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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Mar 04. 2016

차별과 배제에서 보편적 인류애로...

박영선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

차별과 배제에서 보편적 인류애로...

박영선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


https://youtu.be/9dddfc_BUS8



박영선 의원의 발언을 보면서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황당해서 말문이 막혀 의자를 뒤로 젖혔다. 한참 동안 천정을 바라보다가 유학시절 겪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어느 날 박사후보생 세미나(Doktorandenseminar)를 마치고 지도교수와 함께 학생식당(Mensa)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마 10명쯤 됐을 것이다. 긴 테이블에 앉아서 다들 자기 기호대로 음식을 시켰다. 마침 나는 지도교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교수가 말고기 스테이크를 시킨 것이다. 나도 호기심으로 같은 것을 시켰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독일 음식, 영국 음식, 미국 음식, 프랑스 음식 등 다들 음식 얘기로 왁자지껄 떠들었다. 어차피 주제는 음식 얘기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나도 교수가 하는 대로 따라 했다. 말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느냐고 하길래, 처음 먹어보는 거라고 했다. 맛이 어떠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개고기 맛과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말고기를 먹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개고기 맛과 비슷한 데가 있다. 나는 사회성이 좀 부족해서 남의 눈치 잘 안 보고 그냥 있는 대로 말하는 편이다. 그래서 곤란할 때가 가끔 생긴다. 이번에도 그랬다. 


내 말이 떨어지는 순간, 테이블 전체가 싸하게 얼어붙었다. 그 시절 독일인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차범근 선수(차붐) 정도였다. 남북한이 갈라졌는지, 일본이나 중국과는 어떤 관계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말고기 스테이크를 썰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당황하고 있었다. 그 순간 지도교수가 입을 열었다.  

    

“맞아, 개고기도 말고기와 비슷한 맛일 거야. 사실 개는 말과 비교하면 크기만 다를 뿐, 모양새가 아주 비슷하잖아. 안 그래?” 

그러면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개를 식용으로도 기른다면서? 독일에서 돼지를 식용으로 기르는 것처럼 말이야.” 

이제 내가 대답할 차례가 되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식용으로도 길렀지만, 요즘은 금지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개고기를 위한 사육이 금지되었는지 어떤지 내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인데, 일단 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음... 그래... 개고기도 맛있겠네...”

교수의 말이 이쯤 되자, 다른 박사후보생들과 조교들도 눈치를 챈 것이다. 개고기로 얼어붙은 테이블은 다시 음식 먹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존경하는 지도교수 빌프리트 크뤼거


지도교수의 지혜로 위기를 모면한 후, 한 번 더 말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기회가 있었지만, 개고기 얘기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 적어도 배울 만큼 배운 지성인이라면 다른 종교, 문화, 습속, 취향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경영학 지식보다 더 소중한 것을 배웠다.


박영선 의원이 한국 교회에서 배운 것이 “예수천당 불신지옥” 정도라면, 당연히 종교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수준의 발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의 인식의 지평이 이런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소수자, 외국인, 타 종교인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일삼는 사람들은 일체의 공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공직에 나서는 사람은, 차별과 배제의 망령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보편적 인류애를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갤러리

(2011년 여름휴가를 독일에서 보낼 때, 잠시 짬을 내어 모교를 찾아갔었다. 방학중이라 도서관 외에는 대부분 비어있었다.)

건물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었다. 교수들도 완전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전혀 모르는 이름뿐이었다.
도서관 로비. 오른쪽 진열장에 비치된 책들이 크뤼거 교수의 저작들이다
기센대학교 경영경제학부 학생처와 시험처 행정동 건물
기센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연구실 건물
크뤼거 교수는 이 건물 오른쪽 2층에 있었다. 교수연구실 옆에는 비서실, 조교실, 간이도서관, 박사후보생 연구실이 함께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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