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브런치에 써보기로 했다.
얼마 전 핸드폰에 알림이 왔다. 브런치였다. 무려 120일 간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님의 글을 120일 동안 보지 못했어요.. ㅠㅠ"라는 메시지였다. 분명히 컴퓨터가 보냈을 텐데 꽤나 인간이 보냈을 법한 그런 문구였다. 그간 신경이 다른 곳에 쏠려있었다. 4개월 남짓한 연애가 시작했다 끝이 났다. 친구들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그렇다. 뻔하디 뻔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거다. 무엇보다 친구한 두 명을 시작으로 지인들에게 브런치를 한다고 얘기했다가 링크를 줬더니, 솔직한 글을 쓰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컸다. 고단한 하루 끝에서 글만큼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 그래서 잠시 네이버 블로그로 도피했다.
다시 브런치를 쓰려한다. 1월 1일도 아닌 1월 14일에 그런 결심을 했다. 1월 1일에 시작하는 건 너무 뻔하지 않나. 네이버 블로그도 좋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충족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브런치만큼 쓸 맛이 나질 않는다고 해야 하나. 타인에게 보여줄 글이 아니라 생각하니 글의 밀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나의 가장 많은 영혼의 조각들이 여기에 있다. 어느덧 세 자리를 넘긴 구독자 중에서는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브런치를 통해 연을 맺게 된 분이다. 그분들이 남겨준 응원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쓰는 글은, 비록 졸필이더라도 브런치에 쓰는 게 맞다고 느껴졌다.
자주 쓰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세우려 한다. 첫 번째는 글쓰기 시간이다. 30분 안에 글의 시작과 끝을 보려 한다. 글감은 하루 틈새 미리 생각해 두고, 책상에 앉아 개요를 쓰는 시간 3분, 표지 사진을 고르는 시간 1분, 글을 쓰는 시간 24분, 맞춤법 검사 2분이 목표다. 오늘 읽은 책에서 모든 과업에 마감시간을 두라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 글을 쓰다 보면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건 예사로운 일이었다. 보다 자주 쓰기 위해 30분이라는 시간은 당분간 지켜볼 셈이다. 두 번째는 사진 최소화다. 정확히는 표지 사진만 활용하고, 본문은 글로 채우려 한다. 글 그 자체로 설명력이 있는 것이 본질이라는 생각에서다. 마지막은 업로드 주기다. 현재로서는 주 4회는 올리자는 결심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는 주말 이틀과 화요일 목요일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는 불처럼 화끈하게 하루는 나무처럼 평온하게 쓰면 되겠네. 원칙이라고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다시 돌아온 나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오직 글만이 내가 나를 알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나의 글을 통해서 수익이 나는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언어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습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울 거다. 다만 나는 늘 그래왔듯, 나 자신을 탐구하기 위해 글을 쓰려한다. 나의 작은 움직임이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의미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해봐야 알 수 있다.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