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보충해야 한다
중앙정부(여기서는 보건복지부)는 아직 조직운영의 기본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성남시가 하려고 하는 청년수당이나 무상교복 지급 등과 같은 조그마한 복지혜택조차 못하게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는 여기를 참조)
미국, 독일, 스위스와 같은 연방국가에서는, 각 주의 시민은 독자적인 자신들의 정부를 가지고 있다. 이 정부는 마치 독립적인 작은 국가처럼 운영된다. 이 작은 국가들(미국의 경우 State, 독일의 경우 Land, 스위스의 경우 Canton 등)은 시민들에 의해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거의 완벽한 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영역은 아주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외교, 국방, SOC, 환경, 연방범죄 수사 등과 같은, 주 정부가 스스로 하는 것보다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각 주 정부의 위임에 따라 연방정부가 실행하는 것이다. 다만, 주 정부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로되, 잘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경우에만 연방정부가 주 정부를 돕는다. 이것을 보충의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라고 한다. 조직운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이 보충의 원리다. 어느 주 정부에서 예상치 못한 큰 재난이 생겨 주 정부의 능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때 연방정부가 나서서 돕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초국가적인 정부 행정 단체인 EU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EU가 창설될 때 조직설계의 첫 번째 원칙이 바로 이 보충의 원리였다. 모든 일은 회원국이 알아서 하되, 회원국이 알아서 하는 경우에도 EU 전체에 해롭거나 비효율적인 사안들을 EU에 위임하여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회원국인 그리스가 재정 및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그리스 스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EU가 나서서 강대국들에게 압력을 넣어 그리스를 돕도록 하는 이유가 바로 보충의 원리로 EU 조직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연방국가가 아닌 여느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정부를 지방자치단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엄연한 정부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주종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다. 지방정부도 시민들이 선출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서로 역할의 범위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연방국가의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
이런 점에서, 위 보도에서 보았듯이, 중앙정부인 보건복지부가, 지방정부인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자체 예산으로 집행하려는 복지정책을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은 조직운영의 기본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행위는 매우 비합리적인 봉건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중앙정부를 맡고 있는 고위 관료들의 태도에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감 놔라 대추 놔라고 해서는 안 된다.
기업과 같은 단위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는 부하가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되, 잘못하거나 제대로 업무처리를 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향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