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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Oct 02. 2015

사진으로 보는 영국(1)

최동욱 최동석 형제의 사진 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영국(1)

최동욱 최동석 형제의 사진 이야기


우리 형제는 아주 가난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초근목피(草根木皮) 수준은 아니었지만, 삼시 세 끼를 제대로 먹는 것은 어려웠다. 물론 625 직후에 태어난 세대가 대부분 그런 삶을 살았다. 아버지는 공산당에 반대하여 가족을 북에 남겨두고 맨몸으로 월남한 분이었고, 어머니는 오빠들이 죄다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월북한 집안의 딸이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아버지는 보수꼴통집안 출신이었고 어머니는 종북좌빨집안 출신이었던 것이다.


한반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 개개인의 삶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었던 시기였다. 양쪽 집안이 다 풍비박산이 나는 와중이었다. 좌우지간 우리 집안은 어려웠다. 우리 형제는 고등학교를 대강 졸업했지만, 대학이라는 곳엘 갈 수 없었다. 장사를 하거나 노동판에 가서 일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허우대만 멀쩡하지 우리 형제는 둘 다 약골인데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남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라서 장사를 할 수도 없었다. 조금 무리하면 앓아 눕는 것은 물론 병원신세를 지는 것도 다반사였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나면 극도로 피곤해지는 성격이다. 혼자서 책 읽거나 음악 들으면서 사색하는 것이 훨씬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우리의 건강상태는 요즘도 그렇다. 툭하면 감기 들고 걸핏하면 입안이 헌다. 어머니는 너희들이 어려서 잘 못 먹고 커서 그렇다고 하셨다.


약골로 태어난 자식들에게 힘든 육체노동을 시키는 것을 용납할 어머니가 아니었다. 당신의 몸은 부서져도 자식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형제는 2년제 초급대학인 교대엘 들어갔다. 당시에는 국가가 무료로 공급하는 고등교육의 하나였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이렇게라도 삼시 세 끼를 걱정 없이  먹고사는 것을 바라셨다. 이것은 당신이 겪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자식들에 대한 끊임없는, 때로는 과도하리만큼의 애착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다 근본주의적인 기독교 신앙까지 합세해서 자식들을 몰아쳤다.


우리 형제는 이렇게 운명적으로 교사가 되었다. 형은 평생을 교사로 일하다가 정년 퇴직했다. 다른 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나는 교직에만 있는 것이 답답한데다 교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 한국은행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에서 경제가 운용되는 메커니즘을 알게 되었다. 세상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더 알고 싶어서 독일 유학을 했고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경영경제을 바라보는 정신적 토대가 미국식과 매우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박사학위도 받았고 귀국해서는 여러 직업을 가져보기도 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내가 교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러다 은퇴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 형제는 서로 가는 길이 달랐지만, 유전적 프로그램은 비슷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둘 다 은퇴해서 함께 여행할 기회도 생겼다. 우리는 작년부터 여러 차례 둘만의 여행을 했다. 제주도, 동해안, 고창, 장수, 화순, 진도 등을 여행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형제가 세상을 보는 가치관도 비슷하고 삶의 철학도 아주 비슷하다. 놀랍게도 가정을 꾸리고 아들과 딸을 낳아 키우는 것도 비슷하고, 그 아들 딸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봐도 아주 비슷하다. 모두들 유학을 보냈고, 하나씩 외국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것까지 닮았다. 우리 형제가 고기를 싫어하고 야채를 좋아하는 식습관도 비슷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형은 나보다 사진에 조예가 깊다. 나는 사진기를 산 후에 매뉴엘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취향은 비슷하다.


딸 결혼식 참석을 위해 우리 형제가 함께 영국에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해외여행으로 치면 1990년대 이탈리아, 2000년대 아일랜드 여행을 함께 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부터 함께 찍은 것들을 수시로 여기서 SNS 사진전을 열어보려고 한다. 형님은 유럽여행을 그동안 몇 차례 했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함께하지는 못했다. 앞으로는 함께 여행할 시간이 많을 것이다. 기회가 생기고 우리가 심심해지면 공동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런던행 비행기에서
그리니치 버러(The Borough of Greenwich) 주민센터건물  
그리니치 버러(The Borough of Greenwich) 타운홀(Town Hall)
템즈 강가의 Hay's Galleria
템즈 강가의 런던 시청 건물(왼쪽)
런던 템즈강 타워브릿지(Tower Bridge)
런던 템즈 강 남쪽에서 바라본 시티센터
타워 브릿지에서 바라본 서쪽 템즈 강변
런던 템즈강... 타워 브릿지 위에서 바라본 카나리 워프
런던 템즈강
런던 템즈강 밀레니엄 브릿지와 성바울 성당
템즈강 성바울 성당과 밀레니엄 브릿지
런던 타워 브릿지 야경
런던 템즈강가에서 바라본 시티센터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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