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이나 계급이 역할과 책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2015-11-06 부산****청의 초정으로 위 제목과 같이 강연을 했다. 오랜만에 부산엘 갔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은 거의 죽음이다. 모든 강연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경험이다. 그래서 행정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에는 절대로 안 간다. 과거 중앙인사위원회, 정보통신부, 외교부 등에서 공무원들을 가르쳐봐서 안다. 공직사회를 경험한 나는 우리나라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어쩌랴.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공무원이 아니던가.
참으로 오랜만에 부산에서, 그것도 높으신 분의 친절한 부탁으로 초청하는 바람에 작심하고 갔다. 까기로 맘먹고 간 것이다. 조직운영을 이 따위로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가 때문이다.
계급주의에 포획된 조직은 명령과 통제, 지시와 복종, 억압과 착취가 가능한 조직으로 변한다. 위계질서가 꽉 잡힌 조직에는 불신, 갈등, 아첨, 텃세, 배신, 왜곡된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은 ‘죽음에 이르는 조직의 질병들’이 존재한다.
우리 공직사회가 그렇게 되었다. 영혼이 없는 구성원들로 가득 차있다. 그러니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좀비 같은 공무원들이 득실거리는 것이다. 물론 훌륭한 공무원들이 있다. 그들은 늘 소수이고 소외된 상태로 이름도 빛도 없이 국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몇몇 공무원들은 그렇게 산다.
소수의 영혼 있는 공무원들처럼, 21세기의 공무원들은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선한 것인지를 조금 더 깊이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개판이 되어버린 국가운영 플랫폼에서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숙해지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소리였다. 알아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강연 당일 담당공무원이 공무원스럽지 않게 찍어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