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티 구구 Aug 26. 2024

워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흑백 사진



지인은 배가 고팠다. 11월 중순의 바람은 배고픈 지인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며 사납게 그녀를 몰아세웠다. 지인은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다. 그런데 그녀는 버건디 립스틱을 바르고 짧은 카키색 스커트에 인조 가죽 워커를 신고 삐딱하게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 씨발, 왜 안 오는 거야.’

지인은 그 작은 입술로 거친 말을 내뱉었다. 옆에 지나가던 아줌마가 움찔하고는 허둥대며 지나갔다. 지인은 그 아줌마의 꼬락서니를 멀거니 쳐다보더니, 담배를 찾았다. 아직까지 안 오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담배로 허기를 채워야 했다. 후욱하고 길게 담배를 내뿜는 그녀를 지나가는 행인들이 거의 모두들 쳐다봤다. 지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갸름한 두 눈매로 그들을 하나씩 쏘아보며 ‘나 담배 피운다 그래서 뭐’하는 눈빛을 보냈다.


까만색 스포츠 카가 지인 앞에 섰다. 두 젊은 남자가 차에 타고 있었다. 지인은 걸어서 그들에게 가더니 ‘한참 기다리게 했으니, 먼저 밥부터 먹여줘.’라고 내뱉었다. 두 젊은이는 어서 타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내에 붙어있는 강변 부지로 갔다. 그곳에 포장마차가 즐비했다. ‘마미 천사’라는 곳에 들어갔다. 손이 커 보이는 아주머니가 셋을 보더니, 뜨거운 우동 국물을 한 사발 가져다주었다. 아주머니는 지인의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쉰다. 지인은 아주머니에게 삐딱한 눈으로 국물 죽이네요라고 말한다.


두 젊은이는 지인이 마구마구 닭똥집을 씹어 먹는 것을 기분 좋게 바라본다. 지인은 이걸 먹고 둘을 때려눕히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먹는다. 지인은 학생이 아니다. 지인은 거리에서 자신을 내놓고 살아온 지 반년이 넘었다. 지인은 끝장을 본다면 보는 성격이었다. 한 명만을 상대하지 않았다. 딱 3명까지도 상대해 보았다. 그 대신 지인은 돈보다 먹을 것을 밝혔다. 돈을 밝히면 그들 대부분은 사기를 치거나, 지인을 험하게 다뤘다. 지인은 처음 몇 번 그렇게 당하고 나서는 돈보다 먹을 것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1주일에 5일을 열심히 일했다. 낮에는 햄버거를 팔았다.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퇴근을 하고, 거리로 나섰다. 오늘은 돈 많은 고삘이가 그 대상이다. 둘 다 지인이 먹는 것을 보고는 헤벌쭉해졌다.


카섹스가 시작되었다 지인은 절대 옷을 다 벗지 않았다. 그 고삘이 둘은 땡땡해진 자신들의 성기를 어쩔 줄 몰라서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지인은 여유로웠다. 빨리 해줄수록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인이 입고 있던 블루종을 벗자 나시를 입은 상체가 드러났다. 그녀는 상체만 벗었다. 짧은 치마 속의 그녀의 일부는 그녀 것이었다. 고삘이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그러자 지인은 워커를 신은 한쪽 발로 살며시 그의 가슴을 누르고는 그녀의 손으로 남자의 바지를 벗겼다. 고삘이 남자애는 몸을 마구 움직이려고 했다. 지인은 두 허벅지로 그 남자의 허리를 강하게 휘감고는 움직이는 것을 자제시켰다. 리드미컬한 움직임 속에서 고삘이의 얼굴은 환희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지인은 그 표정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다른 고삘이 한 명이 멍하니 그 친구 표정을 보며 자기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절정에 오르고 나자 남자애는 뻗어버렸다. 다른 한 명이 그새 기운이 다 빠졌는지 몸을 어기적거리면 지인 앞으로 왔다. 지인은 이번에 손으로 그의 성기를 살짝 쥐었다. 지인은 그 남자애 표정으로 봐서 삽입이 필요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손으로 모든 것을 마쳤다. 카섹스는 그렇게 끝났다. 지인이 옷을 입고 나왔을 때까지 둘은 몽롱한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녀가 받은 돈은 몇 푼 안 되었다. 그녀는 별로 내색하지 않고, 차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몸이 욱신거렸지만, 워커를 신은 그녀의 다리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지인은 걸어서 시내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가서 그녀의 은행 ATM기에 받은 돈을 넣었다. 꽤 많은 돈이 그 통장 안에 있었다. 그녀가 사는 방식은 아주 깔끔했다. 적당한 금액과 넉넉한 밥 그리고 그녀가 주도하는 섹스. 그녀는 그렇게 남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있다. 지인은 절대 돈을 밝히지 않는다. 그녀는 섹스의 자유를 원한다. 그리고 배고픔에 주린 그녀의 배를 항상 먼저 챙긴다. 버건디 립스틱으로 바른 입술이 그녀의 인상을 더 차갑게 만든다. 그녀의 갸름한 눈은 앞을 보고 있고, 워커를 신은 그녀의 다리는 12월 중순 겨울에 더없이 추워 보이게 한다. 그녀는 어서 그녀가 씻을 곳을 생각해 본다. 그녀는 집이 없다. 그녀가 갈 곳은 야간 알바를 뛰는 찜질방이다. 그녀는 뜨거운 물에 몸을 씻고, 얼큰한 라면을 먹고, 또 일을 할 것이다. 그녀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이 도시를 떠날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이미 그녀가 중학교 때 이혼하고 둘 다 집을 나갔다. 친척 집에 얹혀살았지만, 살 곳이 못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몸이 자신이 살 길임을 알았다.


