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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Feb 07. 2017

끝나지 않는..

끊임없는 질문에 답 하지 못하기에

한낮 루앙프라방의 거리엔 뜨거움이 머리위로 한 가득이다.

시사방봉 거리 한 구석 그늘에 앉아 단골 로드 쉐이크 샵에서 받아온 1번 쉐이크를 마시는 달달한 시간.


딱딱한 영어 발음이 왼쪽 고막을 자극한다.

"너, 일본인?"

아마도 동공에 꽂혀 찌릿했을 법한 눈초리로 쏘아 붙인다.

"아니거등~"

"그럼 중국인?"

"것도 아니거등~~"

"아.. 미안, 한국인 이구나?"

그 말에 이제 알았냐는 눈초리와 함께 맞다는 답을 던진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통성명을 거친 그 친구는 독일에서 여행온 미국계 독일인 안드레 라는 프리랜서 였다.


"너 혼자 왔니?" 라는 나의 질문에

"너두?" 라는 답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시시껄렁한 잡담을 주고 받고는 던진 나의 한 마디..

"너 여기 왜 왔니?"

"......................"

"넌 너한테 질문 하면서 여행 하니?"

"......................"


이 시끼가 형이 말 하는데 대답을 안 한다.. 하긴 느닷없이 던진 뜬금없는 철학적인 질문에 답할 녀석은 애초에 아니었던 걸로 보이긴 했다.


"난 항상 여행 오면 질문을 하는데"

그제서야 무슨 질문이냐 묻는다.

"난 여기 왜 왔을까?"

"무엇을 얻으려고? 또는, 무엇을 버리려고?"


왼쪽 고막에 들리는 나즈막한 탄식 아닌 탄식 소리.

"A............"

"그래서 넌 답을 내렸어?" 라는 안드레의 질문에 나는 너무도 당당하게


"NOP!" 을 던진다..


그 답을 듣고는 얘 뭐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안드레의 일그러진 미간에 한 마디 던진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못 끊어. 그래서 이렇게 계속 떠나는 거야. 어떻게 해도 답을 못 찾겠거든.."

"아~~ 그래, 그 답을 찾으면 여행에 의미가 없겠구나?"


라며 맞장구 치는 안드레의 얼굴에 그제서야 옅은 미소가 퍼진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궁무진 하게 찾을수도 있으며, 없다면 있는거 없는거 잔뜩 만들어서 라도 떠날수 있다.

허나, 여행을 끝내야 하는 이유는 절대 찾을수 없기에 여행을 끝내지 못 함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많은 인연들 속에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드 같은것 말고,

그냥 나, 단지 나, 만을 위한 여행.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여행.


그 질문과 답 위에 걸쳐진 외줄 하나에 간신히 올라타 좌로, 우로 기우뚱 거리며 걸을 지언정, 그 불안한 여행을 끝낼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오늘도 난 떠날 준비를 하는 가 보다.


그렇게 지독한 여행중독자가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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