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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티 구구 Mar 28. 2021

편집자 모집 지원

 3월이 3일 남았다. 2021년의 1/4분기가 지나간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주말을 보내왔다. 1주일에 책 한 권을 읽어내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내 독서 분량이 형편없다는 것을 브런치에 책 리뷰를 쓰며 알게 되었다. 하지만 책은 많이 구매했다. 읽지 못하고 쌓아놓고 있는데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좀 더 시간을 잘 보내서 틈틈이 독서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모 출판사에서 편집자, 북디자이너, 경리를 뽑는다는 광고를 보았다. 내게는 기회였다. 이번 기회는 내게 종소리처럼 분명하게 다가왔다. 조금 전에 입사원서를 메일로 보냈다. 5일 후에 서류합격 결과를 알려준다. 긴장이나 설렘은 없다. 단지 기회를 놓칠 필요가 없다는 믿음 같은 게 있었다. 되면 정말 기쁘게 일을 할 것이고, 안되면 지금 주어진 생활에 충실하게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입사 원서에는 질문이 여섯 개였다. 그 질문에 답하며 스스로 조금 놀랐다. 이 질문들에 어려워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 말이다.


 그 이유는 브런치 덕분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 1주일에 한 권씩 어떻게 해서라도 독서를 하고 책 리뷰를 썼던 시간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적되어서 시너지를 불러온 것 같다. 책을 많이 구매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책방에 자주 간 것도 그렇고, 책과 관련된 모임을 해온 것도 도움이 되었다. 나열해 보자면, 1. 소설 습작 2. 시 공부 3. 독서 모임 4. 책방가기 5. 책 구매 6. 브런치에 책 리뷰 쓰기 7. 리딩북 듣기 8. 작가의 북 토크 참여... 등등이다. 독서가 취미라는 것을 보다 능동적으로 해왔다. 일단 책을 읽으면 꼭 책 리뷰를 쓰려고 노력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며, 좋아하는 소설을 나도 한 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소설 습작을 해서 공모전에도 여러 차례 도전했고, 책모임에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다섯 군데에서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고, 작가의 북 토크에도 직접 갔고, 북클럽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정말 열심히 해왔다. 내가 주체가 되어하는 활동에서 그 방법도 다양하게 꾸준히 해 온 것이다. 글을 읽고, 쓰고, 창작까지 했으니 말이다.


 만약 편집자로 뽑히게 되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올라가게 된다. 창작자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작을 하는 작가들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고, 관찰할 수 있는 자리에 가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내게는 굉장히 득이 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개인 책방, 그리고 헌책방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책을 구매했는데, 이 모든 곳에서 책을 구매할 때 내가 선택한 책은 분명 내 개인 취향일 것이다. 그렇다. 취향은 중요하다. 그건 내 가 살아온 인생과 그 시간 동안 내가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한 총체가 안목이 되어서 책을 선택하고, 작가를 선택하고, 결과물을 냈으니 말이다. 책이라는 매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할 수 있다. 겉만 보고 고르면 부서지고, 속을 모르면 딱딱해서 씹을 수 없는 책을 고를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제는 종이책에서부터 전자책까지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상품인 책을 골라야 하는데 그 망망한 대우주에서 푯대를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 리뷰도 읽고, 한 줄 평도 보고, 책 표지도 보고, 요즘은 북 튜버 도움도 받을 텐데 그 모든 것을 균형 잡는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에게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분야도 다양하고 베스트셀러는 자주 바뀐다. 나는 모르는 분야는 제목을 유심히 본다. 제목을 보여주는 표지가 마음에 들면 책을 훑어본다. 저자와 번역자가 있으면 꼼꼼히 살펴보고, 목차를 보며 내가 이해하는지를 파악한다. 목차가 너무 쉽게 이해되어도 분명 문제가 있고, 너무 어려워도 읽기는 쉽지 않다.


 편집자가 되면 지금 일하는 시간 동안에도 책과 원고를 보게 되는 것일 텐데, 힘들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푹 빠져서 일을 할 것이라는 낙관부터 앞선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빈도 더 다양한 곳에서 책을 접하게 될 것이고 그런다면 그것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책을 위한 창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99%의 노력과 1%의 영감. 99%가 책과 작가라면 1%는 바로 내가 될 것이다. 책 사이를 자유롭게 오고 가며 작가, 출판사,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 브런치에서 활동도 계속해나갈 것이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가 풀려나가는 기분이다.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이 기회가 내게는 한 단계 올라가는 것처럼 여겨진다. 무언가 더 구체적으로 책에 접근하는 기분을 만끽해본다. 브런치를 통해 아침을 맞이했으니, 편집자로 출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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