지인은 찜질방에 도착해서 뜨거운 물에 씻는다. 라면을 먹는다.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지인은 그 차가웠던 얼굴이 해사하게 바뀐다. 그녀는 자신의 짐꾸러미에서 다소 커 보이는 책자를 꺼낸다. 흑백 사진이 잔뜩 실린 사진집이다. 그녀는 그것을 숨을 죽이고 바라보며 한 장씩 넘긴다. 그녀는 나중에 꼭 사진작가가 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매일 주문을 건다. 그녀는 흑백 사진을 좋아한다. 그것은 군더더기가 없다. 그것은 그녀가 남자를 상대하며 느꼈던 움직임처럼 살아있다. 그녀는 누드 사진을 좋아한다. 사진 속의 그녀들 동작을 하나하나 상상해 본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처럼.


찜질방 밖에는 첫눈이 내린다. 첫눈이 내리는 밤거리는 흑백사진 같다. 지인이 걸었던 거리가 눈에 살포시 쌓이고 있다. 그녀가 땅에 찍은 워커 발자국이 하나하나 소복이 눈에 쌓이고 있다. 어떤 눈송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고 흩날린다. 바람이 그 눈을 어딘가로 데려간다. 찜질방 창문으로 휘잉하는 밤바람 소리가 들린다. 지인은 잠깐 그곳을 응시하더니, 찜질방 이곳저곳을 청소한다. 그녀가 씹어 먹은 닭똥집과 라면이 그녀를 이렇게 힘쓰게 한다. 지인은 여지없이 고등학교 여학생 얼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얼굴에 있는 작은 주근깨가 꼭 기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인은 일을 마치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찜질방 한 귀퉁이로 베개를 갖고 간다. 그녀는 내일 치를 일을 또 생각한다. 철저한 몸놀림, 철저한 식습관, 철저한 시간 관리. 그녀는 야생 동물처럼 살지만, 그녀는 생각이 있는 인간이다. 그녀는 그것을 안다. 그녀는 그것을 알기에 눕자마자 잠을 청한다. 내일은 눈이 덮인 땅을 워커로 지그시 밟아볼 것이다.


안녕 미미


오늘도 행복했는가. 대답 대신 그녀는 입술을 모아서 침을 퉤 뱉었다. 뱉은 침을 보더니 그녀는 워커로 지그시 문지른다. 이번 주는 계속 허탕이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진 탓이다. 삼일 내내 카섹스를 치르고 돈을 주지 않은 남자들이 다 차를 몰고 튀었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그녀의 침을 퉤 하고 뱉었다. 지금 그녀는 몹시 배가 고프다. 한 중년 남성과 카섹스를 치렀는데, 도대체 그녀 뜻대로 되지를 않았다. 옷을 다 벗고 싶지 않았던 그녀를 그 남자는 다 벗겼고, 그녀는 그러자 부끄러워졌다. 그녀의 몸은 이상하게 순종적으로 변했다. 그 남자는 처음에 그녀의 질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한참 애무했다. 지인은 그것이 싫었다. 손가락으로 그의 손을 탁 치자, 그의 표정이 싹 바뀌더니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숨을 못 쉬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그녀가 힘을 못 쓰는 것을 알자 무겁게 그녀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하나도 느낌이 없었다. 답답하게 짓눌러오는 그 남자의 몸과 입 냄새뿐이었다. 지인은 아무래도 이번에는 돈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일이 끝난 후 그가 주는 돈을 받고, 지인은 더 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지인의 손에서 얼른 그 돈을 뺏더니 그녀를 차 밖으로 밀쳐냈다. 그녀는 벌거벗은 상태로 차 밖으로 내팽개쳐졌다. 그녀의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그녀는 처음으로 울었다. 이 일을 시작하고,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그녀였다.


