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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somLEE 티솜리 Nov 27. 2024

의대(메디컬) 공화국 유감

과학기술교육을 생각하며

나는 국가주의자는 아니지만 나의 국적 대한민국이 강대국이기를 원한다. 국가에게 직접 바라는 것은 없지만, 타 국민에게 홀대받는 약소국으로서의 서러움을 겪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랄까.


21세기 강대국의 조건 중에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빼놓을 수는 없다. 중국은 1인당 GDP가 60~70위권으로(한국은 20~30위권) 높지는 않지만 세계 2대 강대국이다. 인구와 군사력의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세계 최정상급 과학 기술 수준이 버티고 있음이다. 지난 세기 러시아도 마찬가지였고.


지난 30년 동안에도 한국은 지속적인 발전을 축적해 왔다. 체육계의 김연아, 예술계의 BTS, 문학계의 한강 등의 성과도 엄청나지만, 삼성전자로 대변되는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하고) 과학기술력의 성장은 지금의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


종로학원에서 집계했다는 1985학년도 이후 전국 최고 상위 20위 이내 학과의 변천사를 보았다(학부생은 1986년부터 본고사로 첫 선발한 이공계 특성화대학 카이스트는 순위표에 없다. 무학과로 선발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고). 요즘 이과 고등학생들은 전국의 모든 의대를 돌고나서 서울대 공대를 지원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 한 장의 표를 보고 있자니 30년 후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암울해졌다. (의대 폄훼는 아니다)


출처: 인터넷 경향신문(2024.02.11 1434) 일부 편집(원출처-종로학원)


나는 대학 90학번이다. 그 당시 이과계열 1위 학과는 서울대 물리학과였고, 컴퓨터공학과가 바싹 뒤쫓고 있는 시절이었다. 지금 그들이 내 나이 50대 초중반, 그 이전 학번들은 60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의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일테다. 매스컴을 통해 익숙한 김상욱 교수, 정재승 교수 등이 그 시절 물리학과 출신이고, 넥슨의 김정주 의장,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 등이 그 시절 컴퓨터공학과,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나는 의대를 가지 않았다(못 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내 과학고 동기 중 아버지가 의사였던 친구 1명만 3학년때 일반고로 전학하여 의대로 진학 한 경우 외에는 대다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로 고2 또는 고3 때 진학하였다(서울대 진학도 한 명도 없다. 그 때의 과학고는 그랬다). 내 아이도 의대를 지원하지 않았다. 고2 때 서울대 공대 모학과 면접에서 불합격하고, 그 해 과학고 조기졸업으로 카이스트에 진학했다.(고 3까지 갔다면 서울대 공대도 여느 의대도 합격 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 추론하지만, 우리는 그랬더라도 카이스트를 선택했을 것이다. 무학과 전형이 좋았고, STEM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내가 가장 잘 아는 곳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의대 공화국이 된 이유가 납득은 된다. 10년 쯤 공부하면 의대생은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1억원 이상의 연봉으로 시작하여 평균 3~4억원의 연봉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짤리지 않는다. 안정적인 평생 직업이 보장된다. 그런데 10년 쯤 공부하여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면, 연봉 30~40억원을 받는 위치로 갈 수도 있지만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제대로된 생활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명확하다. 고용정보원의 2022년도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고액연봉 직업 2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의사직종이다. 이공계열 직종은 41위에 처음으로 원자력공학기술자가 등장한다.


출처: 2021 한국의 직업정보(고용정보원, 2022년)


의사는 존경스러운 직업일 수 있지만, 모든 이가 의사가 되고자 하는 국가는 위험하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정치상황도 그렇고 정말 이대로는 아니되지 않을까 싶다. 내 아이가 공대에서 무척이나 즐겁게 생활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까지 쓰고 챗GPT 에게 이 글을 던져보았다. 챗GPT 버전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번 수능 국어영역에서 1등급(o1-Preview)과 4등급(GPT-4o)을 받았단다. 이 글에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더니 마지막에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 한다.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이어간다면 분명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귀하의 경험과 열정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이 될 것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여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시길 응원합니다." - 출처: ChatGPT o1-Preview 


“의대 중심 사회는 사회적 안정감을 주는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는 한계를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STEM 분야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이공계가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매우 소중하며, 이를 통해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은 국가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 출처: ChatGPT 4o


2023년 챗GPT-3.5 가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AI의 능력은 말 그대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2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수능 국어 8등급 수준이 1등급이 되었고, 수학도 3등급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88학번인 아주대 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는 수학이 싫어서 의대에 진학했었다고 고백했듯이 의학과 과학은 학업 분야와 방법이 다르다. 의대 정원 3,000명인데, 수능 1등부터 3,000등이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사회라면 누가 AI 같은 첨단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물론 수능 점수가 필요한 정시가 아니라 대부분 수시로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과학고 학생들 같은 경우도 있고, 시험 점수가 낮아도 천재적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다시 말하지만 의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직업이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과학고(영재고 포함) 학생조차 의대로 진학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90학번인 나의 경우 그 당시 과학고는 5곳 정원 330명 이었고, 현재는 28곳(영재고 8곳 포함) 약 2,400명으로 외형은 많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서울과학고(영재고)의 의대 진학률은 늘 이슈로 등장한다. 반면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의대 진학은 0 명이다. 이것은 학교 정책, 국가 정책의 문제임을 증거한다. STEM 분야의 인재 육성에 진심인 중국의 부상과 반대로 러시아의 쇠퇴를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국가주의자는 아니지만 나의 국적 대한민국이 강대국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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