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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Sep 29. 2015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나도 점차 신경숙처럼 되어 가고 있는 건가?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나도 점차 신경숙처럼 되어 가고 있는 건가?



나도 점차 신경숙이 되어가는지 모르겠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으니 말이다.


9월 27일 밤, 딸의 영국인 친구 신혼부부가 여행차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을 여행하고 한국에서 하룻밤을 잔 후에 영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우리 집 아파트 게스트룸에서 재워주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저녁 8시쯤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길래 공항안내원에게 길을 자세히 안내해주도록 부탁했다. 아주 친절히 알려주었는지 이 젊은 신혼부부가 공항버스를 타고 9시쯤 우리 집 앞에서 내렸다. 물어보니 저녁을 아직 못 먹었단다.


집 주변 식당은 추석명절이라 문을 닫았고, 번화한 용산역으로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이고 남자애는 맥주를 좋아한다길래 포장마차에서 한국 맥주 맛을 보게 하고... 데려와서 잠을 재웠다. 그 다음날 오전에는 인사동이나 한옥마을 보도록 일러주었다. 얘네들이 오후에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들은 하룻밤 서울에서 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 평창올림픽에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지만, 뭐 그건 기약할 수 없는 일이고...

남편은 10월6일부터 유명한 체임버에 들어가 법정변호사로 일하게 되었고, 아내는 국제관계학을 공부해서 고문방지를 위한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은 영국인이고, 아내는 캐나다 국적이다. 둘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학관련 대학원공부를 하다가 만났다. 지난 해 사이프러스에서 결혼했고, 이번에 신혼여행을 왔단다.



아무튼 나도 다음날 오전에 출발하는 런던행 비행기를 타려면 새벽 6시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대강 짐을 싸놓았기 때문에 세면도구만 챙기면 되도록 했다.


우리 부부는 6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바리바리 담은 이민가방에다 온갖 보따리를 끌고 공항리무진에 가까스로 올랐다. 여의도쯤 가고 있을 때, 아내는 그거 챙겨왔느냐고 물었다.(그게 뭔지는 안 갈켜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뒤져봐도 없는 것이었다. 아뿔싸, 책상 위에 두고 그냥 나온 것이 분명했다. 아내에게 모든 짐보따리를 맡기고 버스운전기사에게 부탁한 후,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택시를 집어타고 집에 갔다가 그 택시로 다시 공항까지 갔다. 내가 어째서 그런 중요한 물건을 챙기지 못했던가?


하나 더, 런던에 도착해서 보니 딸 결혼식에 입으려고 세탁까지 해놓은 옷을 빼놓고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된장.... 분명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이 일이 어찌된 것이냐?... 도대체 언제 빠진 것이냐? 이게. 딸이 구해오라는 것은 아내가 빠짐없이 챙겼으나 정작 나는 내 옷조차 챙기질 못했다... 뒤늦게 오는 아들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나도 점차 신경숙이 되어가는지 모르겠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쓴 글에 나도 모르게 표절된 게 있을지 모르겠다.... 점점 내가 모르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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