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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Feb 06. 2017

향유 내음 가득한 거리에서

대만의 야시장을 걷다.

낮동안의 여행의 번잡스러움에서 조금 벗어나고자 야시장을 찾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발걸음 일수 있다. 허나,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관광지에서의 관광객들을 보는 것이 은근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기에 그들의 삶의 냄새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설 명절에 떠난 대만의 밤거리는 그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았다.

여기저기서 구워내는 꼬치 요리와 기름진 그들만의 국밥 냄새, 그리고 향유로 가득한 좁디좁은 야시장 골목은 말 그대로 삶의 축소판.

왼쪽 콧방울에 피어싱을 한 젊은이들부터 반백의 노인들까지 하나 같이 입에서 입으로 그들만의 먹거리 향연을 펼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따라 사들고 입에 넣은 꼬지에서는 목 구녕을 깊숙이 찌르는 짙은 그들만의 향이 넘어가 퍼진다.


"아... 큰일 났다. 이걸 다 어쩐다지?"


 자그마치 내 왼손에 들려 있는 하얀 기름진 봉투엔 짙은 향의 꼬지가 자그마치 5개나 들어 있었기에..





하는 수 없이 그 짙은 향을 느끼며 양념 맛으로 목 넘김을 하다 보니, 은근 중독성 있더라.

중화문화권에서 느끼는 향유의 진함은 태국 등에서 느끼는 향신료보다 그 자극이 심하다. 그렇다 해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기에, 그리고 먹다 보면 어느샌가 다시 봉투 하나가 새로이 들려 있더라.


여행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문화로도 들어가는 것이기에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삶은 진하고, 진하고, 진하다.

그 진함 속에서 한데 어울려 깊은 호흡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은 어느새 날틀을 타고 건너온 이방인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듯한 하나의 사람이 되는 것.

내가 그 자리로 들어가는 것은, 그들이 하나의 자리를 내게 내어 주는 것이다.

그 내어준 자리에서 호흡하고, 말을 나누고, 나의 문화와 그들의 문화의 중첩을 찾으며, 그 접점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며 스릴 아닌 스릴을 만끽하는 것.


그게 바로 여행에 들어가는 것.





오붓하게 나누는 친구들의 얘기도 엳들어가면서 그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하나의 선상에 올려놓는 노력이 있음에 그 행위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하는 행위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에서 밤거리를 걷지 않으면 그 여행에서 반쪽만 느끼고 오게 되더라.

낮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순수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밤거리. 그 거리에는 분명 향락과 음주가무가 있겠지만, 삶을 즐기려는, 그 삶 속에서 존재를 느끼기 위한 여행자 에게는 향락은 사치임은 명백한 사실..

자연스럽게 들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진한 향유 속에서 걷는 걸음과 생각, 그리고 왼손에 들린 기름 베어든 하얀 봉투에는 여행의 진함이 스며든다."


                                                                                                                                                          in Tai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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