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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티 구구 Oct 04. 2024

똥꼬, 준

똥꼬똥꼬똥꼬똥꼬

준은 리드미컬하게 똑같은 말을 한다. 보는 사람마다 일단 이 말부터 하고 본다.

준은 이곳 아동복지센터에서 끝장을 봐야 버릇을 잠시 숨기는 아이이다. 새로 온 선생님에게 찰싹 붙어서 이상한 몸동작-성적인-을 보이거나, 틈만 나면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야동을 본다. 준은 머릿속에 똥이 가득하다. 그러니까 어른이 질색할 정도로 성에 사로잡혀 있다. 오늘도 새로 봉사 활동을 온 어린 여대생을 보고는 안녕하세요 대신 ‘똥꼬’라고 했다. 어린 여대생은 그 말보다 그 말은 내뱉는 준의 표정에 질려버렸다. 이제 겨우 3학년인데, 이마에 잔뜩 힘을 주고 미간에 주름이 잡힌 채로 이 말을 랩이라도 하듯이 내뱉었다. 여대생은 잠시 얼어있다가 슬슬 준을 피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도 준을 슬슬 피한다. 준은 자꾸 찰싹 달라붙어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벌레처럼 꿈틀댔다. 준을 3년 동안 관찰해 온 센터장 선생님만이 준을 다스렸다. 사실 다스렸다기보다는 센터장이 준을 혼자 세워놓고 벌을 주었고, 그러면 준은 마치 금단 현상을 일으키는 것처럼 몸을 벌벌 떨면서 벽을 보고 서 있었다.


어떤 날은 그 자리에서 벌벌 떨다가 오줌을 쌌다. 준은 점점 구석에서 야동을 보게 되었고, 그러고 나면 더욱더 ‘똥꼬’를 노래 부르며 오는 사람들마다 아는 체를 했다. 야동을 보고, ‘똥꼬’라고는 해도 자위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다른 지역 센터장이 말하기도 했다. 요즘 극단까지 간 아이들은 벌써부터 자위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숨지도 않고 말이다. 준은 남에 몸에 붙어있는 것을 즐겼지만, 자신의 몸에 먼저 손을 대는 것에는 불같이 화를 냈다. 오히려 매질을 당하는 것을 참았지, 스킨십은 참을 수 없어했다.


어느 날, 새로 온 여대생 봉사자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다. 센터장은 난감해하며 대신할 사람을 보내달라고 전화로 말하려 할 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얼굴은 이쁜데, 화장은 안 했고, 옷은 군복이라도 빌려 입은 것처럼 밀리터리 룩이었다.


"안녕하세요. 진희 대신 온 지영이라고 합니다."

센터장은 인사를 받고, 잠시 설명을 하고는 오늘은 자신이 바쁘다고 말하며 특별히 한 아이를 좀 봐달라고 말했다.

"준-"

벽을 보고 서 있던 작은 아이가 뒤를 돌아서자 역시나 그 입에서 ‘똥꼬’가 튀어나왔다.

센터장은 너무나 바빠서 밀리터리 룩에게 맡기고는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밀리터리 룩은 말했다.

"그래 나 똥꼬 있어, 넌 없냐?"

"똥꼬똥꼬똥꼬똥꼬....."

지영은 삐딱하게 고개를 움직이며 준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폭발할 것 같은 준의 이마와 미간의 주름, 지영의 째진 눈.

준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씨발’이라고 하자, 지영은 입술을 비틀며 ‘계속해봐’라고 했다.

준이 다시 똥꼬 똥꼬 똥꼬 그러고는 지영이의 허벅지에 찰싹 붙더니 몸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준이 붙은 힘은 완강해서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준을 떼어내기 역부족인데, 지영이 오히려 준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꼭 붙들고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었으니 망정이지 준도 지영도 어른들 눈에는 이해가 안 되었을 것이다. 얼마나 빙글빙글 돌았을까. 둘은 바닥에 넘어졌고 그래도 준은 여전히 허벅지를 놓지 않았고, 지영은 꼭 붙들었던 손으로 준의 몸을 간질간질하기 시작했다. 준이 갑자기 확 지영을 밀치고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영은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준은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센터장이 한 시간은 족히 넘게 공부방에 있다가 로비로 나왔다.

놀랍게도 양반다리를 한 지영 한쪽 다리에 준이 앉아서 동화책을 보고 있었다.

센터장은 처음에 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영에게 한마디를 하려고 다가갔는데, 그 아이는 준이었다. 센터장은 더 놀라워했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지영이 아니고 준이었다. 준이 유일하게 읽는 동화책이 하나 있는데, 늑대가 도망 다니는 동화책이다. 그 동화책을 준은 지영에게 3번째나 읽어주고 있었다. 지영은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꼭 붙어 있었다. 센터장이 가까이 가도 둘 다 미동도 없이 책에 빠져 있었다. 센터장은 준의 목소리를, 그런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둘은 그렇게 첫날을 보냈다.


