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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Sep 04. 2016

그리움이 젖줄이 되다.


한 동안을 사람 없이 살아 봤다. 그립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만의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렇게 살았었다. 봄이 되면 녹기 시작한 땅을 뚫고 나오는 새순들을 친구 삼아도 봤고, 여름에 생기 발랄하게 나오는 녹음을 이웃 삼아 살기도 했으며, 가을엔 절로 고개 숙이며 겸손해하는 벼 이삭들과 산뽀를 떠나기도 했고, 겨울엔 하염없이 내리는 하얀 눈송이들과 어깨동무하고 이곳저곳을 누비고도 다녔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허기진 느낌이 해가 가면 갈수록 심해지기만 했다.

진수성찬의 밥상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는 포만감을 느낄 새도 없이 찾아오는 출출함 이라고나 할까...

그랬다. 온 세상엔 내 친구들이 줄을 지어 때가 되면 올라오고, 살아 숨 쉬고, 날 위해 흐드러진 춤사위를 보여 주건만 그 친구들만 가지고는 출출함을 채울 길이 없던 것이지.


역시, 난 사람이었던 거다.

사람이 고팠고, 사람의 정에 출출했던 것이었고, 사람의 냄새에 허기졌던 것이었지.

짧게는 5년 만에 길게는 7년 만에 사람을 만났다. 함께 전국을 다니며 셔터질을 스스럼없이 하던 존재들

내가 피사체가 되기도 했으며, 그들이 나의 피사체가 되어 주기도 했던 10년 지기의 친구들..

이른 저녁부터 시작한 자리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고, 쐬주 한잔 주고받으며 7년 만에 나타난 나를 어제 본 것 같이 대해주는 그들의 모습에 밖으로는 박장대소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얘기를 나누지만

마음은 따뜻함에 허기가 달래지는 기분이 들더라.


무엇이든 혼자 이루어 지는 것은 없더라, 함께 어울어져야 진정한 완전체가 되는 거더라..



이제는 제법 어른이 되어가는 청춘들.

10년 전엔 20대 초반이던 동생이나 30대 중반이던 동생들이 이제 어엿한 엄마, 아빠가 되고, 결혼을 앞두고 있더라. "우리 딸아이 돌잔치에 와요 형~" 하는 동생의 말에 "암~ 당연히 가야지."라는 대화를 나누는, 이제 정말 아줌마, 아저씨들이 되어 있더라.

그렇게 우린 성장했고, 자랐으며, 영글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움은 내게 있어 젖줄이 되고, 그 젖줄은 또 다른 양분이 되어, 계속 지속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더라.

허기짐과 출출함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룻밤이 지나가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서로의 안식처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따뜻함을 느낌과 이제 든든한 속을 만끽하고 자리를 떠났더랬다.


역시 사람은 사람이 사는 마을에 살아야 하며

그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그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채워주는 젖줄이 되어야 하는 것 임을 절실이 깨달은 하루였지 싶다.

그렇게 적지 않은 나이에 또 하나를 배워가며, 페이지 페이지를 채우는 삶.


그게 우리가 조금 더 사치를 부려도 되고, 더 많은 욕심을 내어도 되는 삶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그리움은 젖줄이 되어 오늘도 살아가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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