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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Dec 10. 2015

법률가가 득세하면...

나라는 막장으로 간다

법률가가 득세하면...

나라는 막장으로 간다


우리나라에도 조영래 변호사와 같은, 그리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소속되어 있는 훌륭한 법률가들도 꽤 있다. 민변에 소속되지 않았더라도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은 이는 참으로 존경스럽다. 적어도 법률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그렇다. 


그러나 전체 법률가 중에는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이며, 대부분은 그리 존경스럽지 않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나온 법률가들을 보면 정말 한심한 인간들이 많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공직에까지 나올 수 있을까, 의심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결국에는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막장드라마처럼 변해간다. 우리 사회도 미국처럼 법률가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법률이란 무엇인가? 인간 정신의 최하 수준을 정의해 놓은 것이다.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바로 법률이다. 법률가는 이 인간 정신의 최하 수준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위법이냐 합법이냐 탈법이냐 준법이냐를 항상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사고하는 패턴은 늘 인간 정신의 최하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한다. 때로는 법률의 맹점을 잘 알기 때문에 그것을 기막히게 이용한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광범위하게 존경받지 못하는 법률가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막장으로 빠지고 만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막장으로 가고 있다. 파렴치한 법률가들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이 판치는 미국처럼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염려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https://youtu.be/nHBBNpPC-g4



나는 스위스를 여러 번 여행했고, 그 나라의 조직운영방식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연방정부의 장관들은 임기가 4년이지만, 대통령의 임기는 1년이다. 장관 7명이 서로 돌아가면서 대통령의 역할을 맡고 있다. 국민의 의사가 왜곡 없이 가장 정확하게 국정에 반영되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나라다. 현재 시점에서 연방장관 7명의 정치적 색깔은 다양하다. 보수적 색깔의 정당에서 1명, 진보적 색깔의 정당에서 2명, 나머지 4명은 중도정당에서 배출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연방정부의 의사결정은 반드시 장관 7명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 합의에 의한 정부의 의사결정이 시민들의 의사에 합치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국민청원(Volksinitiative)을 낼 수 있는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앞서 포스팅한 대로(이 내용은 여기를 참조) 기본소득(basic income)에 대해서도 국민청원이 받아들여져서 내년 중에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지모네타 조마루가.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여기서 내가 소개하고 싶은 인물은 지모네타 조마루가(Simonetta Sommaruga, 1960~)다. 그녀는 2010년부터 법무부 장관직을 맡고 있으면서 2015년도 대통령직도 겸무하고 있는데,  원래 법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스위스,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피아니스트였다. 나중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영문학과 스페인 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고 소설가와 결혼했다. 그녀는 정계에 투신하여 법무부 장관이 되었지만, 평생 법률의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문자 그대로 법률의 ㅂ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인간의 고결한 정신은 법률적 수준과 상관없는 저 높은 곳에서 사유한다. 지모네타 조마루가와 같은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하는 나라의 법무부와 경찰은 어떤 상태일까?(스위스에서는 법무부 산하에 경찰조직이 있다.) 법무부가 법률이라는 인간 정신의 최하 수준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정신문화를 다루는 부서가 되었을 것은 불문가지다. 우리가 바라보는 법의 정신이라는 게 적어도 이런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정신이 스위스를 이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 가장 안전한 나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었다. 유럽의 기업인들, 스포츠 스타들, 연예인들이 은퇴하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스위스다. 스위스는 인구 비례로 따지면, 과학분야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기도하다.


여기까지만 읽은 분들은 스위스는 매우 진보적이고 사회주의적인 냄새가 풀풀 풍기는 나라처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니올시다.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여성의 참정권이 1973년에서야 허락되었을 정도로 보수성이 아주 강한 나라에 속한다. 그런 전통은 지금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스위스로의 이민도 거의 불가능하며 자국민 보호를 위한 정책이 강력해서 스위스 시민이 아닌 사람에 대한 차별도 꽤 심한 것 같이 느껴지는 나라다. 스위스는 우리나라나 미국과 같은 다수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다수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이긴 하나 승자독식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쓸 예정이다.) 스위스는 합의제 민주주의 나라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겠다.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라고나 할까. 


아무튼 저급한 법률가들이 득세하면, 나라는 막장으로 간다.



* 참고로 대문 사진은 스위스 베른(Bern)에 있는 연방정부청사,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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