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의 정신과 민주적 조직운영에 대하여
협동조합의 시대가 열렸지만,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그것을 시스템화하는 일에는 매우 서투르다. 아니, 협동조합적 시스템이 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을 위한 첫 관문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장경제의 경쟁체제를 흉내 내면서 협동조합이라는 간판을 단 경우가 많다. 그나마 두레생협은 이런 상황을 어찌 타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고민하는 사람들은 해결책을 스스로 마련할 가능성이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협동의 정신이 내재된 인간의 열망과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협동조합에서 초청을 받아 여러 군데서 강연을 했었는데, 내가 받은 느낌은 협동조합의 정신을 새마을 정신 같은 것으로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협동정신인 두레, 계, 품앗이 같은 관행이 자생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렇게 자주적으로 일어나야 할 협동의 정신이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관제 새마을운동 때문에 말살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협동정신의 기본을 벗어나면 안 된다. 협동은 구성원들과의 무제한적인 대화와 토론이 가능해야 하며, 대화와 토론은 변증법(dialectic)의 원리에 기초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어디에서도 대화와 토론의 기본원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화와 토론의 방법을 학습할 수 없다. 학교는 시험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서로 경쟁시키고 있을 뿐이다. 기업에 취직하면 오로지 명령과 통제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협동조합에서는 최소한 이런 대화와 토론의 기본원리를 철저히 익혀야 한다.
(2015-10-28, 두레생협연합회 교육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