걸어오는데 워커까지 망가져버렸다. 한쪽 굽이 덜거덕거려서 그녀의 걸음은 뒤에서 보면 위태로워 보였다. 배는 고프고, 걸음걸이는 시원치 않고, 지인은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나마 옷을 입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길거리 여자라고 다들 손가락질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ATM기로 갔다. 그녀는 수수료를 절대 물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그날은 급했다. 지인은 이대로 찜질방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우선 적당한 워커를 사야 했고, 주린 배를 채워야 했고, 몸을 씻어야 했다. 이 세 가지를 다 하려면 아무래도 그녀의 언니를 찾아가야 한다. 그녀는 우는 것을 그치고 전화박스로 갔다. 잠시 생각을 하고 전화번호를 누른다. 오랜만에 전화를 거는 것이다. 그녀의 언니는 그녀가 거리에서 몸을 내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예 언니 동생을 끊자고 했다. 그녀의 언니는 지인만큼 이쁘지 않았다. 지인이 자신의 미모로 남자들을 홀리고 다니는 것을 언니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마음속의 시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지인은 전화기 벨소리가 울리는 것을 한참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지인.... 나 좀 만나러 와 줘. 지인은 그러고는 울기 시작했다. 언니는 택시를 타고 지인이 있는 전화박스로 왔다. 지인은 전화박스 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언니는 혀를 끌끌 찼다. 언니의 눈이 그녀 구석구석을 핥듯이 뜯어보는 것을 지인은 아무 힘없이 바라봤다.


둘은 택시를 타고 언니가 사는 1.5룸으로 왔다. 지인은 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어서 이 기분을 떨쳐내고 싶었다. 언니는 그동안에 김치찌개를 끓였다. 지인은 샤워를 오래 했다. 샤워기 물소리가 계속 들렸다. 찌개가 다 식어서야 지인이 욕실에서 나왔다. 지인은 언니가 자신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였는데도 제대로 숟가락질을 못했다. 지인의 몸에서 열이 났다. 언니는 그녀를 이불 위에 눕히고 약국으로 갔다. 언니는 사후 피임약을 구하지 못했다며, 지인에게 너 어쩔래 하고 말했다. 지인은 걱정 마 피임은 항상 철저히 하니까라고 말했다. 언니와 지인은 그렇게 밤을 보냈다. 지인은 밤새 몸을 뒤척였고, 언니는 잠을 자듯이 부동자세였지만, 지인이 내는 뒤척임을 다 듣고 있었다.

언니는 지인에게 다음 날 아침에 함께 살자고 했다. 거리 일은 그만두라고 했다. 지인은 아침을 먹고 언니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나왔다. 그녀는 언니 역시 돈벌이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언니는 공부를 하고 싶어 했고, 그녀가 언니와 살면 분명 공부하는 목표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인은 언니가 준 운동화를 신고 걸었다. 어젯밤에 찾은 돈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워커를 사야 했다. 그녀는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구두 가게는 다양한 구두를 전시하고 있었다. 지인은 하나씩 꼼꼼히 살핀다. 그녀는 적당한 높이에 그녀가 좋아하는 블랙 색상에 신고 오래 걸을 수 있는지를 살폈다. 구두를 신고 걷자 가게 사장은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쳐다보며, 아가씨 잘 어울리네 딱 자기 거잖아 라며 칭찬을 했다. 지인은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거리로 나설 것이다. 딱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만 이 짓을 할 것이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워커를 골랐다. 이번에 고른 워커는 스웨이드 재질로 되어있고, 바닥이 미끄럼 방지로 되어있는 굽이었으며, 다른 워커들보다 튼튼해 보였다. 값도 더 비쌌다. 그녀는 워커를 신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워커를 신고 또 땅을 밟을 것이다.


