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이 떨리는 간지러움이 없어졌을 때
한 없이 그리웠던 날도 있었지. 내가 원하지 않은 어릴 적 너 만의 이별 통보를 안고는 머리를 빡빡 밀고 훈련소로 들어가던 날이, 매일 기억이 떠올라 널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꼭 물어 보리라 다짐을 하면 살았던 그간의 세월이었어.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지나고 흘러 당신과 우연히도 연락이 닿았을 때, 떨림과 긴장의 기운은 온몸을 혈관을 조이는 느낌에 최고의 흥분이 휘감기도 했었다.
허나, 그렇게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지내 오면서 너에게 느낀 건 어릴 적 나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변함이 없구나..라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지. 이미 당신은 내게 "믿음"이라는 이름을 반은 접고 들어온 사람 같이 굴었어.
그런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잡아 주기 위해 손도 내 밀어 보고, 마음도 열어 보이기도 했지만, 이미 꺾고 들어오는 그 마음엔 당할 길이 없었지.
아프더라..
쓰리더라..
그리고, 그런 것들로 인해 힘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간 내 손끝에 그리고 내 발끝에 닿아서 환하게 웃으며 서로의 내일을 꿈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지.
쉑~~~ 하며 밀려 들어오는 밀물 마냥 그렇게 다가는 왔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만 인식하고 말았더랬지.
다가갈라 치면, 못 미덥다 밀어내고, 내밀어 볼라 치면, 넌 원래 그래 하며 떨쳐 내고 했던 당신의 손이 점점 더 미워짐을 느끼던 그때가, 그 마음의 시작이 아니었다 싶다.
괴롭더라..
미치겠더라..
그래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다리에 힘이 빠지더라.
그리고, 이미 가슴속 나비는 온 데 간데 없어진 지 오래였던것 같더라. 그래서, 다시는 당신과 함께 가슴속 나비를 날게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할 때, 당신은 내게 손을 내밀더라.
근데, 그땐 이미 내가 당신의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이 이미 닳고 닳아 문둥병 걸린 손 마냥 녹아내리고 있던 때였지.
그래, 그런 날 보고 당신은 험한 욕이란 욕은 다 했어. 그간의 내가 뻗고, 내밀었던 손과 마음은 이미 당신에겐 없던 일이 되어있었던 거야.
나를 인정하지 않은 당신에게, 인정해달라, 받아들여 달라 라고 말 하기도 지쳤지.
당신은 오히려 아무리 해도 닿지 않는 내 마음이라 했던가? 아니.. 아무리 해도 내 마음이 가 닿지 않더라.
그게 내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봉착되었을 때, 그때 느끼는 비참함이란 어느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패배감만 안겨 줬지.
당신은 내가 아니어도 살 수 있다 라며, 찬물에 밥 말아먹듯 쉽게 얘기 꺼냈던 적이 많았어.
난, 당신이라는 여자에게 찬물에 만 밥 보다 못 한 남자였음을 느끼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난,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존경하고, 존중해서, 그렇게 나 역시 존경받고, 존중받고 싶었던 남자였거든..
아프고, 힘들고, 괴롭더라.
그런 이유로, 내 자신이 나를 놓을 수도 있겠다 싶은 절박감이 들었던 그때.
내가 살기 위해 당신을 놓았다. 그게 당신을 떠나온 이유다.
"내가 내 자신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