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사랑하는 일

기록강박 2

by 닿다

꽤 오랜 시간 연애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에 빠지길 바라는 것인지 사랑받길 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랑하는 것들이야 많으니 아무래도 사랑받고 싶은 쪽일 거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대부분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 것들이니까. 나는 왜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 걸 사랑하게 된 걸까. 무엇이 이렇게 만든 걸까.



얼마 전 내가 삶을 이어가는 이유가 이유 없는 사랑을 받고 싶어서라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언제 이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에는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고 싶어서 산다고 여겼다. 내 기준에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럼에도 사랑받지 못하는 일이 조금은 마음이 저려서 이런 결론에 도달해버린 것 같은데, 요즈음은 또 이런 생각을 한다. 과연 앞으로의 내 삶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할지. 그러니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것인지.



사랑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사랑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도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다. 웃긴 일이다. 사는 일에는 이유가 있으면서 이유 없는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사랑을 사랑한다면서 사랑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이쯤되면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수순일 거고, 실제로 꽤 고민하고 있다. 사랑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 때문에 사랑 받고 싶어하나. 사랑을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은 재발명되어야만한다라는 주장은 이런 일에서 비롯된 걸까. 모든 사랑은 개인적인 일일 텐데, 랭보의 주장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서 자주 인용되는 것을 보면 모두에게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이라는 어렴풋한 기억으로 정립된 내 사랑도 새로이 발명돼어야 한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걸 보면 말이다. 내 사랑이 잘못되고 구식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유없는 사랑은 가능한 일일까. 나 조차도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유없이 사랑받고 싶어하는 게 맞는 일인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데 나는 왜 이런 것을 바라게 된 것인지. 내가 그동안 해온 사랑이 이유없는 사랑이라고 생각이라도 한 걸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재발명은 분명 필요해보인다.



나는 어떤 사랑을 원하는 것일까. 불가능한 사랑을 꿈꾸지는 않는다. 가능하면서 사랑이라고 여길 수 있는 그런 사랑. 어린 날의 사랑은 비록 미성숙하더라도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쓴 기억이 난다. 그때문에 난 내 어린 날의 사랑으로 살아온 것일 텐데, 이제 어리지 않은 내 나잇대의 완전한 사랑은 무엇일까. 이성과의 관계에 공식 같은 게 생겨버린 지금. 어떻게 사랑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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