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석 Oct 19. 2015

사진으로 보는 영국(6)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진으로 보는 영국(6)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2015-10-07(수) 오후, 우리 형제는 다시 집을 나섰다. 그 유명한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을 보기 위해서였다.(브리티시 뮤지엄을 왜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크니까 아마도 클 대(大)자를 붙인 모양인데... 크다고 죄다 대(大)자를 붙이면 어떡하나? 크다는 잣대는 또 뭔가?) 


아무튼 우리는 우선 한국관에 들렀다. 과거에는 아주 초라하게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들이 그래도 최근에는 한 귀퉁이를 차지했고 사랑방도 만들어 놓았다. 바로 옆에는 중국의 도자기 전시관인데 그 규모에 압도된다. 다시 밑으로 내려와 나는 1층에 마련된 카페에 앉아 기다렸고, 형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역사를 보러 갔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이해한 후,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유럽 정신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유럽 사회를 능가하려면 반드시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럽의 정신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일으켰다. 그런 혁명의 정신은 거슬러 올라가면 헬레니즘 문명과 헤브라이즘 문명에 닿아있다. 이 두 문명의 역사를 가장 많이 훔쳐다 놓은 곳이 바로 영국박물관이다. 그래서 그런지 입장료가 없다. 사람들로 늘 붐빈다. 제대로 감상하자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다. 


나는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늘, 별로 많은 시간 일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에서 오는 유럽인들의 인간적인 삶의 패턴과 그 원인을 살펴본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보다 훨씬 더 합리적 이성이 작동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이성이 활발하게 작동하게 된 원인은 아마도 이웃국가들과의 갈등, 경쟁, 전쟁 등의 심각한 상호작용을 통해 갈등과 전쟁을 피하려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고 합의하는 메커니즘을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EU를 창설하고 euro zone이라는 통화통합을 해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대화와 토론이 있었겠는가? 그런 대화와 토론에는 합리적 이성만이 작동한다. 이치에서 벗어나면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합의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기에 그들에게는 생떼를 부리는 경우가 없다. 누구든 생떼를 부렸다가는 살아남지 못한다.


요즘 시끄러운 국정교과서 이슈는 권력을 잡고 있는 박근혜가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개인적 생떼로 보인다. 이 생떼에 부화뇌동하는 자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 또한 합리적 이성을 잃어버린 한심한 인간들이다.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의 말대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는다. "Those who do 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


박정희는 누군가? 1917년 태어나 일제시대의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였다. 요즘 말로 하자면, 독립군의 반대편에 서 있었으니까 친일 매국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해방 후에는 잽싸게 광복군으로 변신했고 공산주의자로 활동했다. 남로당 간부까지 지냈다. 그는, 정국이 공산주의자를 처벌하는 상황으로 바뀌자 이번에는 남로당의 동료들을 배신하고 반공주의자로 변신하여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무력으로 권력을 잡았다. 그 후엔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고 고문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에는 여대생과 연예인을 끼고 술 먹다 심복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전형적인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비참한 말로였다. 이게 박정희 개인의 역사다. 이런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는다. 무섭지 않은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등을 천명했던 모든 약속은 그 아비의 행태만큼이나 거짓이었다. 그녀가 살아온 과거를 봐도 그렇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생물학적 결정론이나 연좌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보고 배운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내 아이들은 약간 팔자걸음을 걷는다. 내가 그러니 아이들도 모두 그렇다. 아내는 애들의 팔자걸음을 볼 때마다 질색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형님도 약간 팔자걸음을 걷는데 형님의 애들도 그렇다. 할아버지가 팔자걸음 DNA을 손주들에게까지 전수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자식들은 한결같이, 우리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부모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삶을 독립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우리 형제는 그런 자식들을 신뢰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철학이 자식들에게도 거의 그대로 전수된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생물학적 결정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애들이 살아온 정신적 물리적 경제적 환경이 그랬다는 것이다.


나는 거대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거대함 뒤에는 반드시 억압과 착취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보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보라. 런던의 영국박물관을 보라. 그 뒤에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억압과 착취가 있었다. 


오늘날 유럽 문명이 억압과 착취를 넘어서, 인류 정신사의 강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해온 그 과정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


우리 형제는 박물관을 나와 다시 런던의 시내를 거닐었다. 해가 떨어지면 런던은 빛난다. 다시 코벤트 가든과 채링 크로스 역을 거쳐 템즈강을 건너는 골든 쥬빌리 브릿지(Golden Jubilee Bridges)를 넘어 워털루 이스트 역에서 국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갤러리


카메라를 이마에 댄 이 자세... 아주 안정감이 있다. 나는 형이 사진찍는 자세를 찍는 걸 좋아한다. 이때가 가장 안정감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형의 이 포즈는 근 50년 전 시골 고등학교 미술부 앞에서도 취했던 포즈였다. 아래  위의 사진을 보라. 왼발을 살짝 앞으로 내놓고 사진을 찍는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영국박물관 1층... 이제 문을 닫을 시간이다.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영국박물관을 나서면 이런 장면에 직면한다.
형님은 그리스관에서 벗은 것들만 찍어왔다.

우리는 영국박물관 방문 기념으로 이렇게 인증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박물관을 나와서 화려한 불빛의 런던 거리를 다시 걸었다.

해가 떨어지면 런던은 빛난다.
다시 코벤트 가든
코벤트 가든
골든 주빌리 브릿지에서 바라본 템즈 강변
골든 주빌리 브릿지에서 바라본 템즈 강변
골든 주빌리 브릿지에서 바라본 템즈 강변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으로 보는 영국(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