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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Feb 27. 2018

베트남 유랑기 Part #1

도착, 그리고 하이퐁의 첫 인상

2017년 9월 25일

9월이 끝나갈 무렵의 하노이 국제공항은 흡사 건식 한증막에 물을 잔뜩 뿌려놓은 것 같은 상황. 트랩을 통해 느껴지는 뜨겁고 습함은 불쾌함을 선사해 주더라니

그렇게 도착한 입국심사장 나를 포함한 직원 3명은 6개월 체류비자를 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비자피를 준비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그리고 제출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함흥차사다. 들어간 여권과 서류는 이곳저곳을 다니는것 같은데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묻기를 수차례, 결국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비자 딱지가 붙은 여권을 받아들고는 속으로 치미는 욕지기를 집어삼키며 입으론 땡큐를 말 할수 밖에.. 밑보이면 무슨 이유로 문제삼아 태클을 걸지 모르는 중립지역이기에 한껏 땀으로 범벅된 미소를 날리고 스템프 찍힌 여권을 들고는 빠져 나온다.

청사 밖으로 나오니 베트남 날씨의 실체와 맞닥뜨리고 만다 훅 들어오는 한낮의 열기와 비가 내렸었는지 뜨끈한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습한 기운.. 앞으로 펼쳐질 3개월의 베트남 생활이 벌써부터 곤욕스러워 지더라


회사 소속의 운전기사인 베트남 현지직원인 륵을 만나 하이퐁으로 향한다. 하이퐁은 베트남의 4대도시 중 호치민 다음으로 큰 항구 도시 중 한곳이다. 면적만 놓고 보더라도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 1.5배되는 큰 도시. 그곳에 내가 소속된 회사의 현지공장이 위치해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노이에서 하이퐁을 가기위해서는 국도를 타고 4시간 반이 걸렸다고 하나 지금은 LG건설이 완공한 하이퐁-하노이간 고속도로가 있어서 2시간 30분대면 도착할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인 탓인지 하이퐁으로 이동하는 내내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자고있는데 뭔가 덜컹하는 느낌 마치 오른쪽 궁둥이가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오른쪽 뒷바퀴가 터졌단다. 날도 덥고 습한데 참 가지가지 한다 하며 내리고 보니 고속도로 1차로 한 가운데다. 근데 더 황당한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그 자리에서 바퀴를 갈아 끼우려드는 륵.. 갓길로 가서 안 하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노 프라블럼 이란다.. 이 나라 참 가관이다.

우리 일행은 하는 수 없이 고속도로 1차로에 서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는데 급작스럽게 스콜이 내려 쏟아진다. 딱 2분간 쏟아진 비는 일행 모두를 흠뻑 적시고 말더라니 서로의 꼴을 보고는 웃지 않을수가 없는 상황


나참 기가막힌 나라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더 달려서 도착한 하이퐁

그냥 작은 산업도시 라고만 알고 도착한 하이퐁은 의외로 번화한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더라 퇴근길 몰려든 오토바이 행렬과 차량들 그 틈을 헤집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촉사고 없이 진행되는 트래픽의 광경을 보며 아연실색하는 우리들.. 아비규환이다 정신도 나가고 턱도 빠지고 이 도시에서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을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 하이퐁의 첫 인상


그 도시가 "어서와~ 여긴 베트남이야." 라며 전하는 인사를 받고 베트남 라이프를 시작한다.

한낮 온도 38도를 웃돌고 습도는 연일 95% 이상을 유지하는 날씨. 아침에 입고 나간 반팔을 점심 때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다. 누가 그늘에 있음 시원하다 했던가.. 그 사람 나 한테 걸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렇게 한달을 어디 나가지도 못 하고 회사일에만 몰두해 지내다보니 10월이 금방 지나더라. 내가 무겁게 카메라는 왜 챙겨왔을까? 라는 궁금증도 생기면서 조금은 허무한듯한 기분이 들때 즈음, 이렇게 일만 하다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 여행쟁이라고 지칭하는 인간인데 북부지역은 돌아다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퇴근 시간을 앞두고 맘 먹고 법인장을 찾아가 조심스레 얘기를 꺼낸다.


"법인장님 면담 요청드립니다."

"들어와요."

"저.. 그게.. 음~~"

"말씀 하시죠."

"아.. 저,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하.."

"예, 말씀하세요."

"11월부터 일요일은 무조건 쉬겠습니다. 장비가 돌아가든 말든 말이죠." 라고 어렵게 꺼낸 나의 얘기에 돌아온 답은

"네." 였다.

"예?" 하고 되물은 말에

"네." 라고 돌아오는 답.


이렇게 허무할때가 있나. 그래도 사람이 어렵게 얘기를 꺼냈으면 뭔 고민이라도 하는 시늉은 보여야 하는거 아닌가? 이 양반 이거이거 좀 서운한걸.. 어쨌거나 허락을 득 했으니 이제 주말은 오롯이 내꺼다 라며 앞으로의 여행계획을 세울수 있게됐다.

급 기분 좋아진 베트남에서 맞이한 10월의 마지막 밤이다.



회사 생활 얘기는 그다지 흥미를 못 느낄것 같아 순수히  여행 이야기에만 주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쓰는 저 역시 회사 생활은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요. 우리 모두가 같은 직장인들 이기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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