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을 위한 독일형 인사조직이론의 시사점
이 글은 경사연리포트 2021년2월호에 실린 <긴급진단> "각종 농단사태(壟斷事態)를 미연에 방지하려면"이라는 주제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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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국주의 유산은 곳곳에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법률체계는 일제강점기로부터 넘어온 것이다. 지배와 통제, 명령과 복종을 강요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조직이 피라미드형 계급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권위주의적 인사조직체계가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이 불행한 일제강점기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기관의 최상위 직무권한에 대한 규정을 보자.
정부조직법(11조) 대통령 직무: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ㆍ감독한다.
법원조직법(13조) 대법원장 직무: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일반사무를 관장하며, 대법원의 직원과 각급 법원 및 그 소속 기관의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직원을 지휘ㆍ감독한다.
감사원법(4조) 감사원장 직무: 감사원장은 감사원을 대표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하고 감독한다.
검찰청법(12조) 검찰총장 직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
총괄·지휘·감독하는 것이 직무의 존재목적이라면, 그것은 식민지에 파견 나간 총독의 직무에 해당한다. 해방된 나라에서 한국인들끼리 누가 누구를 총괄·지휘·감독한다는 말인가? 각종 농단사태는 이런 잘못된 직무설계가 근본원인이다.
일반적인 직무수행 관행을 보자. 일단 계급구조의 최상위 직무에 모든 권한을 몰아준다. 최상위 직무담당자가 정해지면 그는 자신의 권한을 하위 직무담당자들에게 배분한다. 물론 여러 규정들에 의해 업무처리절차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관련자들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최상위 직무담당자라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아무렇게나 직무권한을 배분하지 않으며 더 많은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함부로 지시·명령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하위직 담당자들은 상위직의 총괄·지휘·감독 하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위직은 상위직의 명령과 통제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과연 이렇게 설계된 조직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조직이 명령과 통제, 나아가 억압과 착취의 구조로 설계되었더라도 최상위직을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위대한 인물이 담당했다면 모르되, 폭군이나 사익을 취하려는 사람이 담당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조직 전체가 패망의 길로 가고 만다. 누가 최상위직을 맡고 있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다. 직무설계와 조직설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한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이 이런 경우다. 최근에 벌어진 검찰청과 감사원의 행태를 보더라도 직무설계와 조직설계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대통령 직선제 이외에 인사조직측면에서는 전혀 민주화되지 않았다.
독일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나치에 저항하다 살아남은 지식인들은 폐허 속에서 망연자실해 있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깊은 반성과 성찰이 이어졌다. 과거를 청산하고 나치와 결별하기 위해 부역자들을 색출하여 처벌했고 나치시대의 모든 습속을 금지시켰다. 반인도적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앴고 처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살아남은 독일 지식인들은 칸트의 이성주의 인간관에 기반하여 새로운 국가를 세우기로 했다.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을 창건했다. 기본법(헌법) 제1조 1항은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될 수 없다. 이것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다.”라는 두 문장이다. 그 이하의 모든 조문들은 이 두 문장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기본법은 모든 권력기관들에게 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본법은 권한이 가장 많이 집중된 연방총리 직무를 다음과 같은 네 문장으로 설계했다.
독일 기본법 제65조 연방총리 직무
연방총리는 연방정부운영을 위한 정책지침을 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진다.
각 연방장관은 그 정책지침 내에서 자신의 소관업무를 스스로 자기책임 하에 수행한다.
연방정부는 연방장관들 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하나의 정책안을 마련한다.
연방정부는 연방대통령이 승인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
이 네 문장은 바로 독일인의 조직설계에 관한 기본정신을 담고 있다. 그 어떤 직무에도 절대적 권한을 몰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째 문장은 총괄·지휘·감독이라는 용어 대신 연방총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직무내용과 수행방법을 정의하고 있다. 이것이 직무의 한계를 규정한 직무권능의 원칙이다. 둘째 문장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연방총리라도 연방장관들의 소관업무에 대해 일일이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소관업무의 원칙이다. 셋째 문장은 연방장관들 간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연방총리는 내각이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이 합의의 원칙이다. 넷째 문장은 연방정부가 정하고 대통령인 승인한 합리적인 업무수행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절차의 원칙이다.
