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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Oct 18. 2015

사진으로 보는 영국(5)

런던의  소호, 코벤트 가든, 그리고 차이나 타운에서

사진으로 보는 영국(5)

런던의 소호, 코벤트 가든, 그리고 차이나 타운에서



우리 형제가 해외여행을 함께 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1990년대의 이탈리아, 2000년대의 아일랜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물론 딸의 결혼식 때문에 함께 온 것이지만, 어쨌든 참으로 오랜만에 왔다. 나는 2007년부터 영국을 드나들었지만 형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런던을 얼마나 보고 싶었겠는가?


우리 형제는 서로 취향이 조금 다르다. 사진을 좋아하고 많이 찍는 것은 같은데, 찍는 방식이 다르다. 나는 캐논을 샀고 형은 니콘을 쓴다. 형은 고등학교 때 미술부에 들어가서 조소반에서 활동했다. 형이 뭔가를 만들기 위해 진흙 같은 것을 주무를 때 내가 그 옆에서 시다바리 했던 기억이 있다. 집안에 경제적 여유가 좀 있었다면 형은 아마도 미대를 갔을 것이다.


형은 예술분야에 나름대로 재능이 있는 것은 분명했고, 홍익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조각품을 만드는 무슨 학생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시골 학교 다니는 애들한테는 아주 대단한 것이었다. 서울 사람들은 시골 촌놈들과 행동거지가 다르니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어머니가 서울로 가는 형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들었다. 여관에서 잠을 잘 때는 어떻게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할 때는 어떻게 하고 밥을 먹을 때는 어떻게 하라는 뭐 아주 씨 잘 떼기 없는 가르침이었지만, 당시에는 그걸 대단한 것으로 여겼다. 서울 사람들은 과연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 대회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서울 출장을 다녀온 형이 한 말은 기억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도 나랑 비슷하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대개 기록을 위한 것이고, 카메라를 사서 매뉴얼을 거의 읽지 않고 자동모드로 찍는다. 형은 기록보다는 예술성을 보면서 찍는다. 매뉴얼도 몇 번씩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 형과 같이 다니면 카메라 조작에 대한 기본원리를 배울 수 있어 좋다. 


나는 예술분야에는 젬병이어서 잘 볼 줄 모른다. 그냥 내 맘에 든다 안 든다 정도로 판별하는 수준이니까, 조금 현대적인 예술로 들어가면 괴로워진다. 특히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엘 자주 가게 되는데 이곳에 가면 그 괴로움이 더욱 커진다. 들러볼 때마다 무슨 쓰레기 같은 것을 전시해놓거나 한다. 이번에는 알루미늄 깡통과 걸레쪼가리 같은 것을 주워다 걸어놓고 뭐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았다. 뭐 대단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럴 때면 현대 예술이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닐 텐데, 하는 자괴감이 든다.


2015-10-01 목요일 저녁 7시쯤이었다. 런던 시내에 있는 The Photographers' Gallery에 아내와 함께 우리 형제가 초대되어 사진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우리를 초대한 사람은 조우혜 조진섭 두 사진작가였다. 이 젊고 유능한 사진작가들은 딸의 결혼식을 위해 초대되어 런던에 왔다. 조우혜 작가는 런던을 잘 알고 있었지만, 파리에서 지난 5년간 사진의 막바지 공부하고 있는 조진섭 작가는 런던이 처음이라고 했다. 우리는 갤러리 건물 1층에서 만나 샴페인 한잔씩 하고 전시장인 2층으로 올라갔다. 전쟁 관련 기록사진이었는데 내 취향과 상관없이 그냥 가치는 꽤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내가 얼마나 무식하냐 하면, 형님과 프로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오가는 얘기가 들렸다. 살가도 어쩌고... 살가도라는 말이 자꾸 나오길래 우리나라에 살가도라는 섬이 있는 줄 알았다. 처음 들어보는 섬이로구나, 생각했다. 뭐 그렇게 전시장을 둘러보고 지하 서점에 들렀는데, 살가도가 우리나라 섬이 아니라 아주 유명한 사진작가의 이름이었다.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ao Salgado, 1944~). 브라질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29세에 프리랜스 사진작가로 전업했단다.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통해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아, 이 분의 사진은 과연 다르구나...


https://youtu.be/nHJWgQxTous



전시장을 나서면서 우리는 이 젊고 유능한 사진작가들과 함께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기로 했다. 우선 런던이 초행길인 형님과 조진섭 작가를 위해 소호, 코벤트 가든, 차이나 타운을 선택했다. 젊은이들이 초면의 나이 든 사람과 얘기를 할 때는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기 어려워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경우 마음을 터놓기가 께름직하기 때문이다. 우리 형제가 불합리한 관행과 모든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젊은 사진작가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소호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코벤트 가든으로 옮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세상에 대해 떠들다가 지하철을 놓칠까 봐 서둘러 나왔다. 정말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 아니 다들 서른이 넘은 나이니까 청년들이라고 할 수도 없다. 벌써 세계적인 언론사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에 작품이 실리는 사진작가들이니까. 살가도와 같은 위대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진작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갤러리

소호에서 우선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
조진섭, 조우혜 사진작가. 무엇을 먹고 마실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아릿따운 아가씨가 그렇게 무거운 카메라를 두 개씩 들고 사건현장으로 뛰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밖에...
런던의 환락가였던 소호에서 저녁을 먹기 전에...
런던의 중심가는 온통 덕수궁과 같은 석조건물들이다. 건물마다 수백년의 역사가 서려있다.
런던의 밤거리를 헤맨 기념으로...  
코벤트 가든 이층 펍에 올라 다시 한 잔씩 했다.  아내는 추위에 떨면서 실내를 택했으나 젊은이들은 테라스로 나오기를 원했다. 춥지 않다는 것이다  시원한 공기... 젊음이 좋다.
형은 차이나 타운에 도착하자 마자...
런던의 차이나 타운은 인천의 차이나 타운과는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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