센터장은 아프다는 여대생에게 말했다. 밀리터리 룩을 고용하고 싶다고. 여대생은 지영에게 알렸고, 지영은 고용하면 얼마나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지영은 일을 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으며, 센터장은 지영의 핸드폰 번호로 직접 통화를 했다.


"지영 씨, 어제 준이 동화책 읽어주는 모습을 처음 보았어요."

"...."

"지영 씨가 절 좀 도와줄래요? 준이 저한테 지영 씨 이름을 다 물어보네요."

"전 일을 할 생각은 없지만 놀러 가고는 싶네요."

"그럼 봉사할 시간만이라도 와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튿날이 되었다. 준은 아무것도 안 하고 현관 입구에서 지영을 기다렸다. 지영이 와서 준을 보고는 손을 내밀었다. 둘은 손가락으로 살짝 스킨십을 했는데, 마치 ET와 엘리엇 같았다. 지영이 앞서 걷고, 준이 졸졸 따라왔다. 둘은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준은 더듬더듬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 동화책은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무서워하는 곰돌이 인형이 주인공이었다. 잘 모르는 단어는 지영이 나직이 읽었고, 나머지는 느리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준이 읽고 있었다. 센터장은 그 모습이 여전히 놀라웠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준이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했다. 2시간은 족히 읽었을 것이다. 지영은 준에게 헤어지기 전에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려주었다. 지영이 좋아하는 노래였고, 준은 처음 듣는 노래였다. 둘은 노래가 끝나자 인사했다. 이렇게. "안녕 똥꼬"


셋째 날이 되었다. 주말 전날이었다. 센터장은 조용해진 센터가 너무나 놀라워서 주말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주말 전에 그 안도감이 아니라, 오히려 센터가 아늑해진 것만 같았다. 밀리터리 룩이 나타난 이후로 준이 해 왔던 훼방이 눈 녹듯이 없어진 것이다. 센터장은 여전히 공부에는 집중은 안 하지만 조용히 센터 입구를 지키고 있는 준을 바라보고는 대체 무슨 조화일까 싶었다. 밀리터리 룩은 봉사자 여대생보다 별로 일을 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직감이 틀렸다. 밀리터리 룩이 나타날 시간이 가까워지자 준은 동화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동화책이었다. ‘놀랠 노자군’ 센터장은 생각했다.


그날 지영 양반다리 위에 앉은 준은 지영이 갖고 있는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을 보려고 했다. 지영은 그대로 두었다. 그러자 준의 손가락은 귀신같이 야동을 찾아냈고, 그것을 틀었다. 지영은 준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준은 뚫어지게 야동을 쳐다보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금방이라도 또 몸에 찰싹 달라붙을 것만 같았다. 지영이 준을 가만히 두고 야동이 끝날 때까지 있었다. 플레이가 스탑이 되었을 때, 준은 지영을 쳐다보고 ‘똥꼬’라고 했다. 지영은 ‘너 똥꼬가 어떻다고’ ‘똥꼬’ 준이 다시 이 말을 할 때 눈이 빨개지면서 울기 시작했다. 지영은 우는 아이는 그대로 두는 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영은 휴지를 가져다주고 준이 스스로 눈물을 닦을 때까지 기다렸다.


센터 입구로 나가는 지영의 손을 준은 슬며시 잡으며 "내 똥꼬 아팠어"라고 말했다. 지영은 가만히 준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 마주침과 함께 지영은 준의 손가락을 살짝 꼬집으며 "이렇게?"라고 말했다. 준은 도리깨질을 크게 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준은 지영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물었다. 지영은 소리 지르지 않았고, 준은 물은 손가락을 내려놓았다. 지영은 준에게 별 말 안 했다. 다시 말했다. 인사로. "안녕, 똥꼬"


지영이 가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는 준은 손을 흔들었다. 지영이 한 번 돌아봤고, 지영이 준을 보고 "월요일에 보자 준!"하고 크게 소리쳤다. 준은 갑자기 낄낄거리며 웃었다. 센터에 있던 아이들이 준이 웃는 모습을 보고 센터장을 불렀다. 모두들 준이 몸을 들썩이며 웃는 모습을 보고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보았다. 준. ‘똥꼬 대장’ ‘야동 중독자’ ‘벌레 같은 준’ ‘고집쟁이 준’이었는데, 이제 준은 달라질까... 준이 돌아서자 다들 혼비백산 도망쳤다. 준은 여전히 낄낄대었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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