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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르조 Aug 06. 2022

오늘 하루 중 후회하는 게 있다면?

셀프 인터뷰: 1일 1인터뷰(220805)

술을 마신 것.


금요일 저녁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사실 주말의 초입에서 남자 넷이서 술을 마시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다만 나는 때아닌 여름 감기 5일 차였고 코에 집중되었던 병마는 마침 목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목에 좋을 리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결국 참지 못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건 여느 때처럼 행복했다. 다만 정말 술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목이 아픈데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희멀건 액체를 삼키는 나 자신을 보며 참 잘하는 짓이다 싶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냐 넌.


어제 문득 술을 마실만큼 마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9살이 많은 형과 함께 귀가 중이었다. 어제는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 사이다만 먹는 데 성공했는데 형이 나보고 독하다며 어떻게 그랬냐고 웃었다. "뭐 먹을 만큼 먹고 살았는데 형. 솔직히 내가 여태 먹은 양이랑 형이 먹은 거랑 크게 차이 안 날걸? 하루쯤이야."라고 했더니 형은 더 크게 웃으면서 진짜 그런 거 같다고 앞으로도 사이다만 먹고 살라며 어깨를 밀쳤다. 스스로 저 말을 내뱉으면서 깨달았다. 정말 마실만큼 마셨구나. 더 많은 술을 마실 필요가 없겠구나. 근 몇 년간 갈수록 떨어져갔던 술 욕심이 바닥을 찍는 순간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술 없이 살겠다는 게 아니다. 그다지 먹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마저도 들이키고 마는 나의 관성이 지겨운거다. 아무 생각 없이 뻔히 다음날 기침으로 고생할 게 보이면서 미련하게 그걸 한 잔 더한다. 이젠 좀 졸업할 때가 됐다.


슬슬 도망가자. 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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