햄버거 가게에 도착하기 전에 ATM기에 다시 들렸다. 워커를 사고 남은 돈을 입금했다. 그녀가 번 돈은 고스란히 ATM기로 들어갔다. 통장도 없었다. 그녀는 돈을 빼서 쓸 때는 딱 세 가지였다. 옷, 화장품, 워커. 그녀는 밥은 거리에서 해결했고, 찜질방에서 해결했고, 햄버거를 먹었다. 그녀는 그리고, 많이 걸었다. 그녀는 다리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그녀만이 아는 감각이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잘 살필 줄 알았다. 그녀는 강행군 속에서도 자신의 컨디션을 놓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녀는 하루에 한 끼는 꼭 밥을 먹거나 고기를 먹었고, 햄버거와 라면으로 나머지 두 끼를 때웠다. 그녀는 매일 배고픈 그녀의 배를 위해 살았다. 그녀의 몸은 성인이 되지 않았지만, 점점 굴곡이 튼튼해졌다. 그녀의 허벅지가 그걸 보여주었다. 그녀의 허벅지는 워커로 걸은 근육과 밤일을 하며 얻은 감각으로 육감적으로 변해있었다. 거리를 걷는 그녀의 다리를 쳐다보는 남자들이 많았다. 지인은 그 시선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는 똑바로 걸으며 속도를 냈다.


길바닥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새로 산 워커는 눈을 뽀드득 밟으며 앞으로 나간다. 오늘 그녀는 입술에 팥죽색 립스틱을 발랐다. 버건디는 이제 치웠다. 그녀는 좀 더 몸값을 높이기 위해 우아해질 필요가 있다고 머리를 굴렸다. 이제는 돈을 더 받고 몸을 내줄 것이다. 그녀는 물론 밥을 사달라고 할 것이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스위스제 나이프를 만지작거렸다. 그녀가 예전에 거금을 들여 산 것이다. 그녀는 이제 이것을 몸에 지니고 다닐 것이다. 만약 또다시 그녀의 옷을 다 벗기려 드는 작자가 나타나면 이 칼을 손에 쥐고 위협을 할 작정이다. 그녀가 다시 한번 배운 길거리 팁이었다. 그녀는 스위스제 나이프를 손에 쥐는 연습을 해보았다. 칼을 꽂으면 오히려 손을 다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대로 쥐고 휘두르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지인은 몸을 느슨히 하고 자신의 손과 발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상상했다. 그녀는 몸에 있어서는 뭐든지 쉽게 배웠다. 그녀 몸의 감각은 하나의 촉이 되어서 그녀를 휘감았다.


오늘 밤손님은 돈이 많은 사람이다. 전화를 했을 때 그 목소리와 말투가 그동안 만난 남자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아무래도 팔 굽혀 펴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와 함께 팔 힘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녀는 약속한 장소로 가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몸도 준비를 해야 하지만, 우선 말투와 눈빛으로 상대를 기선 제압 시켜야 한다. 그녀는 숨을 고르게 쉬며 그녀의 워커 소리를 들었다. 횡당보도 건너편에 하얀색 차가 깜빡이 불을 켜고 서있다. 그 사람 차다. 그녀가 처음 보는 차종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 안에 향기가 가득하다. 차 안이 어두워서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말없이 시동을 켜고 출발한다. 지인은 앞 유리창을 바라보며 말한다. 저 밥부터 사 주세요. 남자는 말이 없다. 지인은 침을 꼴깍 삼킨다.


