니다. 어떤 창의성도 발휘되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노동하도록 닦달하지만 정작 생산성은 선진국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권력에 뇌물을 바치면 돈을 쓸어 모을 수 있는데, 그 어려운 혁신을 뭐 하러 하겠습니까? 기업들이 혁신할 아무런 유인이 없는 사회입니다.


(주)블록체인오에스의 이사회는 의사결정방식이 기존의 회사들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누구도 이사회를 지배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재적인 지배자가 이사회를 좌지우지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디나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특히 그렇죠. 독재자가 맘대로 하지 못하도록 이사들이 저항하면 윽박지르거나 협박을 하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몰상식한 짓도 벌어지곤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회사라는 시스템은 망가집니다. 특히 구성원들의 정신세계가 피폐해지고 권력자에게 아첨하면서 무임승차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우리 회사의 이사회는 이런 적폐를 청산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이사들이 자신의 업무영역에서 성과를 창출하려면 이사회의 종합적인 토론을 거쳐 승인을 얻도록 했습니다. 각 이사들이 이사회라는 시스템에 자신의 권력을 양도한 것입니다. 그것이 《이사회 운영 및 이사의 직무수행규정》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도 이사회라는 시스템을 지배할 수 없습니다. 각 이사들은 다음과 같은 업무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1. Proposal:

각 이사들은 자신의 업무영역에서 추진해야 할 사안들을 사전에 이사회에 제안해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이사들은 제안서를 검토하여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정합니다.


2. Presentation:

제안자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합니다. 각 이사들 간의 토론을 벌입니다. 반대안이나 수정안을 낼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제안자는 자신의 업무를 추진하려면 각 이사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3. Approval:

발표와 토론은 여러 차례 반복과 수정을 거칠 수 있지만, 최종안은 반드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전원일치의 합의로 결정합니다.   


4. Progress review:

승인받은 안건은 담당 이사의 책임 하에 실행됩니다. 그 실행 과정과 결과는 중간중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당초의 승인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탈선하지는 않았는지 이사회가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혹시라도 이사회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잘 진행되고 있다면 이사회가 개입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런 업무처리 절차가 실행된다면 이사회라는 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하는 셈이 됩니다.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들과 함께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하는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는 이사들이 호선하여 1년간 대표를 맡도록 선출되었을 뿐입니다. 마치 스위스 연방정부의 대통령이 1년씩 돌아가면서 맡는 것처럼 말입니다.


감사(監事)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감사업무규정》이 이사회에서 승인되면 그대로 실행하게 됩니다. 이것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며 기본적인 조직운영의 원리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높은 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리라고 부릅니다.


합리성과 이사회의 권위


합리성이란 비율(ratio)을 계산하여 가장 적당한 것을 택하는 것입니다. 일인의 권력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그 비율은 늘 100%가 됩니다. 여기에는 어떤 합리성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각 이사들의 다른 견해만큼의 다양한 비율에서 시작하여 의견교환과 토론을 거쳐 그 비율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가게 됩니다. 서로 다른 견해들이 맞부딪혀서 더 나은 견해로 수렴하기 마련이죠. 이렇게 다중(多衆)의 지혜를 모으려면 계급장이 없는 수평상태에서 토론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마련해 주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만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우리 회사는 복수의 직원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하여 안건에 대해 직원들의 수렴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결권을 갖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결정이 합리적이 되려면 수많은 의견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며, 어떤 일인이 지배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모든 임원들이 각자의 권력을 시스템에 양도했습니다. 임원들에게는 아무런 권력도 없습니다. 임원들은 이사회라는 시스템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사회의 존재 목적은 회사의 비전, 목적, 방향, 가치를 수호하면서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충해주는 데 있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권위(authority)의 원천입니다. 각 이사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압도적인 전문성으로 직원들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직원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여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와 회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실을 말하면서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권위가 생깁니다. 이사회의 권위가 사라지면 회사는 개판이 됩니다. 주식회사에서는 그저 서로 돈 놓고 돈 먹는 싸움이 벌어질 뿐이지요.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살리는 조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회사가 아무리 성과를 강조해도 이런 합리성이 없으면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성과는 사람이 내는 것이니까요.


어느 조직에서나 합리성이 있어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정해져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합리성(rationality) → 공정성(fairness) → 투명성(transparency)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반대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투명하지 않으면 공정해지지 않으며 공정하지 않은 것은 결코 합리적일 수 없습니다.


합리성, 공정성, 투명성을 강조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것이 조직의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예측가능성은 어떤 경우에도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어느 날 예상치 못하게 깜짝 놀라는 일이 발생하거나 느닷없이 곤궁에 빠질 염려가 없다는 의미이고, 지속가능성은 대박도 나지 않지만 쪽박도 차지 않도록 비전, 목적, 방향에 따라 일관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궤도에서 일탈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궤도에서 벗어날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리스크 라고 하죠. 리스크는 언제나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합리성, 공정성, 투명성을 강조하는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예측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은 조직의 안정성, 생산성, 창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의 자기보호본능이 작동하여 사적 이익에 몰입하게 됩니다. 구성원들이 사적 이익에 몰입하면 조직이 붕괴합니다. 사적 이익 추구 때문에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그래서 기업이 붕괴하는 많은 사례를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주)블록체인오에스 초기에 시스템이 잘 마련되지 않았을 당시 매우 몰상식한 사태에 직면하여 조직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기도 했지만 구성원들의 인내와 지혜로 슬기롭게 잘 극복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시스템에 양도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회사를 더욱 튼튼한 시스템으로 작동시킬 수 있게 되고 어떤 어려움이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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