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는 목표와 비전의 공유의 근본적인 문제의 이유
자랑할 만한 커리어는 아니지만…
길지 않은 10년 동안,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폐업한 뒤 제품 매니저(PM)로 일하고, 또 여러 회사를 코칭하면서 정말 다양한 회사와 사람, 상황을 접했던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다소 지지부진하고, 팀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상황”을 더 많이 경험했던 것 같구요.
(다소 재수 없지만)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잘 되는 거지?" 혹은 "내일은 조금만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해본 기억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기회를 얻었던 것은 지금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자극이 되어 더 큰 성장을 찾는 사람이 된 것도 매우 감사한 일이구요.
성장의 과정 중에서 어떤 때는 극도의 몰입으로 함께 성장을 만들어 간 때도 있었고, 반대로 정말 좋은 멤버들이 있는 팀이었지만 과업을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때에는 하루에 다섯 시간씩만 자고 일해도 피곤하지 않았고, 어떤 때는 하루에 다섯 시간을 일해도 정신적으로 피로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경험 속에서 아쉽게도 “빠르게 성장하는 팀의 비밀은 무엇인가?”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성장이 더뎌지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점은 몇 가지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은 적은 리소스로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빠르게 성과를 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에 공감하고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선, "누가 옆에서 감독하지 않아도" 또 "누가 옆에서 정리해 주지 않아도"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목표를 강조하기 위해
매달 올핸즈 미팅이나 타운홀을 하기도 하며,
회사의 비전을 외우게 하는 정신교육을 실시하거나,
곳곳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포스터를 붙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이러한 도구들을 많이 활용했었고, 이는 팀원들을 하나의 비전과 방향성으로 이끌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컨텍스트(맥락)를 알지 못한 상태인 사람들에게 잘못된 방향으로 비전을 강조할수록, 강조는 "세뇌"의 형태로 변질됩니다. 이로 인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거나 본인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팀원들을 "잘못된 사람"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팀의 균형을 망치게 되고 성장은 더뎌지는 환경을 만들게 되죠.
*컨텍스트 얼라인먼트(Context Alignment): 업무에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 또는 할 수 있게끔 하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컨텍스트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목표를 공감하기 힘든 명확한 이유들이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1. 우리는 모두 다르게 커왔습니다. 이익집단으로 모인 우리가 마음까지 하나가 되긴 힘들어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비전에 미쳐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모인 이유는 서로 필요한 능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첫 시작이지, 비전 때문이 아닙니다(공동 창업자는 제외하고). 그런 상황에서 의도와 목적에 대한 이해 없이 목표만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덧셈을 배운 사람들에게 미분을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2. 방향성이 맞더라도 생각하는 과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숫자 3을 만드는 계산식은 무한히 많습니다. 1+2도 3이고, 81/27도 3입니다. 1*3도 3이고, 1.234234+1.765766도 3입니다. 이렇듯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갈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가설과 검증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는지를 알 수 없이 진행된다면, 큰 불협화음을 만들게 됩니다. “회사가 잘못 가고 있어.” “회사가 망하려나 봐.” “이게 맞아?”와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사실 망한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목표에 맞춰 팀원들이 생겨서 가속도가 붙는 것이 아니라 느려졌을 뿐입니다(물론 정말로 망할 회사가 안 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안타깝지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헤헷) 복합적인 부분도 분명히 많을 거고 "이것만 잘하면 다 된다!"라는 게 있었다면, 저도 열심히 해봤을 텐데, 그런 건 없더라고요.
다만, 언제 컨텍스트 얼라인먼트가 가장 안 맞던 때는 기억이 나서 다음 글에서 적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