신주쿠 파라다이스


지인이 간 곳은 신주쿠 파라다이스라는 재즈 바였다. 그녀가 아는 악기라고는 피아노 밖에는 없었다. 나머지 악기들은 다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사람들이 여유롭게 둥근 테이블에 앉아서 술을 홀짝이며 유쾌한 말소리를 냈다. 악사들은 흥에 겨워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서 그녀는 그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는 두꺼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하관이 뾰족했다. 몹시 마른 몸이었다. 웨이터가 왔다. 그가 이곳 단골인지, 인사를 하더니 따로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가지 요리를 갖고 나왔다. 다행히 술은 없었다. 지인은 안심을 하고 천천히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인은 천천히 요리를 씹으며 선글라스 너머의 그의 눈을 한없이 쳐다보았다. 아직까지도 말이 없는 그 사람은 요리를 하나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요리가 나와서 그녀는 다 먹지 못했다. 배가 불러요. 웨이터가 다시 왔다. 그는 웨이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요리 접시가 치워지고, 달콤한 케이크와 따뜻한 커피가 나왔다. 지인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가 마치 동화 속의 공주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쾌적한 곳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포크로 크림을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지인은 정신을 차려야 했다. 케이크에 뭐라도 들어있으면 어쩌겠는가. 그녀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남자는 그러자 자신이 포크로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아주 정중한 태도로 그녀에게 포크를 건네주었다. 지인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포크를 그 남자에게 던졌다. 그리고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뭔가 이상하다. 지인은 자신의 가슴이 발랑발랑 뛰는 것이 이상했다. 그녀는 그런 기분으로는 철저하게 작업을 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앞에 가자 엘리베이터 보이가 그녀를 위해 안내를 했다. 그녀는 아래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보이는 목을 까딱하고는 2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버튼이 눌러진 층마다 섰다. 신주쿠 파라다이스는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바였다. 그녀는 초조해졌다. 왠지 그 남자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보이가 저지할 틈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뛰어나갔다. 그녀는 몹시 무서워졌다. 아무래도 발을 잘못 들여놓은 것 같았다.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가서 정신없이 뛰어가 보니, 헬스장이 나왔다. 그곳만이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피트니스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모두들 그녀가 지내는 세상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헬스장 끝에 다다르니, 수영장이 나왔다. 한 사람이 와서 그녀에게 수건과 락커 열쇠를 쥐어주었다. 그녀는 영문을 몰랐지만, 그 사람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그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적당히 미지근했다. 물이 맑았다.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된 김에 물속에서 몸이나 풀고 나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머리를 90도 각도로 고꾸라뜨리고는 잠수를 했다. 숨이 모자라면 푸하고 물 밖으로 나와 숨을 내쉬고 들이마셨다. 이곳은 시간관념이 없는 곳 같았다 불이 환하고, 사람들은 모두 여유가 있었다. 넉넉한 미소를 띠고, 그녀에게 목례를 했다. 그녀는 둥둥 물에 몸을 맡기고는 편하게 드러누웠다. 그때, 수영장 저쪽 편에 있는 의자에서 하관이 뾰족한 그 남자를 보았다. 그 사람은 여전히 두꺼운 선글라스를 끼고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수를 해서 수영장 밖으로 나갔다. 샤워실로 가서 대충 물을 끼얹고는 수건으로 몸을 둘둘 감싸고 소지품을 챙겼다. 워커만 달랑 신었다. 그때, 그녀를 안내해 준 사람이 다가왔다. 지인 씨 사장님이 기다리십니다. 그녀의 갸름한 두 눈이 커졌다.


두꺼운 선글라스를 낀 그 사람은 사장이라고 했다. 그것도 그의 입으로 들은 것이 아니고 함께 합석한 사람을 통해서였다. 사장은 묵묵히 앉아 있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관이 뾰족한 그 사람의 목소리는 아마 갈라진 허스키가 아닐까 하고 지인은 생각했다. 왜, 저를 만나는 거죠? 그녀는 물었다. 사장님은 지인 씨를 고용하고 싶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에요. 거절할게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호텔에서 일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 것이에요. 그녀는 가만히 듣고 있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내일 알려드립니다. 일하는 동안에는 이 호텔에서 기거하세요. 지인은 그녀의 귀를 의심했다. 나를 고용한다고. 그녀는 놀라서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사장은 그쯤이면 됐는지 합석한 사람을 돌려보낸다. 그리고는 양복 안 주머니에서 새 휴대폰을 꺼낸다. 그것을 그녀에게 건넨다. 그녀는 휴대폰을 받고 물끄러미 액정을 쳐다본다. 그러자 문자가 뜬다. 문자는 사장이 보낸 것이다. 저는 이곳 사장 알렉스입니다. 제가 한국어를 하지 못해서 말이 없었습니다. 글을 쓸 줄 알지만, 말은 할 줄 모릅니다. 오늘 지인 씨가 마음 편하게 먹고 하룻밤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세요.


