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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Feb 01. 2023

모양

변화와 도전의 시기, 2023년 1월의 기록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혜였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었을 만큼, 나의 1월은 어딘가 무지막지하고 스펙터클했다. 사실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2023년의 시작이라 그저 놀랍고 무서웠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성난 아메바처럼 열심히 자신의 영역을 펼쳐나가는 한 달이었다고 해야 할까.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이들을 만났다. 많이 움직였고, 많이 춤췄다. 그 밖에 해야 할 것들도 차근차근해나간 덕에 여러 가지를 도전하고,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는 한 달이었다.


이 글을 적기 위해, 1월의 기록들을 차근차근 살펴봤다. 일기장을 쳐다보고, 스케줄러를 확인한다. 한 달의 모양이  잿빛이진 않을까 싶었는데, 어떤 날보다도 선명한 다홍색과 같았다고 해야 할까. 꽤나 열심히 살고, 꽤나 열심히 놀았다. 나의 삶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도 거침없었고, 베푸는 일에 인색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여전히 삶은 녹록지 않지만, 작년한해를 돌아보면서 항상 바쁘게 살아가더라도 누군가를 보고 마주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는데, 그것을 의식해 와서 그런지 올해의 시작은 꽤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사람 책"을 실감하는 요즘, 내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며 각자의 삶을 듣는 일들이 참 좋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소개팅을 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오래된 친구를 만나 거하게 소고기를 사주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만든 컵홀더를 선물 받기도 했다. 작년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던 독서모임사람들을 보고 이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이 모임은 많이 오래되진 않았어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톡방으로 돈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 외에, 없는 시간들을 쪼개다 보니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회사사람들과 함께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어쩐지 그 관계들이 어색했지만 점점 좋아지는 중에 있고, 회사 앞까지 친히 찾아와 준 지인과 딱 한잔의 반주를 기울이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그 덕에 하루종일 신이 나서 설레는 하루를 보내기도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퇴근 후 수업 가기 전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와 같이 밥을 먹었던 시간도 좋았다. 서로 마음이 닿을 때 "가자!"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 외에 특별했다면 특별했을 설 연휴도 껴있었는데, 어김없이 춤을 췄고, 속이 더부룩해서 식사를 제치고 심야 영화를 보고 무서워했고 생각과 다르게 진행되었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그 이후에 또 함께한 사람들끼리 누렁이씨 집에 초대받게 되어서 다 같이 밥도 먹고 웃으며 놀았는데, 그저 무해하게 이렇게 모여 함께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동한 날이었다. 아마 나의 한 달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날이지 않았나 싶다.



별 볼일 없는 한 사람의 월정산 글이 읽힐 리 만무하겠지만, 뭐 그럼에도 적어두는 건 한 달을 마무리하기 좋은 단어를 오늘 제공(?) 받았기 때문이겠다. 학교에 입학할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작년 12월이었는데, 1월이 되니 결심이 섰고, 결심한 바 대로 최선을 다해보리라 마음먹고 등록금을 납부했다.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결혼을 하든 일을 하든 혼자 살기를 하든 뭐라도 바로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다짐한 일이었다. 마냥 회사를 다니며 돈 모으지 않고 펑펑 쓰기를 7년가량 했는데, 막상 돌아보니 모아둔 돈이 아무것도 없는 게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나는 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노력했나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더라. 이쯤 되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공부고 도전이고 발전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영어공부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달이지만, 어떤 걸 저지른(?) 상태가 무척 자랑스럽다. 3월의 나는 죽어나겠으니 2월엔 꼭 영어공부를 하겠노라 다짐을 살짝 해본다.


늘 추고 있는 스윙댄스는 여전히 열심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1-2월에 다 놀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1월엔 원 없이 춤을 췄다. 행복하다 싶을 정도로 거하게 춤추던 삶인데 2월에도 또 그럴 것 같아서 몹시 기대가 된다. 거진 주 6일은 춤에 빠져서 연습도 하고 소셜도 가고 수업도 듣고 했다. 그 삶이 마냥 좋긴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아서, 앞으로도 점점 줄여갈 예정이다. 그 결심이 서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정말 그만둘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겠지. 


그래도 스윙댄스가 좋은 건, 춤이 너무 재밌으니까 잘 추고 싶어서 운동을 게으르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막상 지속적인 운동을 하다 보니, 삶에 있어서 모든 일을 하고 즐기려면 체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본기가 없다고 다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체력이 좋으면 다양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되어주니까 꼭 운동을 게으르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세워본다. 스스로 헬스장을 열심히 다녔던 적이 있던가. 1년을 끊는 게 아깝지 않았던 적이 작년이었다면, 올해 역시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일상처럼 헬스를 해야겠구나 한다. 매일의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 체력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업무적으로도 새로운 분야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래서 이 기회를 잡아볼까 한다. 겨우 2월이 돼서야 그 마음이 생겼지만, 하고 있는 일 이상으로 돈을 받아가며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건 꽤나 좋은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려고 마음먹은 것도 있는데, 그걸 회사에서 알아주고, 알려주시려 하는 그 마음이 감사했다. 나는 가진 능력이 많이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 누가 그러더라, ~할걸 하고 후회할 때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외워가면 그보다 나은 인생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면, 목표치 3년 동안 꼼짝없이 치열하게 살아보련다.

- 3년 동안 공부하고 학교 졸업
- 3년 동안 이 회사에 짱 박혀서 업무 배우기 (회사를 옮겨야 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 3년 동안 영어공부 하기
- 3년이 끝나면 스윙댄스 해외행사를 나갈 수 있게 적금 넣어두기.
- 3년 동안 또 돈을 열심히 모아보기. 아등바등 안 쓰고 안 먹고 해 보기.

정도로 모양과 가닥을 잡아두면 되지 않을까. 나 이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바에 영어단어라도 하나 더 외워보자고. 고생은 젊을 때 하는 거니까. 이렇게 주저앉기는 싫으니까. 최선을 다해보자.


임진아 작가님의 <2023 오늘을 채우는 일력>에서 매일 제시되는 단어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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