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님"이라는 미명

바닥에 비치는 나 라는 이름의 반영

by T Soo

천정이 비치는 대리석 위에 털썩 주저앉아 정면을 주시하면, 이리로 저리로 오고 가는 발걸음들을 조우한다.

바퀴 달린 가방을 끌기도 하고, 커다란 등가방을 지고 가기도 하고, 혹은 맨몸으로 어디론가 바삐 뜀박질을 하기도 한다.

내가 들어온 여행이라는 세상은 그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한데

그렇듯 두 가지의 세상이 만나, 조우하는 그 시간에 겹쳐지는 두 가지의 일상.

하나는 여행의 일상이며, 또 다른 하나는 삶의 일상.


타이완 타이페이 열차역의 중전


그렇게 난,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작은 날갯짓으로 그 틈을 파고 들어간다.

편의점 앞 뜨끈한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여는 직장인들, 열차를 기다리며 신문을 읽고 있는 한 중년 신사

등에 가방을 메고는 연신 책 속의 글자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학생들

그들 모두의 삶에서 낯설지 않은 모습과 조우하게 되는 여행지에서의 민낯엔 바로 내가 서 있던 것



작은 걸음을 내디뎌 목적지로 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지나가는 시간을 지르밟고 가는 고통의 연속이라 할 지라도, 여행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그 고통의 연속성을 가진 시간이 또 다른 하나의 추억이 되고, 기억이 되며

또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자아가 되어 훗날 돌아오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다님"이라는 이름으로 걸음걸음마다 나의 시간의 씨앗을 흩뿌리고 다닌다.

언젠가는 그 씨앗이 자라나 훌륭한 자아가 그 자리에 서 있을는지도 모를 일 이기에...


여행길에서 만나는 내 자신과의 조우 또한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건 바로 여행 길바닥 위에 비치는 나 라는 이름의 반영이기도 하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그 반영을 제대로 보며 지금껏 왔을까?

여행의 묘미와 여행의 의미를 알기엔 아직 다녀온 여행길이 태부족함을 느끼는 이유일 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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