지인이 들어간 방은 커플 룸이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창문을 열자 한 겨울 바닷바람이 쌀쌀하게 들어왔다. 그녀는 룸을 한 바퀴 걸어보았다. 그녀의 워커는 푹신한 양탄자를 밟아서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지인은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굉장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 거절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러기에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양손에 스위스제 나이프와 새 핸드폰이 잡혔다. 둘은 무게가 똑같았다. 그녀는 그 두 가지를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 무식한 무기로 남자를 저지하겠다고 생각한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핸드폰에 홈 화면은 색색의 조약돌이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둘의 무게를 느끼며 그녀는 양손으로 저울질을 해본다. 그녀는 더 무거운 쪽으로 마음을 굳혀야겠다고 생각한다. 둘의 무게는 그러나 놀랍게도 비슷했다.


지인은 속옷만 입고 폭신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침대 너비는 그녀가 한쪽 방향으로 한 바퀴 굴러도 되었다. 그녀는 가운데 누워서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편한 잠자리가 오히려 잠을 달아나게 했다. 그녀는 넓은 양털 베개를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며 잠을 청했지만 잘 수가 없었다. 그녀는 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액정화면을 바라보고는 터치를 했다. 그녀의 폴더 폰과는 달랐다. 스마트 폰은 색색의 아이콘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거나 눌러보고, 잘 모르면 끄고를 반복했다. 밝은 스마트 폰 화면 때문에 눈이 부셨다. 그때, 그녀의 폴더폰 화면에 문자가 떴다. 찜질방 아주머니였다. ‘지인아 왜 안 보이니?’ 그녀는 당분간 못 볼 수 있을 거라며, 죄송하다고 답장을 썼다. 그러자 스르르 잠이 왔다. 지인은 폴더 폰과 스마트 폰을 양털 베개 아래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녀의 인생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Carry your world


지인은 유니폼을 입었다. 은빛 색깔의 유니폼은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차이니즈 칼라로 디자인된 드레스였다. 그 옷에 그녀는 여전히 워커를 신었다. 알렉스가 그녀의 워커를 허용했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일종의 마사지와 여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그녀는 거기에서 총괄 책임을 맡았다. 물론 상사가 한 명 더 있었다. 상사는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여성분인데, 지인에게 항상 너그러운 미소를 보냈다. 지인은 딱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를 받지도 않았다. 그냥 그녀는 워커를 신고 걸어 다니고, 눈인사를 하고, 간혹 손님들을 상대로 대화를 하는 정도였다. 그녀는 이 여유로움 속에서 실낱같은 무료함을 즐기고 있었다.


지인의 이름은 이곳에서 Charm으로 통했다. 알렉스가 지어 준 이름이었다. 그는 그 이름이 매력이라고 말해주었다. 지인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는 반짝였다. 자신의 이름이 그렇게 된다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알렉스는 그녀에게 마음대로 하라. 단 상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는 꼭 말을 들으라고 했다. 참은 그러기로 했다.


첫날 참은 고객에게 칭찬을 받았다. 그녀가 고객이 심하게 화를 내며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듣고는 고객 옆으로 왔다. 그리고 ‘손님, 이곳에 쉬러 오셨으니 제가 처리할까요?’라로 말하자. 고객은 얼른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참은 전화를 하며 이야기했다. ‘이곳은 000님이 쉬러 온 곳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싶으시면 스틸 인 스틸 호텔로 와서 참을 찾으십시오. 그러면 무료로 이곳에 들어오시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고객은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는 참에게 더치커피를 시켰다. 참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이 장소는 이름이 없었다. 오직 정해진 고객들이 주로 드나들었다. 호텔의 주요 고객들이었다. 이곳에 오려면 엘리베이터 보이가 특수층을 눌러주지 않으면 올 수 없는 곳이었다. 첫날 참과 전화통화를 한 사람이 기어이 스틸 인 스틸 호텔에 찾아왔다. 엘리베이터 보이는 참이 말해준 대로 그 사람을 이곳으로 데려다주었다. 그 사람은 50대 여성이었고, 이런 호텔에는 한 번도 투숙해 본 적 없는 자린고비였다. 그녀와 전화통화를 한 고객은 오히려 이 여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전화로만 통화했지 만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참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50대 여성에게 다가가, 오셨는데 일단 서비스를 받아보라고 했다. 50대 여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곳은 처음이었고, 참이 너무나도 매력 있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50대 여성과 전화통화를 하던 고객은 아무 일 없이 무마되었다.


