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 속에 머물다

끝나가는 겨울의 한 자락을 붙잡다.

by T Soo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호들갑을 떨며 부리나케 뛰어 나간 적

꽁지에 불붙은 강아지 마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뛰어갔던 적

그렇게 마치 급한 일이 있는냥 후다닥 떠났던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거야

막상 가 보면 그 어느 누구도 없는 황망한 땅덩어리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는 것을 말이지.


찬 바람에 귓불이 얼얼하게 얼어 급히 들어간 간판 없는 백반집에서 내온 된장찌개 뚝배기 위에

얼굴을 들이대며,

"더럽게 춥네." 하며 성애 서린 투덜거림을 읊조린 경험


허허벌판 동지섯달 찬바람 부는 촌동네 간이정류장에 무심하게도 낯선 여행자를 떨궈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는 촌구석 매연 풀풀 풍기는 시골버스의 뒤통수에,

"에레이~ 잘 가라." 하며 얼음 튀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던 경험


그런데, 가만 보면 웃기지 않아?

누가 가란 것도 아니고, 실제로 누가 불러온 것도 아닌데 대상 없는 그 누구를 향해 투덜거린다는 게..

근데, 이 끝이 보이는 계절에게 그런 심통 거림을 부리고 싶은 건 사실이지 않니?



좌우에서 불어오는 겨울 한기 서린 바람에 양볼짝을 한대씩 맞고 나면 번뜩하며 금방 후회를 하곤 해

성애가 잔뜩 서린 이름 모를 선술집 가운데 팔팔 끓으며 뜨거운 김을 훅훅 내뱉는 주전자에서 온기를 느낀 후

그 서릿발 서린 후회는 점차 사그라들기도 하지


빨간색 글씨가 새겨져 있는 선술집 출입문 유리창 너머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스치는 생각은

무언가가 무척 그립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된다.

그리곤 약간 오른 막걸리 기운에 눈 물인지 눈물이지 모를 것들이 고이기도 하고 그러지

끝이 보이는 이 계절에 말이야

언제 이 계절이 또 시작하려나 하고 기다려지는 건 나만 그런게 아닐 거야?

다음 겨울엔 누가, 어떤 곳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거.. 너도 있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계절 이 시간엔

그저 널 그렇게 생각하고, 그리고 있는 것 외에는 이제 내가 할 건 없는 것 같다.


그리움이 문득 다가올 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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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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