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음이 길을 잃을 때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한 주먹씩 먹는다.
살다보면 한두 번쯤 복용을 빼먹는 날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작은 실수 하나가, 몸 안에서 큰 파동이 되어 돌아온다.
그제는 ‘익셀’이라는 약을 빠뜨렸다.
우울증과 섬유근육통 치료에 쓰이는 약이다.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나는 점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의 두통에 시달렸다.
집에 돌아와 편두통 약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끝내 구토를 했다.
속을 모두 비워낸 뒤에도 위액만 남아 나왔다.
탈수가 오겠다 싶어 물을 마셨다.
그 물조차 다시 토해냈다.
데친 시금치처럼 축 늘어진 나는 겨우 핸드폰만 붙들고, 누운 채로 검색창에 질문을 던졌다.
'탈수 상태일 때 대처 방법'
물만 마시는 건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혈액이 묽어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이온음료나 소금물로 전해질을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전해질'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대체 이 작은 분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길래?
전해질은 몸 안의 세포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신호라고 한다.
물만으로는 안 된다.
길을 잃은 몸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가 되어야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배달앱으로 이온음료를 주문했다.
혹시 또 토할까봐, 한 모금씩 천천히.
그리고 다행히, 속은 점차 진정되었고, 서서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윽고, 전해질 중 하나인 칼륨이 들어있다는 바나나를 조심스럽게 몇 입 넣었다.
전해질이라는 이름의 작고 강한 존재가 나를 다시 일으켰다.
나는 오늘, 다시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지옥 같던 회사를 퇴사한 지 한 달.
몸도 마음도 탈진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섬유근육통 증상은 심해졌고, 면역력이 바닥나 전신에 피부병이 올라왔다.
공황 발작은 잦아졌고, 바깥세상은 여전히 무섭다.
이런 몸으로,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일을 해야 나를 덜 해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돈만이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는 마음에 '전해질' 무언가가 필요하다.
몸의 방향을 되찾게 해주었던 전해질처럼,
마음의 방향을 알려주는 한 마디 말, 다정한 응시, 이해하려는 태도.
그런 것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간절한 회복의 자원이다.
나는 바란다.
내가 회복될 수 있다면,
나 또한 누군가의 전해질이 되고 싶다.
삶의 길을 잃고 비틀거리는 이들에게 조심스레, 그러나 정확하게
“이쪽이야. 여기가 네 자리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