나이가 많은 상사는 참을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참, 이곳에서 일한 지 한 달이 되었네요. 그동안 일한 급료를 줄게요.’ 참은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받았다. 얇은 봉투는 빳빳했다. 그곳에 수표가 들어있었다. 그녀는 금액을 보고 잠시 숨이 멎었다. 그녀가 지난 반년 넘게 밤일을 하는 금액만큼 들어있었다. 그녀는 상사를 쳐다보았다. ‘사장님이 그만큼을 주셨답니다.’ 참은 말이 없었다.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이런 큰돈을 한꺼번에 만져보기는 처음이었다. 참은 사장님을 만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상사는 전화를 걸어서 사장님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참은 앉아서 생각했다. 너무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야겠다. 나는 이렇게 큰돈을 받을 만큼 일하지는 않았다. 너무 많은 금액을 주어서 자신을 길들인다면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 그녀는 꼭 그렇게 말하리라고 입술을 다물었다.


알렉스는 여전히 두꺼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참과 알렉스는 스마트 폰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늘 봉급을 받았어요. 금액이 정말 많이 들어있더군요. 저한테 왜 이렇게 많은 금액을 주신 거죠? 참은 그만큼 받을 정도로 일을 잘하니까요. 첫날 저희 고객이 참을 칭찬했어요. 그분은 까다로운 손님 중에 한 명인데, 참이 잘 해결해 주었죠. 덕분에 다른 손님들까지 조용하게 쉬다가 갔고요. 참은 눈을 깜빡이며 잠시 생각을 했다. 제가 언제까지 사장님 아래에서 일하게 되는 거죠? 저는 오래 일하고 싶지는 않아요. 일을 정해줘서 하기는 하지만, 저는 이런 일을 오래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보다... 사장은 손을 들어 참이 말하는 것을 저지했다. 알렉스는 Carry your world라고 말했다. 참은 그 말을 알아들었다. 피식 웃는 그녀의 입술을 보고 그는 입가를 살짝 올렸다. 제 세계가 어떤 줄 알고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저는 가방 끈도 짧고, 밤일을 주로 했고, 햄버거를 팔고, 찜질방에서 지냈어요. 알렉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 곁으로 갔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 손을 내밀고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쥐며 말했다. 나는 당신을 믿어요.


참은 사장실에서 나오며 외출 허락을 받았다. 그녀는 이곳에 올 때 입은 옷을 입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호텔에서는 훈훈하게 난방이 되어있어서, 밖으로 나오자 굉장히 바람이 매서웠다. 한기가 그녀의 온몸을 핥고 지나갔다. 그녀는 그것이 좋았다. 밤일을 하고 걸어가는 그녀 자신이 떠올랐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걷는 것을 좋아했다. 살아있는 기분에 휩싸이고는 했다. 그리고 지금 스틸 인 스틸에서 한 달을 일하고는 그녀는 첫 외출을 하게 된 것이다. 사장은 그녀에게 말한 대로 24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그녀가 찜질방에 있는 자신의 소지품을 챙겨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저녁에 나와서 꼬박 2시간을 걸었다. 바닷가를 지나치며 철썩대는 파도소리를 오랜만에 들었고,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찜질방으로 향했다.


지인아! 아주머니가 그녀를 보자 발을 쿵쾅대며 뛰어왔다. 찜질방 사람들이 잠시 그곳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지인은 예전보다 더 해사한 얼굴로 아주머니를 반겼다. 둘은 잠시 손을 잡고는 웃었다. 지인이 아주머니에게 줄 선물을 꺼냈다. 아주머니는 항상 V제품 속옷을 갖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 선물을 주며 아주머니에게 이제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지인이 너 무슨 좋은 일 생긴 거지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인은 슬며시 웃었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머니가 맡아두었던 그녀의 소지품을 챙겼다. 옷 보따리와 흑백사진집이 전부였다. 지인은 아주머니와 오래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아주머니가 울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렇지만, 그녀는 새로운 자신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우는 아주머니에게 저 좋은 곳으로 간 거 맞아요. 그러니 웃으셔야죠라고 말했다.


지인은 쇼윈도에 비친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제는 밤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스틸 인 스틸 호텔은 어딘지 모르게 그녀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돈을 또 어디에서 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지금 난기류에 있는지 아닌지 짐작해 보았다. 사장이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는지 그 점이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사장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었다. 그러면 덜컥 사장의 말에 걸려들 것 같았다. 그녀는 스틸 인 스틸 호텔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사장과 자신의 관계를 일단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사장과 계약서를 쓰거나, 아니면 녹취를 해서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다시 바닷가를 지나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배경에 있는 하늘이 퍼렇게 물들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