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석 Dec 17. 2015

제4강 새로운 경영론_질문과 답변

역량(competency)란 무엇인가

제4강 새로운 경영론_질문과 답변

역량(competency)란 무엇인가


           

이 글은 (사)마포공동체라디오(마포FM)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을 위한 새로운 경영론 - 게르만 모델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주제의 5회 시리즈 강연 중에서 2015-12-10에 있었던 제4강을 듣고 수강자들이 사후에 서면으로 질문(소감 포함)한 내용에 대한 답변의 일부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곳에 공유합니다.


1. 
① 순환보직제는 득일까요, 실일까요? 인간존중경영이 아닌 인적자원관리인가요?

② Assessment Center의 현실 적용을 위해서는 조직, 나아가 리더의 확고한 의지가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성과가 '주주이익 극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이상, 구성원 개개인의 자기실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도입 자체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지요?

③ 반대로 사회적경제 조직에서는 확고한 의지와 지지를 얻어낼 수는 있겠지만 규모의 한계, 자원의 한계로 인해 적용이 어렵지 않을까요?

④ 어느 영역에서는 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조직 내 동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시와 조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협력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말이죠.

- 순환보직제도는 매우 불합리한 제도입니다. 특히 공무원 조직에서 순환보직이 철저히 시행됩니다. 관료조직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대기업에서도 순환보직을 시킵니다. 보직을 순환하면서 경험하도록 하여 조직 전체의 전반적인 업무현황을 파악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거의 억지로 짜낸 장점일 뿐입니다. 잦은 순환근무 때문에 특정한 업무에 전문성을 갖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한 의사결정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아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순환보직제도는 인적자원관리도 인사관리도 인간존중 경영도 아닙니다.

     

-  오래전, 정부를 자문할 때의 경험에 의하면 인사조직과 관련되어 가르쳐 놓으면 담당공무원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또다시 가르치면 또 다른 부서로 이동해서 관료조직의 순환보직제의 폐해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관료들의 보직에는 음지와 양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양지만 가려고 하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 위해 직무를 서로 교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하나의 구실일 뿐 사실상 평균적으로 보직 나누어먹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적재적소의 인사원칙(right people right place의 원칙)이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은 공정성(equity, fairness)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정성이란 그 직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배치하여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려는 가치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보더라도 그 직무는 그 사람이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공정성의 개념을 공평성(equality)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음지와 양지를 기계적으로 순환하도록 강제하는 인사 행태를 관행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양지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배경이나 힘이 없으면 음지에서만 머물기도 합니다. 이는 조직 내에 아첨, 비리, 텃세와 같은 권모술수가 난무하도록 만드는 소위 조직정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조직운영의 플랫폼을 구성할 때, 공정한 인사의 원칙들이 잘 지켜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강의 중에 소개하고 있는 역량진단 프로그램도 이런 적재적소의 공정한 인사원칙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것일 뿐입니다.     


- 사람은 아주 복잡한 존재입니다. 일정한 틀 속에 집어넣거나 일정한 유형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인간의 무의식적 반응의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인간 정신의 사유 능력을 맘껏 발현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공적 업무처리를 공무원이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자는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의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공적인 업무 수행을 통해 달성해야 할 비전, 목적, 방향, 가치 등을 충분히 공유하고 그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민단체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영리 기업에서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2. 지난 6월의 기초과정을 듣고, 제가 일하는 곳에서 활동하는 매장 매니저의 역량은 무엇인지 팀장들이 모여 두세 차례 워크숍을 통해 7가지를 도출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위 역량들에 맞는 사람들 채용 시 면접을 통해 선발해 보았는데 유용성이 큰 지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오늘 강의를 듣다 보니 어설프게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훈련이  덜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한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잘 정의/도출하고 그에 맞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까요?

아울러 채용면접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역량에 맞는 사람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 역량모델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가끔 역량진단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실무적으로 활용해보려고 노력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초에 생각한 만큼 효과가 나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역량모델이나 역량진단 결과들이 인사부서의 서랍 속에 처박혀 있습니다. 현실에서 유용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돈을 들여 역량 관련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사용하기 어렵거나 사용되지도 않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겁니다.    

 

-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역량 관련 프로그램들이 인간의 정신능력을 어떤 고정된, 세련된, 복잡한, 합리화된 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인간의 정신능력을 기계적으로 모델에 꿰맞추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모델화된 인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격 특성을 분류하는 MBTI나 DiSC, 에니어그램, Big 5 등과 같이 아무리 정교한 분류체계를 개발한다 해도 그런 유형에 부합하는 인간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인간 유형을 만들고 싶다면 아마도 70억 개쯤은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늘 100% 들어맞는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 세상에 그런 정답은 없습니다. 특히 인간사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 역량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량 개념과 진단 프로그램은 직무특성에 부합할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이지, 인간의 역량 분류를 마치 표준화, 전문화, 자동화, 기계화, 전자화, 상업화되는 것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마도 20세기라는 위대한 엔지니어링의 시대에 살아오는 바람에 인간의 정신마저 수학적 공학적 모델에 부합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고패턴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그러나 이런 인간존중의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역량 개념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의 직무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갈 수 있습니다.   

                      

3. 선한 사람이 악한 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부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 우선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겉으로는 선한  척하는데 내면으로는 아주 악한 것처럼 보인다는 말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선한 사람이 아니라 악한 사람이겠죠. 예를 들어, 겉으로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국민행복시대를 운운하면서 속으로는 전혀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 사람은 시간이 경과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죠. 굳이 역량 개념을 들이댈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4. 옳다, 그르다 또는 좋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다,라는 평가가 아니라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요, 비굴한 사람(강자에 더없이 약하고, 약자에 더없이 군림하는 인간형) 이런 사람에 대한 평가,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가해자 유형에 대한 평가는 위 역량평가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일까요? 평가에 나올지 궁금해졌어요.

* 예전에 톰 크루즈 주연인 영화가 있었어요. 앞으로 살인을 추측해서 체포하는 일을 맡은 게 톰 크루즈였거든요. 과거로 추측해서 미래의 행동 패턴을 예상하고 체포해 처벌하는 것이었어요. (평가를 절대적으로 강화하면 이런 단점의 우려가 있진 않을까요?)

- 역량진단 프로그램은, 수사관이 범죄자를 판별하는 기법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어떤 특정한 직무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할 때 활용되는 방법과 도구일 뿐입니다. 커다란 조직에서 특정한 직무 또는 직위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고자 할 때, 기존의 선발방법보다 조금 더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 톰 크루즈 예시는 역량 개념과 진단 프로그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역량 개념을 아무리 발전시켜도 영화 같은 이야기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냥 영화일 뿐입니다.       

                       

5. 역량을 진단 후 각자의 직무에 positioning 되었을 때에 조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화에 대한 부분을 설명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조화롭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무엇이 기본이 되어야 하나요?

- 조화라는 개념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쓰입니다.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동호회나 동아리를 만들면 조화를 이루기 쉽겠지요. 그러나 기업 조직은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공동체 조직입니다. 그래서 매우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협력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화롭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이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직의 비전, 목적, 방향, 가치 등에 다양한 구성원들이 정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굳이 조직에서 서로 조화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화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위장된 조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속으로는 마음의 상처가 곪아가면서 겉으로만 조화로운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런 조직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갤러리

(이것은 이번 강의 시리즈를 녹화 편집하고 있는 서승현 군이 찍은 사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3강 새로운 경영론_질문과 답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