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그 위에 흩뿌려진 이야기
그것을 뭇사람들은 보통 무채색으로 시작한다 했다.
지금의 나는 그것이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편으로 내 경험상 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난 유채색으로 고쳐 그려가고 있는 중임엔 사실이다.
언제부터 인가 나는 세상과 통하는 방법을 길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두 다리로 걷고, 내 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세상과 소통을 이루었고, 그 소통은 바로 여행으로부터
시작이 되었으며, 그러한 여행은 마치 관음증 환자같이 나 이외의 또 다른 삶을 훔쳐보기도 하며
그 삶들의 시간과 이야기하기 위한 수단이며, 도구였다.
위에서 생각을 정리했으며 길 위의 다 썩어가는 벤치에서 다친 마음을 다독였고, 절간 대웅전 처마 밑에서
치유받았으며, 낯선 이 가 전하는 불붙은 담배 한 개비로 토닥임을 받았다.
그 생각과 다독임을 통한 치유는 유일한 치료제였으며, 피 흘리는 마음에 바를 빨간약이었을지도 모를 일
어쩔 때에는 걷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 멈추어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눈물 흘릴 기운 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
그러나, 풍경과 길을 담는 사진가로서 말없이 다독여 주는 풀떼기, 바람이 깃든 나무, 시간이 녹아 있는 강
그리고, 좁디좁은 길과 골목에서 하얀 이를 내 보이며 웃어주는 그들의 얼굴이 마약과도 같았기에 다시
걷더라. 내가 담는 소소한 풍경이, 작은 골목 어귀의 모습이 내게 있어 치료제가 되듯, 이러한 사진과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도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고 서늘한 그늘 바람과 같은 청량감으로 치유의 마음으로
다가가길...
어김없이 난, 또다시 생활이 빈틈을 보일 적마다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며, 또다시 걷고 있을 거다.
그렇게 걸으며, 마음을 토닥여 주는 것들을 담고 또 담기 또한 반복할 것이고..
그렇게, 난 이제 길이 되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이는 그대들도 그러지 아니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