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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르조 Aug 05. 2022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셀프 인터뷰: 1일 1인터뷰(220804)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친한 누나가 책을 읽다가 내가 생각이 났다고 빌려줬다. 아직 30페이지 정도밖에 안 읽었는데 왜 누나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다. 가령 이런 식이다. 여행을 떠난 작가의 이상적인 하루는 카페에 앉아 느긋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다. 그러다 책이 읽고 싶어지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어지면 글을 쓴다. 나가서 걷고 싶어지면 걷는다.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데 가끔 음악이 너무 좋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거리에 누가 있든 노래를 따라 부르고 흥이 더 오르면 춤도 춘다. 그러면서 노래와 춤은 무아지경에 빠지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쓰는 식이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나, 대충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쓴다. 물론 유지혜 작가의 글은 나의 졸문과는 비할 바 없는 깊은 고민의 흔적과 풍부한 감성이 담겨있지만 글이 자아내는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동질감을 느꼈던 적이 없다. 이 보다 더 잘 쓰인 글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보다 나를 닮아 있는 글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 내게 어떤 글을 쓰냐고 물어보면 "에세이"라고 대답하는 건 여전히 민망하다. 그래서 "일기와 에세이 사이에 있는 어떤 글"이라고 답변하고 만다. 아주 가끔 댓글에 나를 "작가님"으로 지칭하는 분들이 나타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나의 일기와 에세이 사이에 있는 어떤 글들은 모두 나 자신을 들여다봄으로써 쓰인다. 나는 에세이의 본질이 일상의 사건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순간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붙잡아 깊이 파내려 가보는 거다. 거기서 나를 찾아내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의 글들도 비슷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설명하기 어렵고 사실 매우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고민의 결이 너무나 친숙하다. 한 번쯤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지면으로 만난 것 같아 기쁘다.


책 읽다가 스르르 잠에 들어야겠다.


P.S. 셀프 인터뷰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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