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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Nov 29. 2016

여행은 방랑 #7

조용히 들어왔듯, 조용히 돌아가기

새벽 4시30분.. 어김없이 목청 터져라 장닭이 울어댄다. 헌데, 이상하리만치 싫지가 않다. 루앙에 머무는 첫날부터 곤한 잠을 깨우던 녀석인데 밉지가 않다.

아직은 여명조차 밝아오지 않은 아주 이른 새벽. 한낮의 후끈한 열기와 습기는 아직 없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 한통을 꺼내어 벌컥이며 들이킨다. 발코니 테이블 위 먹다 남은 과일에 초파리가 한 가득 달라붙어 있다. 이 또한 휘휘 내 쫓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건 그만큼 마음이 느려졌다는 얘기일까? 아마도...


이른 시간 욕실로 달려들어가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다. 그렇게 루앙프라방의 마지막 날은 밝아오고 있다.




어김없이 내려간 리셉션에는 디만이 밝은 미소로 "아침?" 하며 반긴다. 오늘도 나의 메뉴는 부드러운 "Made by 디만"의 오믈렛 과 과일. 그리고 진한 테이스터스 쵸이스 블랙커피의 향으로 아침을 연다.

그렇게 아침을 먹으며 디만에게 묻는다.


"디만, 나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

"알아."

"그래서 말인데, 체크아웃 늦게 하면 안 될까?"

"몇 시?"

"음... pm3?"

"그래, 너 편한대로 해."

"얼마 더 주면 되니?"

"그냥 있다 나와. 공항가는 차는 구했어?"

"아니, 나가서 찾으면 없으려고?"

"그럼 우리가 태워줄께."

"그건 얼마?"

"Free~" 하면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디만. 웬지 이 녀석을 사랑할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조금 더 갖게된 루앙의 마지막 날을 느긋하게 보내 볼 참이다. 다시금 골목을 걸어볼까 한다. 모닝마켓도 가보고, 푸시산 입구에서 시사방봉 로드도 지긋이 내려다 보고, 그러다 작은 카페 천막 밑에 앉아 비어라오도 한병 들이켜보고, 매일 두잔씩 마셨던 셰이크도 먹어볼 참이다.





"사브작 사브작 걷는 걸음에 지난 시간이 즈려 밟힌다.

자그락 자그락 하면 소리를 내는 시간의 소음은

나 에게만 들리는 소음이지만, 결코 달팽이관을 자극하는 일 또한 없다. 여행의 걸음은 그런것.."


잠시 앉아 쉬곤 했던 악세사리 가게 앞 간이의자가 정갈히도 포개어 있고, 담넘어 집 주인은 조용한 아침을 시작하고 있는 루앙프라방의 시간 속, 그들의 소소한 시간의 흐름은 메콩의 흐름과 같이 거칠지 않게 흘러가지만 결고 느리지는 않더라.





아빠의 툭툭이에 해먹을 걸어놓고 노는 남매.. 어디서 봤나 생각했더니 야시장 한켠에 앉아 딱딱한 쌀알을 먹던 녀석들이었고, 사원 앞 마당에서 작은 원 안에 고이 모아든 병뚜껑 들을 내던진 슬리퍼로 따 먹기를 하던 녀석들..


이 모든 순간이 작은 일렁임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살포시 들어와 각인되고 마는 시간.. 한낮의 루앙프라방이다.




시간이 되어 숙소로 돌아온 나는 시원하게 샤워로 땀을 씻어내고, 미리 바로 준비해둔 수트케이스를 들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미리 대기하고 있는 미니버스에 오르기 전..디만이 다가온다.

"다음에 또 꼭 와." 하며 건네는 작은 주먹밥 세알.. 여는 손님에게 하는 상투적인 인사치레로 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 작은 세알의 주먹밥 때문이었다.

"꼭 또 쉬러올께. 아! 디만 아침 먹을때 음악 나오면 더 좋겠더라." 하며 건네준 블루투스 스피커에 하얀 이가 다시 보인다.


"컵짜이~"



나를 태우고 비엔티엔 왓타이 국제공항으로 날아갈 루앙프라방 발 국내선 라오항공 이제 진짜 루앙을 떠날 시간이다.


 


그렇게 40여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왓타이 국제공항 스텝에서 내려 뒤를 돌아본 그 자리에 커다란 보름달이 휘엉청 올라있다. 라오항공기와의 어울림이 어째 그림 같더라니..

왓타이 도착시간 저녁 7시, 이제 자정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남았다. 상당한 지루함이 예상되지만, 음.. 뭐, 이 또한 여행인것을



5시간의 Waiting 끝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렇게 다시 봐도 라오스 국적기인 라오항공기는 참 이쁘네..

조용하고 적막했던 귀국행 비행기, 여행에서 돌아오는 나의 기분탓 이었을까? 웬지 모르는 무거움이 지긋이 나의 온 몸을 누르고 있더라..

6시간여의 비행.. 드디어 대한민국 상공이다. 우리의 영공이라고도 표현하는 우리의 하늘이 열린다 벌겋게..



이로서 모든 일정은 마무리 된다.

지난 일주일간의 꿈만 같았던 시간들, 처음엔 낯설었으며 끝에는 내것만 같았던 시간. 허나 진한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수 없는 여행의 생리..


그렇게 나의 루앙프라방 시계는 잠시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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