이런 직무설계 및 조직설계의 원칙은 공공조직뿐만 아니라 민간조직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독일인들은 이런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인사조직이론을 개발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면서도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조직이론이어야 했다. 이를 위해 ① 분권화(decentralization), ② 자율성(autonomy), ③ 네트워크(network)라는 세 가지 기본원칙을 세웠다.
이 세 가지 원칙이 우리에게는 주는 시사점
첫째, 분권화란 어떤 경우에도 권한을 한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각 직무로 골고루 분산시킨다는 의미다. 독일인들의 경험상, 한곳에 집중된 권한은 남용되거나 부패하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권한남용과 부정부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명적이다.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분권화는 직무와 조직의 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우리의 경우, 이런 권한남용과 부정부패 현상은 권력기관에서 특히 청와대, 군대, 국정원, 법원, 검찰, 경찰, 감사원 등에서 이미 경험했고, 현재도 경험하고 있으며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 그럼에도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분권화 없이는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둘째, 분권화된 독립적인 직무는 마땅히 그 담당자에게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자율성이란 각 직무담당자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려는 의지와 환경조건을 의미한다. 어느 누구로부터도 지시·명령을 받지 않고 타고난 재능을 맘껏 발휘하면서 직무에 부여된 고유한 과제, 즉 이니셔티브(initiatives)를 수행하는 것이 곧 자율성이다. 이렇게 되려면 자신의 직무에서 오랫동안 숙련의 과정을 거쳐 통시적 지평(diachronic horizon)이 열려 있어야 하며 시대정신(Zeitgeist)을 이해하는 공시적 지평(synchronic horizon) 또한 열려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열린 두 지평의 융합은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업무추진의 핵심요건이다. 그래야 직무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성은 인간실존과 직무수행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
독일 사회에서는 모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지만, 자율이 멈추는 곳에서 강력한 타율이 시작된다. 조직설계론에서는 이 자율성이 무너졌을 경우를 대비하여 최소한 삼중방어선(三重防禦線) 개념으로 대처한다. 이 방어선 때문에 농단사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예시한다.
우리의 경우, 최상위 직무담당자 이외에는 직무수행과정에서의 자율성이 거의 없다. 나아가 정기적인 보직순환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습속 때문에 직무에 대한 인식의 지평은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 나아가 상위직의 지시와 명령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인사규정 때문에 조직혁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셋째, 네트워크란 독립된 자율적 주체인 구성원들이 생산한 모든 정보를 다른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고, 연대하고, 보충해준다는 의미다. 자율적 주체인 구성원들 간에는 자연스럽게 위계가 없는 수평구조 속에서 일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튼튼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집단지성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만들어내는 것처럼 모든 사태의 전모(Gestalt, 全貌)가 숨김없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업무수행과정에서 생산된 정보를 대내외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며, 내부 구성원들도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 서열화, 계급화, 차별화, 경쟁화가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승진하기 위해 서로 갈등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숨긴다. 상위직과 하위직 간에만 최소한의 소통이 일어나 조직 내에는 전형적인 사일로(silo) 현상이 만연해 있다. 이에 따른 조직효율성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직무설계의 중요성
그러나 독일인들은 이런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모든 조직을 ‘분권화된 자율적인 네트워크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networked organization)’이 되도록 설계했다. 명령·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각자의 이니셔티브(initiatives)를 추진함으로써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조직이론을 발전시켜 실무에 그대로 적용했다. 우리의 경우, 안타깝게도 이렇게 발전해온 인사조직이론은 없고, 여전히 제국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인사조직이론의 출발점은 직무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직무설계와 조직설계다. 직무분석이란 그 직무에 기대되는 성과(expected performance)가 무엇인지 사전에 규명하여 성과책임(accountability)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직무설계를 기반으로 조직을 설계하면, 조직의 최상위 직무담당자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농단을 부릴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
이러한 독일식 인사조직이론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시간 노동하면서도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조직구조와 시스템을 낳았고, 인간중심적 조직문화와 경영관행으로 정착되었다.
지난 70년간 이런 세 가지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국가를 운영해온 독일은 민간기업의 제조업 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 실업률이 완전고용상태가 되는 바람에 기업에서는 구인난을 겪는 상황에 이르렀다(2019년 평균 실업률, 유로존 7.56%, OECD 5.39%, 독일 3.15%). 2015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시리아 난민 1백만 명을 수용하겠다는 독일 연방정부의 발표는 단지 인도적인 차원의 정책만은 아니었다.
