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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Apr 13. 2023

[상담일기] 3회차

관계는 상호작용이에요.

상담을 받는 시간이 이토록 기다려지고 좋아지는 것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이토록 좋은 일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나는 내편을 필요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상담선생님을 정말 많이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이번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상담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처음 이 상담을 해가면서 어떤 목표를 설정할까요? 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주 호소하던 사람들에 대한 내 과도한 생각을 잠재우고 싶다고 했다. 결국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른 것들 보다 관계의 상호작용이 내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전 2회차때보다 목소리의 떨림도 줄어들었고, 어색한 느낌도 없다. 선생님이랑 이야기할때 자신없는 나의 시선처리가 좀 못내 아쉽긴 하지만, 사람의 눈을 쳐다보며 생각한 바를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것은 꽤나 어렵다. 또 반면에, 회기를 다시 듣고 있다보니, 혹시라도 나의 무의식의 영역이 과도한 페르소나를 발생시켜 선생님에게 마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왜냐면, 회기상담하는 나는 나의 생각을 명확하고 조리있게 설명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나의 무의식의 영역이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더 멋져보이려고 잘 보이려고 행동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선생님에게도 내비쳐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다음번엔 이걸 좀 털어놓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실제 상담이 시작되고나니 마음이 확실히 편해진건 확실하다. 2주간의 간단한 회기로 접수상담을 진행했다면, 이제 3회기때부터는 실질적인 상담이 이루어진다. 10회의 기본 상담을 기준으로, 그 이후로는 선택사항에 두는, 본격적이고 본격적인 상담은 이제부터다. 



서두에도 찰나의 시간에 말했지만, 이번 상담에서 깨달았던 건, 관계는 상호작용이다. 이번 글의 소제목으로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 거리를 아예 규정해버리고 다가오지 마세요.라는 틀을 제공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게 그 틀에 상응하는 결과를 보였던 것이 아니냐는 말에 수긍이 갔다. 내 오래된 기질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다. 그래서 그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이것은 지극히 나의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고, 선생님은 다른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해주셨다. 

스스로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상담 2회차 까지 파악했으니까, 그것을 토대로 다르게 시선을 가져보려 애를 써봐야 상담이 일말의 변화라도 존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10번의 시간동안 파워풀하게 혹은 스펙타클하게 변화가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상담을 받으려고 할것이다. 다만, 우리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역량을 하루아침에 바꿀수 없는 지극히 여린 인간이니까, 당연히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단지 내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가기 위해서 개선방안을 노력해보는 것이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배려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었던 것은 내 스스로였다. 내가 정한 만큼만 다가오라는 그 말이 어쩌면 나를 옭죄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은연중에 내비쳤던 "더 다가오지 마세요."하는 그 마음들이 상대방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그 거리감 때문에 "왜저래 쟤?"와 같은 말투로 나를 쳐다볼대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도 그랬다. 오히려 상대방이 내게 너무 다가올땐 나 역시도 부담스러워 했으면서, 왜 나는 되고 너는 안되는 내로남불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관계란게 그럴 리 없는데, 너는 되고 나는 안되는 그런 것이 아닐진대 나는 무엇을 믿고 관계를 홀로 규정해버렸을까. 서로의 속도와 다정함의 거리를 유지해 나가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반대로 상대 역시 그 관게를 어려워할테니까 각자 서로 조금 기다려주고 서로 상호작용을 했어야 했다. 그러니까 그 상호작용을 잘 해내지 못했던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였다.


어떻게 해야 이 상호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너와 나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으면서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바보가 나다. 상호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면서, 일방적인 감정만을 앞세우거나, 일방적으로 감정이 없는 것 처럼 숨긴다. 극과 극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상호"라는 단어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사람관계에 명확함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한다. 애초에 그 규정되지 않은 관계가 좋은 관계 아니던가 생각하게 된다. 가만 보면 나는 매사에 명확한 거리를 유지하고, 명확함을 갖고 싶어 한다. 나 스스로가 나를 명확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군의 업무를 배우는 요즘 기술에 관한 글을 쓰는 업무를 맡고 보니 내가 쓰는 언어들이 명확하지 않음을 느낀다. 많이 고치려고 했는데 아직도 그렇구나 했다. 그전부터 그랬다. 내가 쓴 글을 어쩐지 퇴고하고 싶지 않아 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육하원칙으로 구술하면 참 좋으련만, 나의 문장들에는 육하원칙이 없다. 그저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마구잡이로 쓴 글들이 많다. 그래서 더더욱 명확함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하는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것 역시 내게 확신이 없기 때문일까. 생각들을 나열하고 정리하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임을 알면서도, 쉽지 않다.


문득 멈춰버린 시간을 혼자 거니는 상상을 한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두렵다는 생각을 무척 많이 하니까.

삶이 녹록지 않은 요즘 상담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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