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1_좌충우돌 수학분투기
아이(앨빈)의 중 1 여름방학, 아내(풍뎅이)는 처음으로 학원수학 맛보기에 돌입한다. 그리고 맛보기는 맛보기로 끝난다.
1. 아내(풍뎅이)의 글 (중 1 여름방학 즈음)
2015.07.29
저번 주에 두 곳에서 고등학교 수학 1 시험을 봤었다. 점수는 훌륭한 점수는 아니고, 지금까지 혼자 공부했다는 거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한 곳은 방학특강으로 오후 1시 반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앨빈이 기겁을 해서 다른 곳으로 정했다. 월, 금이 정규수업이고 오후 6시 10분부터 10시까지 인데, 방학이라 4시부터 시작하고 토욜 기하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해서 토욜도 학원 가는 것으로 했다.
어제 원장선생님이 전화 와서 영재고를 갈려면 수학·과학만 해야 한다고 한다. 내신도 중요하지 않다고 하며 다른 거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일단, 한 달 학원을 보내며 앨빈의 반응을 보고 결정을 해야겠다. 수학학원을 다녀 보지 않아서 경험 상 보내 본 건데 이렇게 공부해서 과연 영재고라는 학교를 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이가 ‘수학이 정말 좋아요’도 아니고 영재학교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해야겠다는 목표가 아직 있는 것도 아니고.
중학교 한 학기가 지났다. 남은 학기들을 어떻게 보내는 게 진정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지…
2015.08.10
수학학원을 댕기니 이건 모 하루 종일 수학 문제만 풀고 있는 것 같다. 오전에 영어하고 나면 오후. 월, 금, 토 수학학원에 가는데, 내 준 숙제 양을 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막상 풀다 보면 무지 오래 걸린다. 월, 금은 수학선행이고 토욜은 기하수업. 이번 주까지는 수학특강으로 오후 4시에 시작하여 10시에 끝난다.
교재는 <실력정석 2>, <쎈 2>. 수업방법은 숙제로 내 준 <쎈> 문제들 모르는 거 질문하기. 실력정석 기본 문제 설명해 주면 풀어 보기. 연습문제는 풀지 않음. <메르스수학>으로 하루 종일 수학한다고 했더니만 그건 모 저리 가라네. 2주 분의 수학학원비를 내었고, 다시 8월분을 내야 해서 학원 댕길래 말래 물어봤더니 한 달은 더 다녀 보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중간에 애들과 간식 사 먹는 재미에 그런 듯한데...
우쨌든 살짝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성실히 숙제하려고 하니 그 자세만으로도 칭찬해 주고 싶구나.
2015.10.01
여름방학 동안 다녔던 수학학원은 9월에 그만두었다. 왜 그만두냐는 학원 측의 질문에, 혹시 아이가 힘들어하냐는 질문에, 그냥 네, 라고만 대답했다. 진짜 답인 "그렇게 아이를 공부시키고 싶지 않다"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00고등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는 아이들. 왜 수학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매일 4 시간씩 수학과 과학만 선행해야 하는 생활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다시 혼자 풀고 혼자 답을 찾아가는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도 좋지만 놀기를 더 좋아하는 아이. 여전히 시계를 보며 투덜거리는 아이. 야구 하이라이트도 봐야 하고, 영화도 봐야 하고, 놀기도 해야 하는 아이.
오늘도 “엄마, 얼마큼 해야 해??”라고 말하는 중1 아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는가?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4.12.30)
아이(앨빈)가 중 1 여름방학 때 영재고(과학고) 대비반 학원에 한 달쯤 잠시 다녔다는 사실을 그 당시 나는 몰랐다. 아이가 힘들어했고, 그럴 때면 늘 그랬듯이 아이의 뜻을 존중하여 아내(풍뎅이)는 그만두었다. 중 2 여름부터 다시, 이제는 본격적인 학원생활을 시작할 때에야 그런 일이 있었음을 뒤늦게 나는 알게 되었다(아내는 혼자서 고민하느라 참 힘겨웠을 것이다). 학원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어떤 의도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다니느냐가 판단의 근거일 뿐이다. 그때의 일화는 곧 다른 에피소드에서 적게 될 것이다.
수학학원을 그만둔 아이는 집에서 다시 수학 관련 독서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 봐도 참 좋은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