임시조치
우리의 경우, 분권화와 자율성과 네트워크의 원칙에 따라 직무와 조직을 설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것이 법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전이라도 각종 농단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명직 고위공직자의 경우 국민을 대리하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성과계약(performance agreement)을 맺어야 한다.
이 계약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계약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 해임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것도 잠정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성과는 앞서 설명한 직무분석을 통한 성과책임을 말한다. 적어도 중앙행정기관의 장들은 이 계약을 맺어야 시민들이 기대하는 개혁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각 기관장들 중에는 민주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개혁해야 할 대상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모든 조직이다. 그 중요도에 따르면 우선 법원, 검찰청, 경찰청, 감사원 등이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분권화, 자율성, 네트워크의 원칙에 따라 조직설계가 이루어지는 개혁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법원의 인사조직 개혁방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나머지 기관들은 이런 조직설계원리를 원용하여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법원을 예로 드는 이유는, 법원이 국가의 건강성을 유지시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재판권이라는 사법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권력남용뿐만 아니라 전관예우와 같은 부정부패가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사법농단이 생긴 것이다. 독점적인 권력을 가지면 그들만의 성채에 갇혀 세계의 변화를 외면한다. 판결문이 시민들의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다. 법원은 시민을 위한 법률서비스 기관이다. 그런데 법관들은 법원에 종사하는 공복(公僕)이라는 의식이 없다. 마치 식민지에 파견된 총독처럼 시민들을 지배하고 가르치고 군림하려 한다. 법원이 개혁되는 만큼 국가는 개혁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법률시험에 통과했다고 해서 갑자기 정의감이 불끈 솟아오르지 않는다.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하도록 만들어주는 시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순간 슈퍼맨으로 변하지 않는다. 법관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대법관 14명이 어떻게 그 많은 상고심을 재판하겠는가? 시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대법관의 수를 최소한 150명 내지 200명 수준으로, 현재 3천여 명의 직업법관을 대략 1만 명 내지 1만5천여 명 수준으로 대폭 증원해야 한다. 이것이 직무차원의 분권화다. 인구 8천4백만 명인 독일의 경우 연방대법관 325명, 직업법관 2만여 명, 참심법관은 6만여 명과 비교하면 우리의 법관수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 대법원도 독일 연방대법원처럼 일반 민·형사사건을 재판하는 일반대법원, 노동대법원, 사회대법원, 행정대법원, 재정대법원 등 기능별로 다섯 개로 분할하여 지역별로 분산시켜야 한다. 이것이 조직차원의 분권화다.
모든 인간은 개인적 욕망에 구속받는다. 법률가들이 이 욕망을 시민에 대한 공정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려면 재판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은 법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탈선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삼중방어선 중 일차방어선).
모든 심리과정을 녹화하여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공개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모든 판결문도 공개함으로써 누구라도 잘못된 판결문에 대하여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판결문을 쓴 법관에게도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법관이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 곳곳에서 시민들의 일반의지(general will)가 반영되도록 독일식 참심제 또는 미국식 배심제를 도입해야 한다(삼중방어선 중 이차방어선).
독일의 경우, 분권화와 자율성와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법원이 운영됨에도 법관들에 대한 법왜곡죄(형법 339조)가 있다. 고의로 법을 왜곡하여 적용한 법관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삼중방어선 중 삼차방어선). 나치정부에 부역했던 법관들, 통독 후 동독의 독재정부에 부역했던 법관들이 처벌되었고, 아주 드물지만 최근까지도 현직 법관이 법왜곡죄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 이렇게 개혁될 때, 우리 법원의 기능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끝으로 기타 행정 각 부처와 특히 검찰청, 공수처, 경찰청 그리고 감사원 등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공기관들도 분권화, 자율성, 네트워크라는 세 개의 핵심 키워드를 기반으로 강력한 조직개혁을 실행해야 한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공수처 설치만으로 검찰개혁이 완수될 수 없다는 점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독일법원 수준으로 분권화, 자율성, 네트워크라는 직무 및 조직설계 원칙이 살아있을 때 개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권력기관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최상위직에 누가 임용되든 상관없이 BTS 음악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의 결론은 이렇다. 독일형 인사조직이론을 모방하자는 것이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조직의 성과를 사람의 선의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직무와 조직을 분권화하고,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독립된 자율적 주체인 구성원들이 생산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조직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더 이상의 농단사태가 없는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고 보호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